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와카마스 같은 친구가 있니_얀 이야기. 책읽는 방(국외)








"아, 그리고 이제야 생각이 났는데, 정말정말 미안하지만 버터하고 소금이 다 떨어져서 말이야.
만약 괜찮다면, 참말로 괜찮다면 조금만 꾸어 줄 수 있겠어?"라고 외쳤다.

"응, 그래! 내일 꼭 가져갈게."
나도 큰 소리로 대답했다.

그리고 들판 가득히 펼쳐져 있는 솔체꽃들을 짓밟지 않도록 마음을 쓰면서 조심조심 가로질러 버섯이
나는 숲앞에 이르자, 이번에는 작은 길의 왼편에서 꺾어져 비탈진 초원을 향해 걸었다.

한걸음 한걸음 초원의 비탈길을 오르는 동안, 조금씩 조금씩 나의 마음은 말로는 무어라 형언하기 어려운
어떤 행복감으로 벅차올랐다.


본문 中




어른들을 위한 우화 '얀 이야기'.
언덕 위 작고 아담한 오두막에 사는 고양이 '얀'에게 어느 날 몸을 꼿꼿히 세운 물고기 '카와카마스'가
(대구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키가 훤칠하고 주둥이는 구두모양이라고 한다_장수하는 생선)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얀'의 오두막 주변에는 초원과 작은 비밀의 숲들이 있어서 '얀'은 고급 버섯을 수확하며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다.
얀은 그닥 부지런하지도 않지만 게으르지도 않은 평범하고도 평온한 성품의 고양이다.
딱 자신이 먹을 버섯인 일용할 양식을 수확하고 일상에 필요한 주거를 수리하며 살고 있다.
그런 '얀'은 불편함이 없기에 주변의 친구나 이웃은 그닥 필요없을 것 같다는 인상을 받게 한다.

그의 오두막 밑으론 끝없는 초원과 숲이 펼쳐져 있고 따라 내려가다보면 은빛 물결의 강이 흐르고 있다.
그 강가 기슭엔 몸을 꼿꼿히 세우고 염치없이 '얀'에게 수프를 끓일 재료를 매번 빌려가는 친구 '카와카마스'의 오두막이 있다.

외로움을 모르던 고양이 '얀'이었지만 최초의 방문객인 카와카마스 등장으로 최초의 친구가 된다.
카와카마스는 날씨가 너무 좋아 멀리 산책을 나오다 발견한 얀의 집 방문처럼 둘은 우연히 정말 우연히 친구가 된 것이다.
둘은 사소하지만 주변의 환경이야기를 하고 헤어지는 것을 매번 반복한다.
카와카마스는 얀을 만나러 오면서 지었다는 '시'도 읊어주며 방문의 품격을 높여주기도 한다.
매번 그렇게 카와카마스가 찾아왔고, 돌아갈 때마다 '이름의 날' 축제를 들먹이며 카와카마스는 버섯 수프재료를 빌려간다.
하지만 돌려준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리고 얀 역시 빌려준 것에 대한 아쉬움이나 불쾌한 마음같은 서운함이 없다.

그렇게 매번 빌려가던 카와카마스는 차를 끓여 마실 수 있는 사모바르까지 빌려가고나서는 어느 날부터 방문을 중단한다.
얀은 그의 방문이 끊겨도 매번 그랬던 것 처럼 혼자서도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큰 비가 내리고 얀은 처음으로 버섯재료를 가지고 카와카마스를 찾아내려간다.
그리고 깨닫는다. 카와카마스는 자신을 만나러 5km나 되는 먼길인 높은 언덕을 내려와 수많은 초원과 숲길과 강가를
지나서 왔다는 사실을..
강기슭의 카와카마스 오두막에 처음으로 방문하고 사소한 대화를 끝내고 나오며 자신의 집을 걸어올라가며 행복감에
가슴 깊은 곳에서 울리는 친구의 우정에 얀은 벅차한다.

책의 두께도 얇고 내용도 반복적이며 단순한 우화집이다.
읽으면서 얀의 태도에 답답하다는 생각이 살짝 들었는데, 천천히 읽다보니 점차 편안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자신의 재료를 하나씩 빌려달라는 카와카마스의 요청에도 아무 문제없다는 듯이 빌려주는 얀.
결국 차를 끓여 마실 수 있는 사모바르까지 빌려가는데도 거리낌없다는 듯한 얀의 태도를 보면서 정말 문제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암시를 받았기 때문이다.

얀은 비가 엄청 오고 언덕 아래 카와카마스의 집이 걱정되어 내려가는 날, 알게 된다.
카와카마스는 산책하듯 들렸다고하지만 수없이 많은 초원과 숲길과 강기슭을 시와 함께 하며 얀의 집에 방문했음을..
혼자서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는 얀에게 축복같은 우정을 선물했음을..
그리고 얀의 삶이 더욱 풍성하게 친구와 함께 할 수있음을 깨닫게 되는 기적을 알게 됐음을..

이 작고 짧은 어른들을 위한 우화는,
어른이 되가며 상대의 진심을 놓치는 무덤덤함을 조용히 깨트려주는 부끄럽고도 아름다운 시간을 선물해 주고있다.


덧글

  • 감사감사 2015/05/18 21:26 # 답글

    아름다운 우정 이야기네요. 제가 그런 친구였던 적이 있는지 생각해보고 있어요 ^^
  • 김정수 2015/05/19 09:34 #

    편안하게 읽을만한 책이예요. 두께도 얇고요. ^^
    친구에 대한 진심어린 생각을 가질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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