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그릇 경전.. 이덕규. 엄마가 읽는 시





밥그릇 경전



이 덕규



어쩌면 이렇게도
불경스런 잡념들을 싹싹 햝아서
깨끗이 비워놨을까요
볕 좋은 절집 뜨락에
가부좌 튼 개밥그릇 하나
고요히 반짝입니다



단단하게 박힌
금강金剛말뚝에 묶여 무심히
먼 산을 바라보다가 어슬렁 일어나
앞발로 굴리고 밟고
으르렁그르렁 물어뜯다가
끌어안고 뒹굴다 찌그러진



어느 경지에 이르면
저렇게 마음대로 제 밥그릇을
가지고 놀 수 있을까요



테두리에
잘근잘근 씹어 외운
이빨 경전이 시리게 촘촘히
박혀 있는, 그 경전
꼼꼼히 읽어 내라가다 보면
어느 대목에선가
할 일 없으면
가서 '밥그릇이나 씻어라'그러는



..



세상 모든 갈등의 원인이 밥그릇 싸움에서 발생한다.
그만큼 밥그릇의 의미는 생존과 결부되어 있기 때문이다.
밥그릇이란 모든 욕망의 다른 이름이다.
먹고 산다는 일, 그 일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인간이 인간답게 자신의 생존을 유지하느 냐 하지 않느냐의 문제는 중요하다.
그것은 예속과 종속의 문제와도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요즘이야 먹거리가 흔하니 오히려 비만을 걱정하는 시대가 되었다.
불과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배를 곯고 산 가난은 지천이었다.
이 시를 읽고 있으면 가슴 한쪽이 무거워지는 이유도 바로 이런 가난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세상에서 해야 할 어떤 일보다 가장 우선으로 해야 할 일이 밥그릇을 챙기는 일이다.
자유도, 종교도, 사랑도 밥그릇을 깨끗이 닦고 챙긴 후에 할 일이다.
(주병률 시인의 해설)


..


사람이 한 평생 사는 시간을 80십으로 봤을 때, 마흔은 인생의 반환점을 도는 시기다.
가장 많은 책임감을 지는 시기라 가족의 생계가 큰 부담으로 어깨를 누르고 있다.
하지만 이 시기가 되면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바닥이 보이는 시기기도 해서
질병에 대한 두려움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정신적으로 위축되게 한다.
그러기에 더 많은 위로를 받고 싶어지는 지도 모른다.

사람은 어느정도 자신이 부족함을 느낄때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는 시야를 갖는다.
부족한 마음을 아는 것은 그만큼 세상의 시들을 담을 수 있다는 뜻.
마흔의 문턱을 넘은 많은 이 땅의 사람들을 위로하는 시들을 만났다.
주병율시인의 깔끔한 해석이 시들을 더 빛나게 해준다.

읽으면서 많은 위로와 힘을 얻었다.  좋은 책이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



이 이글루를 링크한 사람 (화이트)

745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