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망각의 동물. 일상 얘기들..




지난 9월12일 CT촬영날, 오전 일찍 시간을 잡았다.





이번에 찍은 비장촬영 사진과 지난 4월 CT촬영분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재작년 12월, 골수섬유증 증상이 최고조로 달했을 때, 어머니는 수시로 토사곽란을 일으키셔서 식구들을 바짝 긴장시키셨다.
고통을 호소하시는 어머니의 몸부림은 처절했고,
가족들은 말은 안했지만 마지막 어머니와의 이별준비란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골수섬유화증'은 혈구생성을 조절하는 JAK 신호전달에 이상이 생겨 비장이 비대해지는 증상으로
희귀 난치성질환으로 분류되고 있다. 자카비라는 약이 나오기전까지는 시한부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서울대병원 의사선생님을 만났고, 악화일로로 가기직전에 '자카비' 라는 치료제를 행운처럼 만났다.
당시 어머니는 밤마다 증세가 악화되는 고통으로 내일 아침에 눈을 뜰 수 있을까, 암울한 생각으로 밤을 보내셨다고 했다.

어머니가 퇴원하시고 청소를 하던 어느날,
이부자리 밑에서 안쓰던 식칼을 발견하고 식겁한 일이 있다.
놀라 여쭤보니 저승사자가 밤마다 나타나서 칼로 저지할 때 쓰셨다고 하신다. 뜨억.

어머니는 처음 '자카비'를 복용하시고 약효능에 대단히 만족해 하셨다.
겉으로 배를 만져도 비장이 줄어들었다고 하셨고, 아들의 주장을 못이겨 억지로 서울로 이사해, 수원 어머니친구들과
헤어진 것에 대한 노여움도 사라지셨다.(이사 후 화를 못참으셔서 혀종양까지 생기셨었다.ㅡ.ㅡ)
그리고 작년 겨울에 죽었을 당신을 살려주었다며 고맙다는 말도 해주셨다.

..


현재 시어머니는 골수섬유증(중증 혈액암)의 치료약인 '자카비'를 9개월째 복용 중이시다.
다행히 의료보험 혜택을 받게 되셔서 처음보단 부담액이 확 줄었지만 중증환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주기적인 관찰과 진료를 필요로 한다.
처음엔 2주에 한 번 병원을 가다가, 한 달에 한번으로 줄었고, 요즘은 두 달에 한 번씩 병원을 간다.
그리고 5개월에 한 번씩은 CT촬영을해 골수섬유증의 후유증으로 커진 '비장크기'를 확인받고 있다.

사람의 심리가 참 간사함을 느낀다.
중증질환으로 죽음의 고비를 드나들땐 외래진료만으로도 감사하다고 하시던 어머니가
이제는 두 달에 한번 가는 병원도, 하루에 두 알 먹는 것도 귀찮아 하신다.
왜 아직도 먹어야 하느냐, 언제까지 먹어야 끝나냐.. 하신다.

지난 12일에 찍은 CT 촬영을 보니 5개월전에 찍은 비장크기와 다를바가 없이 나왔다.
의사선생님은 어머니가 연로하셔서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효과를 보는 거라고 말씀하셨지만 어머니가 만족하실리가 없으시다.
어머니는 매일 약을 먹는데도 더이상 비장이 줄어들지 않는 것에 대해 이해를 하지 못하신다.
계속 먹으면 줄어든다고 말하지 않았느냐며 거짓말을 했다고 오히려 노여워 하신다. ㅜ.ㅜ
어머니가 중증환자라는 사실을 망각하신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죽음에 대해 제외될 수 없다.
단지 그 시간이 길고 짧을 뿐이다.
어머니도 이제 그만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고 남은 여생을 자식과.. 친척과.. 형제들에게 못다한 사랑을 갚음으로써
여운없이 하루하루를 보내셨으면 좋겠다. 진심이다..
하지만 어머니는 안바뀌실 것을 나는 안다. 성품인 것이다.




덧글

  • 2015/10/03 01:44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김정수 2015/10/06 17:46 #

    맘고생이 심하셨겠어요. ㅜ.ㅜ
    에효. 전 이렇게 주절주절 글로 마음을 표현하고 체념하고 시간이 흐르면 잊혀져서 또 견뎌내고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저도 친정아버지가 뇌졸증환자셔서 항상 대기상태, 친정엄마도 고혈압환자(작년에 대동맥수술을 받으셨죠)..
    그리고 지금 시어머니까지.. 줄줄이 제 어깨를 짖누르는 무게때문에 다 버리고 싶을때가 있답니다.

    하지만, 사람의 인생이란게 결국 종착역이라는 죽음이 있다는 생각에 멈칫해요.
    그래도 책으로 많이 저는 위로받습니다. 나를 성숙하게 해주시는 사람들이라고 자위하면 편하기도 합니다.
    힘내세요. 저도 맘으로나마 많이 위로해 드릴께요. 비공개 덧글에 덧글을 달아도 공개가 되네요.

    흠..대략 정리해서 답글 답니다.
댓글 입력 영역



이 이글루를 링크한 사람 (화이트)

744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