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인_요시다 슈이치. 책읽는 방(국외)






"한 인간이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은 피라미드 꼭대기의 돌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밑변의 돌 한 개가 없어지는 거로구나 하는."





본문 中



꽤 오래전에 발간되어 화제가 되었던 '요시다 슈이치'의 '악인'을 주말에 읽게 되었다.
여름엔 뭐니뭐니해도 시원한 에어컨바람 쐬면서 범죄추리소설을 읽는게 내겐 최고의 피서법이다.
저자 요시다 슈이치가 스스로 이 소설을 자신의 대표작이라고 할만큼 자신있게 표현한 소설인만큼 그 재미는
기대해도 좋았다.

인적이 드물고 귀신마져 나온다는 후쿠오카와 사가를 연결하는 263번 국도의 미쓰세 고개에서 보험설계사 요시노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소설은 시작되고 있고, 역시 그 가해자를 찾는 큰 줄거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가해자로 의심되는 유력 용의자를 이미 저자는 초반부터 범인이 누구인지 암시를 준다.
'요시노'가 살해되던 날 밤, 그녀는 동료들로부터 남자친구인 '마스오'를 만나러 간다고 말했지만 실제로 약속한
상대는 만남 사이트에서 알게 된 남자 '유이치'였던 것이다.

이 소설은 가해자를 찾는 과정의 스릴을 그리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녀가 죽게된 사유를 파헤져 나가면서
전개되는 소설 속 인물들의 성품, 상황, 행동들을 하나씩 개별적으로 받아드려지게 되는 것이 특징이라 하겠다.
그리고 살인이라는 공포를 통하여 인간이 받아드려지는 진실을 꽤뚫어 보고자 하는 노력을 요구한다.
도망가기 바쁜 가해자와 쫓기 시작하는 추적자의 긴박감은 없는데도 이 소설은 무슨 일이 곧 아슬아슬 벌어질 것 같은
긴장감으로 끝까지 몰입하게 만든다. 인간 심리를 제대로 저격한 소설인 것이다.

그녀는 어째서 죽을 수 밖에 없었는가.
그러기 위해선 죽은 요시노의 남자친구로 알려진 마스오, 그녀의 직장동료인 사리와 마코, 만남 사이트에서 알게된
유이치, 그리고 요시노의 아버지 요시오, 그리고 갑자기 등장한 유이치의 여인 미쓰요까지 등장하는 인물들의 성격과
주변환경등을 이해하면 도움이 된다.

죽은 '요시노'는 만남 사이트에서 알게 된 몇몇의 남자들과 타산적 관계를 가져가며 부유한 남자와의 멋진 생활을 꿈꾼다.
그러다 우연히 카페에서 만난 '마스오'는 제격의 남자였다. 하지만 그는 그저 한때, 여자를 재미로 만나는 정도.
그녀를 죽인 '유이치'는 만남 사이트를 전전하는 소심한 남자다. 그는 관계시 최고의 테크닉으로 여자들을 감동시킨다.
그는 비록 만남 사이트라 할지라도 여자들의 반응에 번번히 외로움을 함께할 상대를 찾았다고 생각하고 속는다.
후반부에 등장하는 '미쓰요'는 '유이치'가 갈망하던 여자다. 하지만 살인을 저지른 후에 만난 사이라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그리고 또하나의 인물은 죽은 요시노의 아버지 '요시오'
저자는 하나의 사건. 어쩌면 간결하게 정리될 어떠한 사건 이면에 '가족'의 입장도 생각하라고 말하고 있다.

처음엔 명백하게 정리될것만 같았던 살인 사건.
그리고 그 안의 심리따윈 쉽게 이해될 수 있다고 보였던 투명했던 내용들이 책을 덮고 아무것도 결론짓지 못하는
여운과 감상을 준다.

사람의 내면에는 '악과 선'이 공존한다.
선과 악은 사유의 대상이다. 그러니 각자의 사유 속에서 구별된다고 본다.
누구나 품을 수 있는 악을 어떤 방법으로 표현하느냐에 따라 결정되어 지는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에 미쓰요가 유이치가 악인이 맞는 거죠? 그런거죠? 반문할때 나는
그 대답을 선뜻 못하고 책을 덮었다.









덧글

  • 이너플라잇 2016/01/05 14:10 # 답글

    뭐라 형용할수 없는 긴장과 긴박감에 이끌려 책을 열심히 읽었어요..
    어찌이리 타인들의 관계망과 심리를 잘 드러냈는지..
    아마도 유이치의 결정적인 장애는 풀수없는 막다른 골목에 갇혔을때 드러나는 것 같아요...
    그건 신뢰의 대상이자 전부인 어머니가 돌아오지않고, 계속 기다린 상황들과
    조금더 커서 그것이 어머니의 떠남인걸 알았을때의 분노같은..
    자신이 통제할수 없는 상황에서의 공포를 느끼기에 그 상황에 있는 타자를 통제함으로써
    벗어나려 하는...그리고 그것이 악인으로 귀결되고 마는,,
    일례로 저장강박증이란건 우리가 어린시절에 강제로 버리고 정리할것을 통제당했을때
    커서 드러난다고 해요..모든 인간관계의 어려움이나 상처들은 자꾸 어린시절로 귀결이 돼요..
    크리미널마인드도 그렇고요..그러고보면 인간이 최초에, 아주 나약할 때 겪게되는 충격이나 상처는
    도움없이는 치유가 불가능한게 아닌가 생각들어요..어지간히 의지가 띄어나서 성장을 맘먹는 인간이
    아닌이상....이 시점에서 "미움받을용기"가 떠오르네요..트라우마에 갇히지말라는..
    그 책이 또다른 자극으로 닿아오긴하지만, 어떻게 갇히지않고 잘 해석해서 극복하는 인간으로
    이 삶을 살아낼수 있는건지가 또 과제인듯싶어요..
    좋은책 감사합니다~~
  • 김정수 2016/01/05 15:38 #

    벌써 읽으셨군요. 책감상을 공유하는 기쁨을 주시네요.^^
    소설책의 묘미는 여러 사람들의 관계를 통한 정립을 3자의 입장에서 관찰하게 만들죠.
    어린시절 상처들은 성장기간동안 어떤 모습으로든 고통으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극복하는 과정이 사람이 될수도 있지만 저같은 경우는 많은 부분을 독서로 치유받았답니다.
    읽고 답글 달아주셔서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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