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봄날은. 일상 얘기들..






오늘 오전에 어머니 골수암(골수섬유화증)약 복용 정기 진단차 서울대병원에 들렸습니다.
혈액체취하고나면 진단 결과가 1시간 정도 이후에나 나오기 때문에 진료시간에 맞추려면 2시간 전에 집에서 나옵니다.
병원에 가시기 전에는 온 세상 오로지 당신 혼자만 아픈 것 같다며 우울해 하시던 어머니도 병원에 도착하면
북적이는 암환자들 속에서 숙연해 지십니다.
환자 한 분당 보호자 한 두명이 붙어야 하니 암병동은 말그대로 조용한 시장통 같습니다.
삶 속의 경각심 차원에서 병원에 올 필요도 있어 보입니다.

대기실 입구에는 창경궁을 바라보게끔 만든 창가에 환자분들이 일제히 햇살이 들어오는 곳에 앉아 먼지가 비치는
고즈넉한 궁궐의 풍경을 아무 말없이 약속이나 한 듯 바라보고 있습니다.
마치 인생의 봄날들을 회상하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쓸쓸해 집니다.

자카비(골수섬유화증 치료약)를 타러 약국으로 향합니다.
다음 진료땐 비장크기(골수섬유화증의 부작용으로 비장비대가 생기셨습니다.)를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CT촬영 예약을 했고
두 달분치 약을 받으러 갑니다.
길거리 현수막에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은 바로 오늘입니다' 라는 글귀가 발길을 멈추게 합니다.
그렇습니다. 어머니에게도 내게도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은 바로 오늘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제가 바로 봄날이었어'라며 또 바보같은 회상을 반복하겠죠.

정호승시인의 '햇살에게'란 시가 문득 떠오릅니다.
오늘, 후회없이 살기로 해요.






햇살에게


정호승

아침에
먼지를 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는 내가
먼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먼지가 된 나를
하루종일 찬란하게
비춰 주셔서 감사합니다.








덧글

  • 신냥 2016/02/18 21:23 # 답글

    시를 읽고 감탄했어요.. ^-^
  • 김정수 2016/02/19 10:22 #

    시의 매력이죠? ^^
  • 2016/06/25 14:18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김정수 2016/06/27 08:22 #

    아.. 친정어머니께서 현재 투병중이시군요.. ㅜ.ㅜ
    고통의 원인을 알기까지 수많은 검사와 병원왕래가 그림처럼 상상이 됩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이번에 시어머니가 아프시면서 암종류가 엄청 많다는 사실과 그에 따른 원인파악이 가장 중요하단
    사실을 알게 되었거든요. 처음에 저희 어머니 병명은 '만성림프구성 백혈병'이었습니다.
    하지만 골수를 빼고 자세한 검사를 받고 나니 혈구생성을 조절하는 JAK신호전달이상으로 골수가 섬유가 되는
    골수섬유화증이라고 하더군요. 다행히 '자카비'라는 약을 복용하는 것으로 진행속도를 늦출수 있다고
    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제 말은 정확한 병의 원인파악까지가 큰 고비란 뜻이예요.
    친정어머니께는 동종조형모세포 이식을 받도록 결정이 되었군요. 엄청 고생하실텐데 많이 속상하시겠어요.
    하지만 정확한 치료방법을 알았으니 반은 해결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힘내세요!!
    병원을 믿고 열심히 치료하고 어머니께 용기 잃지 않도록 항상 응원하시면 치유되실 겁니다.
    저도 열심히 응원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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