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지 않기. 일상 얘기들..




베란다 한 켠에 심으신 상추들_새싹들이 옹기종이 나오기 시작한다.


용희가 대학생이 되기전에 서울로 이사하는 것이 우리부부 최근 소망이었다.
서울쪽에서 살면 애들 통학도 자유로울뿐 아니라 사람의 사고도 보는만큼 성장한다고 믿기 때문이었다.
우리부부는 의견이 일치하면 실행은 거침이 없어서 대화의 보람이 있는 편이다.
어머니는 우리 의견을 분명히 따라주실테니 서울에 살면 어디쯤이 좋을까 부터 시작해서 참 행복한 고민과 대화가 있었다.

애들없는 주중, 치킨에 맥주 한 잔씩 하면서 어머니께 우리의 의견을 전달했는데,
당연히 우리 뜻을 따라주실 줄 알았던 어머니는 펄쩍 뛰시듯 반대하셨다.
당신이 얼마나 산다고 또 이사냐고 하신다.
이사오고 8년차 친한 친구분들고 헤어지기 서운하시겠지만 손자들의 미래를 위한 결정인데 심하게 서운해 하셔서
우리부부도 많이 당황하고 섭섭한 마음이었다.
일단 다시한번 생각해 보겠다고 했지만 제일 큰 어른이 거부하시니 당연, 이사는 안되는 것이었다.

결론없이 며칠이 지나던 어느 날, 남편이 내게 말했다.
우리가족이 이리로 이사오고 좋은 일만 생겼으니 집에 복이 있는 거로 생각하자는 것이었다.
하긴, 집터도 사람과 맞는다면 그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고, 어머니가 남은 여생을 정착하고픈
마음도 이해해 드리고 싶어 알겠다고 말했다.


..


떠날거라고 생각할 땐 모든게 버릴 것 투성이었는데, 다시 산다고 생각하니 닦게되고 더 청소하게 된다.

어머니는 우리의 이사포기발언 이후 친구분들과 더 유대관계가 돈독해지셨다.
씨앗을 얻어다 베란다 한 켠에 심으시고 물뿌리개로 정성을 보이신다.
씨앗을 심는다는 것은 수확의 시간을 기다린다는 의미다.
새싹이 참 이쁘다고 와서 보라고 자랑하신다. 네.. 참 이쁘네요. 어머니.

주말엔 노인정에서 한지공예품을 만들었다며 자랑하신다.
내가 만들어도 이렇게 못할 것 같다고 진심으로 칭찬해드렸다.
칭찬을 해드리니 어머니가 너무 좋아하시고 웃으시니 나도 기분이 좋아 같이 웃게된다.
사실 변한건 하나도 없는데 떠나지 않을거라는 사실 하나로 모든게 안정이 된 기분이다.

이러니 마음가짐이 얼마나 중요한가.



어머니가 직접 붙이고 만드신 종이한지공예


덧글

  • 나무그늘에서대화 2013/10/08 08:04 # 답글

    아쉽지만 어머니 마음을 헤아릴수 있는 복된 분이시네요. 이미 복은 받으신듯, ^^
  • 김정수 2013/10/08 12:11 #

    과분한 칭찬이시네요.^^
  • 이재현-열매맺는나무 2013/10/13 09:37 # 삭제 답글

    그렇지요. 저희 어머니도 돌아가시기 전까지 한 집에서 20년 넘게 살다 가셨습니다. 아무리 아이들이 오시라 해도 어렵지요. 친구들도 모두 그곳에 있는데 이사하셨다면 아마 귀양살이 하는 기분이셨을 것 같아요. 그래서 고목은 함부로 옮겨심는 법이 아닌가 봅니다. ㅎㅎ
  • 김정수 2013/10/15 09:24 #

    네. 이젠 이사얘기는 쏙 들어갔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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