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끝모습을 보는 영화_해무. 엄마의 산책길







"이 배에서는 나가 대통령이고 판사고 느그들 아부지여!!"




선장 '김윤석' 대사 中



'해무'를 보고 영화관을 나서는 대부분의 관객들의 얼굴들은 충격을 받은 듯 조용했다.
'잼있었다, 재미 없었다' 라는 대체의 평들도 생략되었고 밝아오는 통로를 따라 침묵이 착찹하게 이어졌다.
이 영화는 보는 관점에 따라 많은 사색을 주기에 충분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잔인하다거나 야하다는 의미로 '청소년 관람불가'영화가 아니었다.
'돈'과 '욕망'에 얽메어 있는 이 세상에 대한 어른들의 물음이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1998년 IMF 시절, 휘청거렸던 거품경제가 사라졌던.. 실체를 빼곤 다 사라져야했던 그 시절이야기다.
감척사업으로 위기에 몰린 전진호 선장은 생존위협을 느끼고 본연의 생업인 어선이 아닌 밀항을 선택하면서
이 영화는 시작된다. 오로지 돈을 위한 밀항을 선택한 선장의 결정에 선원들을 잠시 흔들렸지만
선금을 손에 쥐어주고 '한 배를 탔다'는 부선장의 강압으로 이내 잠잠해진다.
많은 인원의 밀항조선족을 태웠고 해양경찰단속을 피하기 위해 대형어항에 몸을 숨기게 하기도 하며 항해를 하지만
결국 낡은 어선의 부품폭팔(프레온카스)로 조선족 밀항인들은 모두 숨지게 된다.

여기서부터 영화는 해무의 뿌연 시야처럼 갈등과 결정과 대립과 출동이 일어난다.
기본을 무시한 시작은 어느순간이든 그 결과를 보게 되는 법.
그 어선은 돈과 타협하고 밀항을 선택한 처음부터 이미 잘못된 출항을 했다.

잘못된 시작 이후 벌어지는 사건에 대한 수습은 어떤 상황이든 본능일 수 밖에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어떤 희생을 치루든 배만 살리면 된다는 선장과 결과만 좋으면 어떻든 상관없다는 부선장과 선원들.
인간미 넘치는 기관장이 있지만 의지가 너무 약해 시신수습과정에서 정신착란마져 일으키고 말고..
선원 초년생(박유천)만이 불의와 사랑을 지키겠다는 신념으로 힘겹게 싸우는 모습은 가엽기 그지 없었다.
앞이 보이지 않는 해무 속에서 인간성을 상실한 사람들의 결투는 이제 '지켜야하는 것'하나로 단순화된다.
선장(김윤석)은 '배'였고, 초보선원(박유천)은 사랑하는 여자, 조선족 홍초(한예리)였다.
배를 지키기 위해 기관장(문성근)을 죽이는 장면은 무서웠고 잔인했고 가여웠다.
마지막 순간에 인간성을 잃어버린 모습에서 관객들은 경악했고 눈을 감았다.

우리는 늘 앞만 보고 달리기만 하는 것 같다.
어느순간 몸에 묻은 흙의 출처의 원인은 궁금해 하지 않은 채, 그냥 툭 털고 지나쳐 잊고만 사는 것 같다.
영화는 우리가 사는 이유. 우리가 본능적으로 지켜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해주고 있었다.
그것이 정의라 해도 좋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라해도 좋을 것이다.

잘만들어진 영화라 생각이 든다. 역시 봉준호씨, 심성보감독이다.
각본도 구성도 다 좋았다고 생각이 들었다.
몰입의 극치를 달리게 한 선장역의 김윤석씨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 선장역은 김윤석씨가 아니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박유천씨도 영화가 처음이라는게 무색할 정도로 연기력이 좋았다.

여운과 잔상이 많이 남는 영화다.


덧글

  • wkdahdid 2014/08/19 11:38 # 답글

    제 취향은 아니지만 보러갈까봐요~
    박유천군 때문에..ㅎ
    근데 내용이 정말 시리어스 그 자체인듯 하네요..ㅠ
  • 김정수 2014/08/19 11:46 #

    시작부터 끝까지 눈을 뗄수가 없더군요.
    무섭기도하고 슬프기도하고 가엽기도하고 많은 감정이 교차되는 영화였어요.
    박유천 좋아하시는군요? ^^
  • 현성 2014/08/19 12:48 # 답글

    뭔가 누가 콕 찝어 잘못한건 없었는데 그냥 그렇게 점점 미쳐가는 사람들의 모습이안타까웠어요. 선장님도 결국 배와 사람들, 가정들을 지키려고 그랬던거잖아요. 결과적으로는 나쁜일이 되었지만. 박유천은 진짜 기대 이상의 연기였습니다.
  • 김정수 2014/08/19 15:43 #

    아.. 보셨군요.
    점점 미쳐가는 사람들.. 그 표현도 적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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