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밉다. 일상 얘기들..






지난주말, 친정엄마 백내장수술이 있었다.
수술을 잡았는데 혼자 가기가 겁난다는 친정엄마의 전화에 작년 시어머니도 같은 수술이 있었기 때문에
경험치가 생긴 나는 '아무 걱정 마시라'는 장담을 드리고 씩씩하게 병원으로 친정엄마를 모시고 갔다.

안과 의사선생님은 보호자인 나를 앞에 두고 조금 나무라는 언조로 '황반변상'이 완전히 진척되서 망막 중심의
신경조직은 이미 죽었다고 말씀하셨다.
놀라 그게 뭐냐고 내가 더듬거리자 물체의 상을 잡는 중심의 시신경이 회복불가능이란다.
망막 중심은 현재 검게 보이고 주변의 원들만 뿌옇게 물체만 보이고 있는 상태란 것이다.
노인성 질환이기도 하지만 너무 늦게 병원을 찾은 것도 원인이라고 하셨다.
보이는 왼쪽눈을 의지해서 그럭저럭 사신 것이다. ㅜ.ㅜ
오늘 하는 수술은 그저 수정체(안경으로 치면 유리)만 새것으로 바꾸는 것이라는 말씀이셨다.

친정엄마는 뭘 그런소리까지 애한테 하냐시며 수술이나 얼렁 해달라고 설명을 끊으셨다.
북적이는 토요일 안과를 찾은 환자들의 소리와 함께 머리가 띵하게 울려왔다.

생각해보니 친정엄마는 도무지 자신의 몸상태를 너무 점검을 안하며 사셨다.
몸이 아프면 무조건 '마이싱' 한 알로 해결을 하셨다.
오로지 '돈, 돈'을 외치시며 술에 빠져 현실을 회피하시던 아버지를 닥달하며 살림을 꾸려 나가셨다.
우리집 형제자매가 아무 탈없이 시집장가를 간 것은 어찌보면 엄마의 끈질긴 삶의 애착의 공이 크지만
지독하리만치 자린고비로 사시는 엄마가 너무나 미웠던 것도 본심이다.

나는 그런 엄마가 너무 싫었다. 빨리 독립하고 싶어서 결혼을 택했다.
결혼을 하고 몇 년이 지나자 다 알지는 못했지만 엄마가 불쌍하다는 생각을 가끔 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러다 아들만 챙기는 모습을 발견하면 화가 나 측은지심을 가졌던 내 마음을 몰래 취소하기도 했다.

이제서야 친정엄마가 너무 불쌍하다.
자신의 몸 하나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끙끙대며 사신 결과가 너무 초라하기 때문이다.
오른쪽 눈은 시신경이 반쪽짜리에.. 등은 굽고.. 골다골증에.. 동맥파열 스크레치로 수술을 앞두고 계시다.

괜찮다고 너무 걱정말라고 활짝 웃으시는 엄마가 그래서 더 밉다.
아니 너무 늦게 안 내가 너무 밉다.



덧글

  • 곰돌군 2014/10/21 17:26 # 답글

    너무 자책하지 마시길.. 어머님과 앞으로 행복해 지시길 빕니다.
  • 김정수 2014/10/22 08:00 #

    그래야죠. 왜 항상 우리는 늦게 알게 되는 걸까요?
  • 2014/10/21 17:3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10/22 08:01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seungyeon 2014/10/21 17:52 # 답글

    그냥 지나칠 수가 없네요.
    어머니 표정이 좋아보여요.
    행복하세요. :)
  • 김정수 2014/10/22 08:05 #

    세월과 중력의 힘은 어쩔 수 없겠죠.
    그래도 참 고마운 것은 친정엄마가 나이드실수록 긍정적으로 변하신다는 점 같아요.
    그것이 표정으로 나오고 있죠.^^
  • 2014/10/21 17:5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10/22 08:13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명품추리닝 2014/10/21 19:15 # 답글

    아들네미들 잘 키우신 것만으로도 충분히 친정어머니께 효도하신 거예요.
    친정어머님이 얼마나 자식 내외와 손주들을 자랑스러워 하시겠어요.
  • 김정수 2014/10/22 08:15 #

    반가워요. 덧글 남겨주셔서 감사드려요.
    저도 이번기회에 명품추리닝님 포스팅 읽었어요. 많은 정리와 힘이 되었답니다.
  • 2014/10/21 19:3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10/22 08:15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순수한 산타클로스 2014/10/21 22:22 # 답글

    친정엄마에 대해 비슷한 감정을 갗고 계신 분들이 꽤 될거예요. 참 쉽지 않죠 사랑하면서도 미워하고 애증이죠..
  • 김정수 2014/10/22 08:17 #

    쉽지 않다는 말씀에 미소가 지어지네요.
    가족이란 존재.. 그곳에 엄마라는 존재는 쉽게 단정지어서 판단하면 안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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