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스크랩_무라카미 하루키. 책읽는 방(국외)






<에스콰이어>에 이런 달리기 중독자를 위한 마라톤 안내가 실렸다.
기사에 따르면 풀코스 마라톤에 출장하고 싶은 사람에게 필요한 훈련량은 '일주일에 80킬로미터씩
두 달 동안 계속 달리는 것'이다. 이것을 해내지 못하면 마라톤에 출전할 자격이 없다고 한다.
(중략)
가장 인기 있는 대회는 뉴욕 마라톤, 1981년에는 사만 명이 참가를 신청하여 일만육천 명이 달렸다.
꼭 참가하고 싶은 사람은 신청 개시 전날 밤부터 맨해튼 우체국 앞에 줄을 설것.
아니면 1,000달러의 회비를 내고 '뉴욕 로드러너스 클럽'회원이 될 것.
마라톤에 출전하기도 전에 지쳐버릴 것 같은 얘기다.



-19821220 '미국 마라톤 사정' 본문 中



뉴욕에 있는 '애니멀 메디컬센터'라는 동물병원에는 사회복지사가 전속으로 있다.
사회복지사라고 동물을 상담하는 게 아니라, 병에 걸린 애완동물의 주인을 위로하거나
설득하는 것이 이 사람들의 주요 업무다.
이 병원 의사 얘기로는, 뉴욕만큼 애완동물과 주인이 정신적으로 깊이 맺어진 곳은 없다고 한다.
그러니 당연히 애완동물의죽음은 주인에게 큰 충격을 준다. 그러나 의사는 일 자체가 힘들고,
시간도 한정되어 있어서 주인을 위로하거나 이해할 여유가 거의 없다.


-19841220 '뉴욕에서 애완동물의 죽음이란' 본문 中



지금 미국에서는 격력한 콜라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TV나 라디오에서는 끊임없이 라이어넬 리치가 부르는
펩시의 광고 노래가 흐르고, 코카콜라 측은 맛을 새롭게 한 'New Coke'로 공세를 가하고 있다.
나는 콜라를 그다지 즐겨 마시는 편은 아니어서, 펩시든 코카콜라든 올드든 뉴든 별차이를 느끼지 못하지만,
일반 미국인에게 이것은 상당히 중요한 문제인 것 같다.

-19850905 '콜라전쟁' 본문 中




무라카미 하루키가 1980년대를 추억하는 'the scrap(더 스크랩)'에세이집이다.
그의 담담하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소탈한 문체가 책 속에 녹아있어서 읽다보면 편안하게 시청하는 기분이다.
예전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잡문집'을 읽었던 추억이 새록새록 날만큼 그의 편안하고 성실한 표현들이 만족스럽다.

이 책은 하루키가 미국 잡지(에스콰이어, 뉴요커, 피플, 롤링스톤, 라이프, 뉴욕타임스 등)에서 흥미가 당기는 기사를
스크랩한 후 일본어로 번역하며 하루키만의 감상들을 모아서 만든 에세이집이다.
일본의 <스포츠 그래픽 넘버>에 연재한 81편의 글들이다.

대부분 이슈되었던 큰 뉴스거리 위주라기 보다는, 시시하지만 우리들 추억 한 켠을 자리하고 있는
1980년대(1982년부터 1986년까지)잡학상식들의 모음이랄까.

음..연대를 보자면 나의 중고등학창시절의 사건들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세대가 읽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은 과거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모를리 없으니까.

인용된 스크랩 부분만을 보더라도 식사하면서, 술마시면서 지인들과 식구들과 두런두런 화제로 꺼낼만한
소재들로 가득했다. 당시만해도 모든 세계의 뉴스는 미국에서 시작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소소한 과거의 향수를 다시금 만져볼 수 있는 시간이랄까.

미국 잡지나 신문이라 해서 느슨한 기획은 없다는 것이 하루키의 총평이다. 전체적으로 디테일하고 건강한 시각으로
미국 구석구석의 화제들을 다루고 총평했다. 우리네 삶이 뮤지컬처럼 화려하진 않아도 치밀하고 근거있는 것처럼
하루키의 에세이를 읽다보면 내 삶을 총평해보는 시간을 갖게된다.

아무튼 그의 스크랩으로 기분좋은 기억을 상기하는 시간이었다.
부록으로 스크랩에 도전해보라는 듯 종이 바인더책이 끼어 왔는데 흥미로운 신문칼럼이라도 스크랩해볼까..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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