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로 챙긴 친정어버이날, 그리고.. 우리집 앨범방






4일 아침엔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육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 정육점 문이 열기만 기다렸습니다.
넉넉히 1kg 소고기 꾸리살을 끊어와 주방에서 육회를 만드니 시어머니가 기웃거리십니다.

'너는 왜 회사 안나가냐?'
'오늘 년차여서 미리 친정 다녀올께요. 어버이날 못갈 것 같아서요. 친정아버지 좋아하시는 육회 좀 만들어 가려고요.'

그렇게 아침일찍 부산을 떨었음에도 육회거리 만들고, 꽃집들려 바구니 하나 들고
친정집에 들리니 12시가 다 된 시간이었습니다.

항상 침대에 누워서 반기는 친정아버지.
병마와 함께 하는 사람 특유의 냄새가 코에 먼져 와 닿습니다. 
환기를 아무리 해도 그렇다, 눈치챈 엄마가 묻지도 않은 대답을 하십니다.

일상복이 늘 잠옷인 아버지의 모습이 마음이 아픕니다.
하지만 약간 부운듯한 모습이어도 눈빛은 선명해지신 것 같고, 말씀도 또박또박 하셔서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싸들고 간 육회부터 덜어서 맛있게 드셔주시니 아침부터 부산떤 보람을 느끼게 해주셨어요.

동생내외가 같이 살아야할텐데 걱정을 하니, 늙으신 엄마, 아버지는 자식보다 두 분이 더 의지가 되신다며 웃으십니다.
그런데 예전엔 왜그렇게 싸우셨어요..ㅜ.ㅜ
내년이면 아버지가 80십이 되십니다.  뇌경색으로 쓰러지시고 8년째인데도 이렇게 잘 견뎌주셔서 감사할 뿐입니다.

연차를 낸 김에 이날만큼은 친정 부모님과 함께 하리라 맘먹고 추억들을 꺼내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습니다.
언제 이렇게 엄마, 아버지가 늙으셨는지 소리없이 혼자 놀랍니다.

언제하셨는지 새하얀 머리카락에 남은 염색머리카락도..
화장실로 걸어가는 더디고 둔한 발걸음들도..
거내는 사소한 안부에 진심으로 고맙게 느끼시는 눈빛들마져도..

다음에도 연차휴가를 평일에 내야겠습니다. 
어버이날은 제가 만들면 되는 거였어요.







왼쪽부터 제가 어머니께 드린 꽃바구니, 용희가 학교앞에서 사온 꽃바구니, 용석이가 사온 비누꽃바구니입니다.



매달 어머니와 골수섬유화증의 치료제인 자카비 복용상태를 점검받으러 병원에 같이 다니면서
어머니와의 관계가 많이 부드러워진 것을 느낍니다.
그리고 올 어버이날에는 그런 말씀까지 하셨어요.

'이번에 아프고 나서 확실히 알았다. 내게 잘하는 사람이 누구고 말뿐인 자식이 누군지..'

꽃바구니를 사다드리니 어느 해보다 고맙다고 하시며 받아주십니다.
아이들도 꽃바구니를 선물해주고.. 저와 남편도 참 기분이 좋아지네요.

올 해는 용희가 감사의 편지까지 선물해줘서 어찌나 행복하던지요.^^




덧글

댓글 입력 영역



이 이글루를 링크한 사람 (화이트)

745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