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없는 남자들_무라카미 하루키. 책읽는 방(국외)







한번 여자 없는 남자들이 되어버리면 그 고독의 빛은 당신 몸 깊숙이 배어든다.
연한 색 카펫에 흘린 레드 와인의 얼룩처럼.
(중략)
한 여자를 잃는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그리고 때로 한 여자를 잃는다는 것은 모든 여자를 잃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게 우리는 여자 없는 남자들이 된다.



'여자 없는 남자들' 본문 中



책 제목이 곧 모티브로써 무라카미 하루키 특유의 문체와 정서를 즐길만한 소설이 나왔다.
이번 단편소설은 어찌보면 가장 쉽게 저자의 성향을 이해할 수 있는 소설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총 일곱 편의 단편소설이 담겨 있지만 각기 다른 제목의 단편들의 내막은 틈틈히 연결되어 있고
또한 동일한 감상을 놓치지 않고 이어간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는 비현실적인 문체지만 낯설지 않는 인간의 본성, 감성을 진지하게 노크하며 독서를 하게 만든다.

각 단편에는 여러 가지 사정으로 여자를 떠나보내거나 떠나보낸 남자들이 등장해 그 이유에 대해 시간의 강물을
찾아가거나 또는 피해가며 시간을 보낸 남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설 속의 그 남자들은 관계했던 여자에 대해 깊이 알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으며 '일반적으로 몰아가는 것'을
지극히 거부하는 특별한 관계를 자부했던 남자들이었다.

우리가 살고있는 궁극적인 문제들은 결국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들이 아닐까.

수록된 소설들 중 흐름을 주도하는 남자들을 요약하자면,
연극배우 부부였던 가후쿠는 아내의 병으로 사별을 하게 되지만, 그녀가 생전에 외도한 사실, 아내의 행동에 대해
의문을 가진채 살아가고 있다. (드라이브 마이 카)
아내의 외도를 목격하지만 정면으로 맞서지 않고 조용히 떠나보낸 긴자의 가슴 속 상처를 그려낸다.(긴자)
여자의 독립기관을 인정하고 스스로 물러나 무(無)의 상태로 돌아간 나도 도카이씨의 이야기.(독립기관)
무한정 모든 걸 내주었던 여자가 홀연히 사라질 수 도 있다는 단절을 예감하는 하바라.(셰에라자드)

사실 나는 여자를 완벽히 이해한다는 자체가 넌센스라 생각한다.
'독립기관'이란 소설 속에도 주인공 도카이라는 의사가 여러 여자들을 만나면서 여자 전반에 대한 견해를 밝힌 것 중에
모든 여자는 거짓말을 하기 위한 특별한 '독립기관'을 태생적으로 갖추고 있다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중요하지 않은 일로도 거짓말을 하지만, 가장 중요한 대목에서도 거짓말을 서슴지 않는 다는 것.
연극 부부였던 가후쿠(드라이브 마이 카)가 아내의 외도이유를 결국 알아내지 못하고 사별한 것처럼 어느 특별한
남녀의 관계에서도 결국 여자의 본심은 파악하기 힘들다는게 결론이다.
그것이 거짓말인지 거짓말처럼 들릴지는 속는사람의 판단이겠지만 여자의 뇌는 분명 남자의 것과는 다르다는 뜻이다.

'셰에라자드'에도 그런 내용이 나온다.
열 일곱살에 짝사랑했던 남자를 품고싶은 욕망에 시작된 뜨거웠던 도벽도 어느 순간 거짓말처럼
사라졌던 것처럼 깊게 빠졌던 사랑일지라도 해안의 썰물처럼 사라져도 결코 이상하지 않다는 것.

여자는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고 또 그것이 헛된 것이라면 기꺼이 사라질 준비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혼란스런 남자들의 고민과 고독과는 아랑곳 하지 않은 채.

그러니 결국 많은 이야기들이 세상 속에 가득한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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