김원일 [마당 깊은 집]
이 책을 읽다 보면 6.25 이후 50년대 초의 가난했던 저자 김원일씨의
자서적인 느낌이 강하게 풍기는 것을 알 수 있다.

맨먼저 책을 덮고 결심처럼 다가선 느낌이라면,
없이 살던 시절의 궁색함을 자랑삼아 내놓는 부모의 한숨 섞인 과거담을
이젠 결코 가볍게 받아 드려선 안되겠다고 다짐했다고나 할까.

분명, 우리의 한국사 일텐데 왜이렇게 이해하기가 힘들었는지..
이런 독자의 기분을 알리없는 저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고달프고 벅찬 과거사를 쉼표없이 신나게 열거하고 있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길남이가(화자) 대구로 올라오면서 이책은 시작하고 있다.
제목으로도 명제되어 있는 [마당 깊은 집]은 이소설에서
단지 장소 제공만을 하며
마당으로 연결 되어 있는 여러 삶들을 표현 해주고 있었다.




꺼진 듯한 마당에 옹기종기 살고 있는 피난민들 집에는,
상이 용사네도 있으며, 적색분자로 형사들이 감시하는 집,
피엑스에서 군복장사, 홀로 된 어미가 부지런히 미싱을 돌려
자식들을 키우는 집등,
고달프지만 살기 위해 부지런한 50년대 삶들의 집결 되어 살고 있다.

하지만, 여러 삶들이 복잡하게 얽혀 열거되는 이소설의 중심 사상과 생각은
역시 대구로 돌아와 식구와 합쳐져 생활하는 길남이다.

길남이는 대구로 돌아온 뒤, 곧바로 중학교를 입학하지 못하고
신문배달을 하며 생활전선에 뛰어든다. 이는 어미가 장남에게 거는 기대치의
의도라고 볼 수 있는데, 어려웠던 시절, 가장의 부재 속에 어미가 선택한
장남에 대한 기대의 반영은 앞으로 저자가 인생을 바라보는 중요한 잣대가 된다.

어려웠던 시절의 고생담이라 이렇게 확실하게 기억을 했을까만은
결코 거짓처럼 느껴지지 않는 것은 저자의 똑바른 사고관이 엿보여서 인것 같다.

길남이의 사고관은 저자의 사고관인데,
평범한 길남이의 6.25 현실의 전쟁통 현실 속에는 이데올로기의 허구성을
감방에서 마감하는 기태의 모습에서 보여주고 있었는데,
이는 똑똑한 소설가만이 서술할 수 있는 역사의 증언처럼 느껴져
기분이 좋아진 대목이다.

전쟁후 세월이 지난후 집필한 소설가의 시대관은 단지
전쟁 속에 파멸되어간 삶들의 과거사 열거가 아니었다.
사랑의 아픔을 모르는 사람은 정작 사랑을 이해 할 수 없듯이
삶의 고통을 경험한 저자의 과거사는 앞으로 살날이 많은 독자들에게
가치있고 아름답게 현실을 응시 할 수 있도록 안내 해준 듯해
개인적으로 고마운 기분을 감출 수가 없다.



by 김정수 | 2004/04/01 17:53 | 책읽는 방(국내)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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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akachan at 2004/04/03 11:02
어린 시절 크게 감동 받았던 작품입니다. 나중에 MBC에서 제작한 드라마도 상당히 완성도가 높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6.25를 소재로 한 작품 중에서 이 <마당 깊은 집>과 박완서 씨의 <나목>이 가장 인상 깊게 남는군요.
Commented by 김정수 at 2004/04/03 11:43
네.. 맞아요. '나목'도 비슷한 분위기지요. 처절한 삶들..
책이란 과거사를 한눈에 경험하게 만드는 좋은 친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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