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자전이 느려진다면?_기적의 세기. 엄마가 뽑은 베스트셀러







"지구의 슬로잉 현상이 새들에게는 최후의 결정타인 것 같아.
우리는 오랫동안 지구와 지구의 생명체에 해를 끼쳐 왔어. 그리고 이제 결국 그 죗값을 치르는 거지."

나는 텔레비전에서도 이런 주장을 들은 적이 있었다. 새들이 죽어 가는 원인은 복합적이며 오랫동안
우리가 저지른 잘못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살충제와 오염, 기후 변화와 산성비, 전화 기지국에서
방출되는 방사선. 오래전부터 새들은 인간이 만들어 내는 온갖 위험과 싸워 왔지만, 슬로잉 때문에
자연계이 균형이 무너지면서 결국 버티지 못하게 되었다고 전문가는 말했다.



..



수백만 년 동안 자장은 태양의 방사선으로부터 지구를 보호하는 역활을 했다. 그런데 슬로잉이 시작되고
팔 개월이 지나자 자장이 약해지기 시작했다. 북아메리카 대륙의 서쪽 상공에 거대한 균열이 생겼다.
자장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본문 中





지구 자전의 감속, 이 책에서는 '슬로잉'이라 일컫는 대재앙이 지구촌에 맞닿드리며 시작된다.
하루의 길이가 24시간에서 30분, 60분, 30시간, 40시간, 70시간.. 걷잡을 수 없이 길어지면서 일어나는
자연발생적인 무서운 현상들이 지구 자전의 변화에서 시작된 것이다.
저자는 과연 이 무서운 상상을 어떻게 소설로 풀어가게 될까.. 참으로 진지하고 흥미롭게 책장을 덜쳤다.

인간의 힘으로 할 수 없는 것은 지진, 폭설, 병명이 밝혀지지 않은 전염병의 확산.. 사실 따져보면
인간은 미약하기 짝이 없는 존재다.
하지만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부하기에 그 모든 것을 이겨내리라 과학자들은 확신하고
우리들은 믿으며 살고 있다. 그래서 그간의 소설들은 영웅을 통하여 그 힘을 보여줬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지만 이 소설에는 전혀 영웅도 없고 해결책도 없으며 조용히(?) 잔인하다.
서서히 조여오는 올가미처럼, 천천히 올라가는 온도에 미동도 없는 냄비 속의 개구리처럼
결론된 지구의 종말을 바라보는 인간의 시선을 이 소설을 통해 상상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기적의 세기'는 톰슨 워커의 데뷔작이라고 한다. 소설을 읽다보면 소설이 주는 상상력의 끝장판을
보여주는 듯한 저자의 저자의 노련한 제시에 순간순간 두려움을 선사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것은 지구종말을 바라보는 시선을 꿈 많은 사춘기소녀에게 촛점을 두고 있기에 더 그렇다.

나이대에 비해 조금 조숙한 줄리아는 사회적 교육을 받고 있는 나이대이고 몸에 밴 조직성과 사회성을
바탕으로 생존에 대한 상상력을 가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신체의 성장과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더 강한 나이다.
어른들의 비밀스럽고 이중적인 행동에 야유를 보내지만 비밀스런 실험을 즐기는 나이인 것이다.

그런 '줄리아'와 그녀의 첫사랑 '세스'와의 지구변화를 지켜보는 현실은 암울하기 그지없다.
그리하여 한창 자라는 아이들임에도 다가오는 죽음의 현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그 죽음에 대하여는 어른들이 느끼는 두려움이기 보다는 단지 자장의 변화로 죽어가는 동.식물들의 결론처럼 깔끔하다.

언제까지나 살 것같이 정치적, 사회적 조치를 강구하는 어른들에 비해 아이들은 결국 지구로 귀환하지 못하고
죽은 우주인들처럼 인간도 시간적 유예일뿐 죽는다는 것을 짐작하는 것이다.
인간은 언젠가는 죽을 것이고 그것이 단지 노화나 질병이 아닌 지구변화일 뿐이라는 것.
'세스'는 슬로잉병으로 죽는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천천히 죽는 것'보다 '빨리 죽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소설은 지구의 자전 속도가 현저히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보여지는 사회적 상황들과 분열들을 보여준다.
고래들이 해변을 올라와 떼죽음을 당하고 인간은 구토, 빈혈, 기절, 심리적 정신장애를 일으킨다.
그러다 급기야 자장의 이상으로 방사선이 누출되는 상황까지 차분하게 그려내고 있다.

인간은 끝까지 삶의 희망을 놓치 않고 방사선의 피해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쥐어짤 수 있는 과학의 능력을 동원하여 인공적으로 인간을 보호한다.
하지만 결국은 죽는다. 이것은 불변이다. 결론이다.

나는 지구종말이 만약 온다면 '기적의 세기'에 저자가 상상한 이 소설의 내용처럼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인간은 아름다운 지구를 너무나 쉽게 훼손했고 방치했다.
꾸밈없는 사춘기 소녀 주인공 '줄리아'를 통해 저자는 지구의 종말에 대해 환경파괴범들인 인간들을 향해
얼마 남지않은 지구촌 운명을 지키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 소설은 성장소설도 SF 소설도 아니다.
지구촌에 살고있는 인간에 대한 경고다.






덧글

  • wkdahdid 2014/10/07 10:28 # 답글

    ......
    공포스럽네요...
  • 김정수 2014/10/07 17:57 #

    소설은 그렇게 공포스럽지 않습니다. ㅎ
    공포스러운 현상을 작가는 공포스럽지 않게 담담히 적어내려갔거든요.
    상상하면 무섭게 느껴지는 그런 소설입니다..
  • 흥겨워 2014/10/07 22:32 # 답글

    NGC의 인류 멸망 시리즈 다큐 보시면 좋아요.
    10편 안에 '지구의 자전이 멈추다'편이 있거든요.
  • 김정수 2014/10/08 08:10 #

    그렇군요. 만약이라는 가정이 사실이 된다는 사실이 공포스럽겠지요.
    추천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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