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_강신주. 책읽는 방(국내)








'화두'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누구나 불교를 연상했을 겁니다. 식견이 조금 더 있는 사람이라면
선불교를 떠올렸을 거고요. 불교의 최종 목적은 불교의 창시자인 싯다르타의 말씀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데 있지 않고, 싯다르타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 자신도 붓다buddha, 즉 부처가 되는 데 있습니다.

"성불成佛하세요!" 한마디로 부처가 되라는 겁니다. 사찰 중심부에는 석가모니釋迦牟尼, 즉 깨달은 싯다르타를
모신 대웅전이란 전각이 있습니다. 자세히 보시면 싯다르타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만의 삶을 영위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스님들이 싯다르타를 존경하는 이유는 그가 자신의 삶을 영위하는 데 멋지게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분명해지시나요. 싯다르타에게 절할 때, 스님들은 소망하고 있었던 겁니다.
싯다르타가 자신의 삶에 이르렀듯이, 자신도 언젠가는 자신만의 삶에 이르기를, 그래서 마침내 부처가 되기를.



본문 中



책 한 권을 가지고 정말 긴 시간의 독서를 마쳤다.
이번에 저자 강신주씨는 어려운 불교철학인 깨달음에 대하여 쉽게 이해를 돕기 위해 책을 내놨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48개의 화두를 다루고 있는 이 불교철학의 내용은 일상생활에 접목에서 내 것으로 소화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고, 그러다보니 긴 독서시간을 할애했음에도 마음이 쉽게 편안해지기 힘들었다.
화두 모음집의 제목이기도 한 '무문관-문이 없는 관문'이라는 말처럼 상식적인 생각으로 접근하기엔 아무래도
그 내용들이 대부분 역설적이기도 했고, 내가 요즘 일정에 쫓기듯 일을 하는 강박 탓이기도 했으리라.

다행히 나는 시어머니가 불교를 믿으시고 나이롱신자지만 어머니따라 절에 몇 번 다니다 보니 불교에 대한
거부감 보다는 호기심이 많은 상태여서 그런지 이 책으로 말미암아 '불교철학'에 대한 묵직한 가르침을
배운 기분은 든다.
불교와 기독교에 대한 비교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단 불교는 구체적으로 실행 가능한 실존적인 가르침들이 와 닿는다.
불교는 자신 스스로 부처가 되라고 말하고 있다. (본문 인용문 참조)
죽어서 천국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 살아서 인간이 살아 낼 수 있는 가장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라고 가르친다.
이것이 진정한 불교 정신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부처가 된다는 것(성불成佛)은 일체의 외적인 권위에 좌지우지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 당당한 주인공이
된다는 것으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사실을 말한다.

무문 혜개(無門慧開)스님의 스승, 그 스승의 스승, 또 그 스승의 스승을 쭉 따라 올라가다 보면 선불교의 원초인
임제 스님의 정신을 잇는 선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즉 무문관의 48개의 화두를 선별해 내놓은 이 불교해설서는
선불교의 대표적인 텍스트집이며 고난도의 화두집인 셈이다.
하지만 화두라는 것은 상식을 넘어서야 풀 수 있는 난제들로 가득하다. 강신주씨의 해설이 아니었다면 나는 아마도
머리를 부여잡고 몇 줄 읽다가 포기했을지도 모른다고 고백한다.

나는 많은 화두 속에서도 마음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된 것을 꼽는다면 '일체유심조 [一切唯心造]'라는 말을 꼽고 싶다.
모든 것이 내 마음이 지어낸 것이라는 뜻인데 '집착'에 대한 관념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아래 인용문 참조)


허영이든 무엇이든 진정한 자기의 모습, 그러니까 불변하는 자아가 있다고 믿고 그것에 집착하는 순간,
우리에게는 항상 고통과 불만족이라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오는 법입니다. 그렇지만 불교에서는 이런 고통과
불만족이 외부의 불청객이라기보다는 우리가 불러내는 유령과도 같은 것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일체유심조 [一切唯心造], 즉 모든 것이 내 마음이 지어낸 것일 뿐'이라는 가르침도 바로 이런 우리의 마음의
메커니즘을 폭로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선물받아 귀하게 아끼던 소중한 지갑을 잃어버리고 아깝지만 더 이상 생각하지 말자고 다짐할 때 그 자체가
이미 마음에 없어진 것을 각인시키는 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없어진 것에 대한 집착이란 것이다.
집착이란 얼마나 삶에 있어 자유롭지 못한 마음인가.
선불교의 가르침은 평범한 나에겐 참 어려운 교육이자 가르침이기도 하다.

역설적이기도 하고, 어쩌면 억지스러운 해학을 듣는 듯한 화두집이었다.
우리는 살면서 문이 없는 관문을 얼마나 통과해야 할까. 그 때마다 이 책은 나에게 답을 주게 될까.
자신없는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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