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알게 한 슬픈 책_스토너. 엄마가 뽑은 베스트셀러










이제는 슬론이 우려하던 전쟁의 폐해가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앞으로 다가올 몇 년간을
미리 생각해보니, 최악의 시절이 닥칠 것 같았다. 아처 슬론과 마찬가지로 그도 세상을 미지의 종말로
몰고 가는 비합리적이고 어두운 힘에 자신을 온전히 바치는 것이 무익한 낭비임을 깨달았다.

하지만 아처 슬론과 달리 스토너는 연민과 사랑의 감정을 향해 조금 뒤로 물러났기 때문에 눈앞의
급박한 흐름에 휩쓸리지 않았다. 과거 위기와 절망의 순간에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그는 대학이라는
기관에 구현되어 있는 신중한 믿음에 다시 의지했다.
속으로는 그 믿음이라는 것이 별것 아니라고 되뇌었지만, 이제 자신이 손에 쥔 것이 그것뿐임을 그는 알고 있었다.



본문 中



1965년에 미국에서 발표되었고, 저자는 세상을 떠난지 이미 20년이 된 이 책이 근래 화제다.
나 역시 지인의 추천으로 호기심에 읽게 되었다. 읽으면서 기존의 재미있고 스릴있는 소설 속 스토리가 아닌 내용임에도
가슴 깊이 느껴지는 울림으로 인해 오랜만에 책 속에 빠져 들었다.
이 책은 한 사람의 일대기를 격정적이지도.. 그렇다고 지루하지도 않게 써내려가고 있다. 군중 속에 살고 있지만 결국
모든 판단에 대한 현실은 받아드리며 살아야 하는 현대인의 슬픔과 고독을 써내려 갔다고나 할까.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스토너는 농부의 찌든 삶으로 인해 나이보다 늙어 보이는 부모 밑에서 자랐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의 권유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미주리 대학(농과)에 입학하게 된다.
그의 아버지는 최소한 아들이 자신과 같은 농부의 삶을 살게 되더라도 지혜로운 농부가 되는 정도만 기대했던 것 같다.
하지만 스토너는 대학에서 새로운 문학의 세상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결국 학교에 남게 된다.

친구가 없던 스토너는 우연히 영문학개론 수업에서 아처 슬론교수의 공격적인 질문을 계기로 문학을 접하게 된다.
그는 학년이 높아갈 수록 문학을 사랑하게 된다. 책 속의 죽은 자들이 그의 앞에 되살아나 말을 건냈고, 학문의 깊이가
그를 정신적으로 자유롭게 했다. 그는 영문학 교수의 적임자였던 것이다.

소설은 스토너의 일대기를 조용히 다루고 있다. 19살에 대학에 입학했고, 첫 눈에 반한 '이디스'라는 여인과 서툰 결혼을 한다.
몸과 마음이 별개의 것으로 생각한 그는 히스테릭한 여인으로 변한 아내 이디스를 묵묵히 받아드리며 불행한 결혼생활도
아무 말없이 순응한다. 불행한 가정환경이 빚은 고통은 고스란히 그들의 딸에게도 이어진다. 하지만 그마져도 그는 순응한다.

또 1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 학문적 소통친구인 매스터스를 잃는다. 그의 학문적 정신지주였던 아처 슬론도 세상(전쟁)에 대한
경멸을 보인 채 숨을 거둔다. 또한 그가 몸과 마음(욕망과 공부의 일치)으로 소통하며 사랑한 캐서린도 대학의 정치적 관념으로
인해 떠나고 만다. 하지만 여전히 그는 대학에 남아 학생들을 가르친다. 그는 자신에게 처한 억압된 세상을 향해 무표정하고
단단하고 황량한 태도로 일관한다. 그래서 결국 그는 동료들로부터 '헌신적인' 교육자로 불린다.

단 하나, 그가 자신에 처한 현실에 불응한 것(로맥스 학장과의 긴 다툼)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학문에 대한 태도였다.
그는 학문에 대한 지론만은 고집스럽고 집요하게 농부처럼 대했다. 그것은 그가 지키고자 하는 유일한 가치관이었다.

그는 자타가 인정한 훌륭한 교사였음에도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자각 때문에 항상 고민을 했고 그 고민은 습관이 되어
죽은 아처 슬론교수처럼 종국엔 구부정한 어깨로 변했다.
여기까지가 내가 이해한 대략적인 스토리다.

사람은 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바뀐다고도 말한다.

하지만 '스토너'라는 이 책을 읽으면서 하나 깨달은 것이 있다.
사람은 환경도, 관계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받아드리는 태도.. 즉, 그 모든 것들은 자기 자신을 알아 가도록 단지 존재했다는
사실을 아는 깨달음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이다. 그것을 깨닫기까지 수많은 고독과 심연을 통한 자기성찰이 필요할 것이다.

스토너의 삶이 슬프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이 점 때문이라 생각한다.
인생은 철저히 혼자라는 것과 가치관만이 유일하게 자신을 위로 해준다는 사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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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따뜻한 허스키 2015/11/28 06:06 # 답글

    우와!! 저 이책 사려고 장바구니 넣었다가 그냥 피로사회만 샀어요!!! 읽고 싶었는데 포스팅 꼼꼼히 읽고가요^^... 하아 포스팅 읽었더니.. 책을더 읽고싶어 지네요... 넘 잘보고 갑니다!!!
  • 김정수 2015/11/30 08:19 #

    우와!! 우연인가요? 전 이 책하고 피로사회 두 권 장바구니에 넣었었는데..
    반갑고, 감사합니다. ^^
    지금 읽고 있는데, 피로사회 독해하기 조금 난해한 것 같아요.
  • 아만다 영 2016/06/11 11:44 # 삭제 답글

    전 피로사회를 몇년 전에 읽었고,
    스토너는 지난 주에 읽고 어제 토론을 했습니다!
    정리를 참 잘 해주셨네요! 감사히 잘 읽었어요~^^
  • 김정수 2016/06/13 09:04 #

    어머나! 토론도 했다니 반갑네요. 제 블러그글을 유심히 보셨군요.ㅎㅎ
    토론을 하게되면 책의 여운이 오랫동안 간직하게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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