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우울했던 가족여행. 우리집 앨범방








이번 가족여행은 처음은 좋았으나 끝은 우울하게 끝났다.
그리고 좋고 나쁘다는 감정의 결론도 결국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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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희가 외박휴가 나올 시기에 맞춰 지난 토요일에 2박3일 코스로 포천에 있는 '한화리조트 산정호수 안시'로
놀러갔다왔다. 남편직장에서 랜덤으로 신청하는 휴가지가 당첨된 것이다.
남편과 나는 성수기때보다 오히려 비수기때 여행가는 것이 편안하고 마음의 여유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콘도로 향하는 포천은 북한과 가까운 곳이라 군부대가 수시로 보였다.
남편은 연천에서 부대를 나왔다며 부대근처는 절대 안오려 했다며 추억을 더듬었다.
남자들에게 군대는 30년이 넘어도 여전히 징글징글한가보다.

'한화리조트 산정호시 안시'는 명성산이 바로 보이는 곳에 위치하고 있어 호실에 앉아서도 충분히 산기운이 느껴진다.
겨울이라 그런지 사람들도 많지않아 좋았다. 귀한 관광객들에게 친절한 것은 당연한 일이니까.
도착한 첫 날에 어머니는 콘도에서 쉬게해 드리고 산정호수를 보러 산에 올랐다.

산정호수(수심 23.5m)는 1925년 북한에서 농업용수로 이용하기 위해 축조된 저수지라고 하고 산속의 우물과 같이
맑다고 해서 산정호수(山井湖水)라 칭했다고 한다.
통일이 되고 남한소유지가 되면서 1977년 국민관광지로 조성되어 관광객을 맞이하는데 연간 150만명 정도 온다고 한다.
바위를 깎아 놓은 듯한 웅장한 명성산을 중심으로 호수 양 옆에 망봉산과 망무봉을 끼고 있다.
궁예가 이곳에서 자랐던 곳이라 궁예에 대한 일대기가 산정호수를 오르는 길마다 스토리텔링으로 안내하고 있었다.
난 다음날 어머니 모시고 또 올라가면서 읽어 그런지 궁예일대기를 자연스럽게 다 외워버렸다. ㅋㅋ

명성산에는 오르지 않았고 그냥 산정호수를 끼고 한바퀴 돌았는데, 호수를 건너면서 다리를 잘못 설치한 것 같다고
말하니까 용석이가 '엄마, 이건 다리가 아니라 부표로 이어진 거예요'란다.
아하.. 그러니까 겨울찬바람에 부표가 휜 채로 얼어버린 것이었다. 와우. 겨울에 오니 이런 재미가!
여름엔 여름대로 출렁이는 부표위에서 다들 자지러지게 웃겠구나 싶다. 관광지 아이디어로 잘 조성한 듯 하다.

우리는 첫날엔 산정호수, 둘째날엔 포천아트밸리, 대교천 현무암 협곡을 다녀왔다.
대교천 현무암 협곡은 문화재임에도 너무 소홀하게 관리한다는 인식이 강하게 들어 아쉬웠다.
아무튼 포천까지 갔으니 조금 무리해서라도 이동갈비 좀 먹어(?) 주었고 싸가지고 간 고기도 남김없이 다 해치웠다.

여기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일정 종료 하루전날 밤, 남겨진 소주와 고기를 가지고 안주삼아 남편과 술 한잔을 더하면서 일어났다.
남편의 술기운이 오바되어 어머니께 '왜 우리만 항상 손해보고 참으라고 하시냐'며 서운한 마음을 큰소리로
말하게 되었다. 어머니는 효자아들, 착한 며느리가 사는 우리집이 편하신지 집안의 온갖 경조사부터해서
다른 자식들이 스스로 해결해야하는 일들조차 우리에게 떠넘기신다. 다른 자식들과 며느리들에겐 어려워서 또는
불편해서 못하신 말씀을 우리에겐 디테일하게 불만을 쏟아 내신다. 고장난 레코드처럼 반복은 기본이다.

이번 명절때 쌓였던 불만을 남편은 터트렸고, 어머니는 '안할 것 같아서 말 못한다'는 식으로 답변을 또 하셨다.
모자간의 싸움을 처음 겪은 나는 당황해 '그냥 내가 다 하겠다'고 서둘러 결론을 내려 했지만
남편의 화를 잠재우진 못했다. 그리고 난 내가 한 말에 후회했다.
어머니는 밤에 드신 고기가 결국 체하셨고, 다음날 새벽에 서둘러 짐을 챙겨 서울로 향해야 했다.

가족여행을 다녀온 이후 우리가족 분위기는 무겁다.
아니 정확히 분류하자면 어머니와 남편이 그렇다. 서로 자신만의 섬에 갖혀 고독한 동굴에서 나오질 않고 있다.
하지만 난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어머니도 아들에게 기댈 수 밖에 없는 처지란 것을 충분히 알고 계시고
남편도 어머니가 중병환자란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착하고 아무 말없이 감뇌하는 사람에게 일을 더 떠넘기는 습성이 있다. 만만한 것이다.
가족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그래서 그 중심엔 집안의 어른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의 어머니에게 기대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나는 어머니가 우리부부에게 거는 기대치가 상당함을 알고 있다.
결혼초기엔 그 부당한 기대치에 결혼에 대한 회의감마져 들었지만 나이를 먹고보니 이제는 알 것 같다.
다른 자식들, 다른 며느리들에게서 느낀 좌절감까지 합쳐져 우리 부부에게 의지하신 것이다.
이제 남편이 그 부당함을 힘들어하자 앓아 누우신 것이다.

가족이라 할지라도 수많은 감정적인 시행착오를 겪는다.
보여지는 것이 다가 아니듯이 완벽한 가족은 없다.
















덧글

  • chocochip 2016/02/25 19:52 # 답글

    ..................0ㅁ0
    마음이 착잡하시겠어요. ㅠㅠ
  • 김정수 2016/02/26 11:54 #

    시간이 약이겠죠. 그렇게 담담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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