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통화, 깊은 오해.. 그리고 대화. 우리집 앨범방




용희가 제일 좋아하는 형과 함께.


영외면회때 제일 먹고 싶은게 피자 였다고 한다.


프로그래밍 공부하는데 필요한 책 삼매경에 빠진 용희.


커피숖에 들려 밀린 수다 중에 삼부자 한 컷.



지난 주 토요일, 용희 공군 4주 특기학교 복무기간 중 영외면회를 날잡아 다녀왔다.
지난번 훈련소 수료외박때 면회를 간다고 약속을 했었지만 경남진주까지 왕복 680km는 각오가 우선시 되는 거리다.
게다가 9월은 벌초 거북이차량으로 고속도로가 꽉 차서 면회시간을 1시간을 넘기고서야 도착했다.

아무튼 이번 면회때는 용석이를 대동해서 한층 즐겁고 행복한 면회시간이었다고 생각이 든다.
용희는 복무중 제일 먹고 싶었던 것이 치즈 듬뿍 들어간 피자였는지 만나자마자 피자집으로 가자고 외쳤다. ㅎ
100분동안 무제한으로 나오는 피자를 실컷 먹었고(100분이라니! 30분도 안되서 포기 ㅋㅋㅋ),
프로그래밍 관련 책들을 구경하고 싶다고 해서 서점에 들려 구경하고 카페에 들려 그동안 못다한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사람의 1차적 소망을 해결하기란 이렇게 단순한 것이다.

공군은 기본군사훈련단에서 6주를 받고 훈련생별로 신청,배정된 주특기에 따라 특기교육을 받는다.
용희는 교육사령부내 정보통신학교에서 4주 교육을 받고 있고, 다음주 추석전에 자대배치 전 특박을 나올 예정이다.

특기학교에서는 훈련소때보다 더 열공을 한다고 한다.
자대배치의 권한을 성적순으로 주기 때문이다.

용희는 '정보관리체계병'이다. 우리부부는 총무회계를 지원하길 원했건만 2년간 짜여진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 거라면 희망하는 특기로 가고싶다고 용희가 바꿔 결정해 버렸다.

남편은 용석이 큰애와 달리 생각이 많고(생각도 많으니 본인이 결정한 것에도 번복이 잦다. ㅡ.ㅡ), 하나하나
짚고 넘어가는 용희가 살짝 못마땅한 눈치다. 하지만 내가 용희인생이란 사실을 자꾸 옆에서 얘기하니 반은 포기상태.

하지만 이번 특기학교에 입소하기 전, 외박때 용희의 자대배치 지망을 남편과 합의한 곳(희망하는 자대)이 있었는데도
갑자기 용희가 특기학교에 간 뒤 희망자대를 바꾸고 싶다는 전화가 와서 집안이 발칵 뒤집혔다.
용희가 사이트(산속의 기지)라는 곳으로 지원해서 남는시간에 프로그래밍 공부를 하고싶다는 것이었다.

남편은 군대를 다녀온 경험과 하나부터 열까지 쉽게 아빠말을 따르지 않는 용희가 괘씸한지 처음으로 엄청 화를 냈다.
돌이켜보면 짧은 통화의 전달미숙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특기학교에서 통화할 수 있는 시간은 너무나 제한된 3분~4분이라, 정말 용건만 간단히 전달하려고 사전에 준비하지 않으면
서로 잘있냐? 잘있어요! 몇마디 하다가 끊기는 상황이 벌어진다.

평소 우리가족은 긴 대화로 디테일한 상황을 서로 교감하고 함께해왔다.
느릿느릿 자신의 생각을 조목조목 설명하던 용희에게 3분의 통화의 덧에 걸려 몸뚱이는 버린채 결론만 말해버리니
가족들은 통화종료 후 각자의 생각과 서운함이 합쳐졌고,
다음 통화때는 결국 서로의 자존심싸움으로 분노를 표출하고야 말았다.

서로(남편과 용희)의 분노표출은 가족들 모두에게 불안감으로 이 상황을 해석하기에 이르렀고,
결국 대화밖에 상황정리가 안되리라는 결론을 내렸다. 용석이와 나는 남편과 용희를 가까스로 진정을 시켰고,
이번 영외면회때 다행스럽게도 모든 오해를 풀고 즐겁게 헤어졌다.

가족은 최초의 사회집단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가족이라는 편안함 때문에 쉽게 감정의 수문을 여는 오류를 범한다.

결국 제일 먼저 상처받는 곳이 가족인 셈이다.
가족은 그러기에 더 처절하게 대화로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야하고 믿음으로 상대를 지켜줘야 한다.

어쩌면 이번 기회로 남편과 용희는 서로 진정한 대화의 첫 걸음을 띄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무엇보다 용희에겐 격리된 곳에서 부딪친 이번 경험으로 말미암아 아빠와의 대화의 기술을 터득했을 것 같다.
분명 용희의 인생이 남편의 인생보다는 길테니까 말이다.





덧글

  • 2015/09/22 17:38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5/09/22 18:17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5/09/26 01:07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5/09/30 11:25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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