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엄마가 읽는 시






바다에서 막 건져 올린
해 같은 처녀의 얼굴도
새봄에 피어나는 산중의 진달래꽃도
설날 입은 새 옷도
아, 꿈 같던 그때
이 세상 전부 같던 사랑도
다 낡아간다네.
나무가 하늘을 향해 커가는 것처럼
새로 피는 깊은 산중의 진달래처럼
아. 그렇게 놀라운 세상이
내게 새로 열렸으면
그러나 자주 찾지 않는
시골의 낡은 찻집처럼
사랑은 낡아 가고 시들어만 가네


이보게 잊지는 말게나
산중의 진달래꽃은
해마다 새로 핀다네
거기 가보게나
삶에 지친 다리를 이끌고
그 꽃을 보러 깊은 산중 거기 가보게나
놀랄 걸세
첫사랑 그 여자 옷 빛깔 같은
그 꽃 빛에 놀랄 걸세
그렇다네
인생은, 사랑은 시든 게 아니라네
다만 우린 놀라움을 잊었네
우린 사랑을 잃었을 뿐이네.



- 김용택 '첫사랑'




..


책 속에서 마주친 김용택 시인의 '첫사랑'..
참 먹먹한 기분이 들어 한참을 시의 한 구절, 한 구절에 시선이 멈춘다.

영원할 줄 알았던 첫사랑의 그 떨림도 영원한 것이 아니고,
전부일 줄 알았던 그맹세도 영원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세월의 무게 속에서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덧글

  • wkdahdid 2014/12/16 02:27 # 답글

    오... 좋아요..
    쌉싸름하게 좋네요 시가~ ^^
  • 김정수 2014/12/16 09:35 #

    그쵸? ㅎ
    참 먹먹한 기분이 들었어요.
    영원한 것은 없다니요.. 사랑도 예외는 아니라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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