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보고 싶어서 바람이 불었다_안도현 아포리즘. 책읽는 방(국내)






이 세상의 아름다움이란 날렵한 고속철도의 속도 안에 있는게 아니다.
아주 작고 느린 움직임들이 모여서 아름다움을 이루어낸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작고, 느림이 세상의 중심이 되지 말란 법은 없다.

느리다는 한 가지 이유만으로도 증기 기관차는 충분히 낭만적인 기계이다.
안락하고 빠른 기차들이 질주하는 시대는 낭만이 거세된 시대읻.
철길은 서로 그리워하기 때문에 서로 몸을 맞대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기차의 숙명이다.


-작고 느린 움직임 中



겨울은 아무래도 동선을 아끼게 되다보니 부수적으로 생각이 많아진다.
한 해를 마감하면서 달려온 시간들을 돌이켜 보게 만드는 것이다.
한 번쯤 삶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의미에서 겨울은 참 고마운 계절이다.

안도현씨의 '네가 보고 싶어서 바람이 불었다'라는 산문집을 집어들고
제일먼저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지나온 나의 시간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을
정리하게 해주었고 그동안 직장에서 받았던 피폐함도 치료된 기분이 들었다.

안도현 아포리즘_ '네가 보고 싶어서 바람이 불었다'
이 책에서 그의 명상이 묻어 있는 아름다운 글과 삶을 만날 수 있다.
뭐랄까.. 삶을 대하는 자세랄까..예의를 배우게 해준다.

첫 장을 열면 이런 글을 만난다.

"삶이란 무엇인가. 물어도 물어도 알 수 없어서 자꾸 삶이란 무엇인가,
삶이란 무엇인가 되묻게 되는 것이 삶이다. 삶, 답이 없다."

삶이란 정말 무엇인가.
그의 명상록을 다 읽고나면 자신의 삶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의 삶에 대한 정의는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의 연속이라고 보는 듯 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가정을 이루지만 그것으로 해피앤딩은 아니다.
또다른 가족의 만남으로 불편해하면서 감정을 감추기도하고 그로인해 어렵게 살기도 한다.
이해했다고는 겉으로 말은 하지만 여전히 오해를 가지고 살고 있으며 불편해하고 뒤에서 험담을 하기도 한다.
내 주장이 맞다고 생각하기에 그를 용서하고픈 여유도 없다.
가정이 이럴진데 사회에서 만난 이들의 관계는 연극이 따로 없다.

결혼해서 가장 불편한 관계는 누굴까. 바로 시어머니와 아내. 남편의 입장이 아닐까.
어머니와 아내의 관계를 보여주는 시리즈 글은 그녀들의 심정(관계)를 잘 나타내주고 있다.
(아래 인용문 참조)



아침 출근 시간을 들여다보자, 어머니는 "밥 먹자."라고 하시고
아내는 "식사하세요."라고 한다.
어머니는 밥상을 차려 어떻게든 아침밥을 먹이려고 하고,
아내는 식탁 위에 샌드위치와 우유를 내놓을 때가 많다.
어머니가 "얘야, 사람은 밥을 먹어야지."라고 하면,
아내는 "이 정도 열량이면 건강에 아무런 지장이 없대요."라고 한다.
그럴 때면 배운 게 없는 어머니는 위축되고, 배운게 많은 아내는 당당해진다.

저녁때도 마찬가지다. 어머니는 유독 당신 아들 앞에 맛있는 반찬을 갖다
놓으려고 하고, 아내는 그러 보고 샐쭉 토라졌다가는 여섯 살 난 아들 앞으로
반찬을 슬쩍 옮긴다. 고추 달린 아들 둘을 앞에 두고 어머니와 아내가 서로
신경전을 벌이는 것이다.

-어머니와 아내의 차이4.


사실 모든 것은 시간이 해결해 주기에 아내는 나이를 먹고 어머니 나이가 되면 그때의 어머니 마음을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지나고 나서야 알 수 있는 것들이다.

우리가 그의 산문집을 읽으면서 공감하는 것이 그 이유다.
그렇다면
지난 흑백사진첩을 보면서 애틋하고 그때의 관계 속 시간의 아쉬움을 갖는것을 깨닫는다면..
 
왜 지금 ..이시간에는 갖지 못하는 것일까.
관계의 해명은 시간이 해결해 주기보다 현실에 부딪쳐 고민하는 사람에게 행복을 준다.





덧글

  • 새날 2012/12/31 10:27 # 답글

    글의 제목에서 왠지 이소라씨의 바람이 분다 라는 노래가 오버랩되는 느낌이었어요.
    세상은 온통 빠름만을 외치며,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이런 잔잔한 글이 상처 입은 정서를 일정 부분 치유해 줄 수 있을 듯하군요.
    감사합니다.
  • 김정수 2012/12/31 11:36 #

    이소라씨의 '바람이 분다'.. 참 좋죠.. 저도 갑자기 다시 듣고 싶어집니다.
    말씀처럼 KTX 안에서도 답답함을 느끼는 젊은이들에게
    이 책을 선물해주고 싶군요.
    참..안도현씨의 문학생활 30년을 결산하는 책이기도 합니다.
  • __랄라_나 2012/12/31 11:20 # 답글

    역시, 가끔 오지만, 참 좋은 블로그 입니다. 저도 한 권 사서 봐야겠는데요;
    새해 즐거운 일 가득 하세요~
  • 김정수 2012/12/31 11:37 #

    반가워요^^

    건강하신가요?^^ 기회되시면 이 책 한번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마음의 치유를 받으실 거에요.
  • chocochip 2013/01/01 10:51 # 답글

    사실 아무리 빠르고 새로운 것을 요구해도 막상 결과를 보면 그닥 빠르지도 않고 새롭지도 않은 일이 태반입니다. 하지만 '빠름'을 반복해서 외치며 사람들 불안과 긴장, 그리고 공포로 몰아넣는 참 못난 사회입니다. 다소 느리더라도 모두가 한발짝 같이 움직일 수 있는 그런 사회를 꿈꿔봐요.
    올 한해, 혼자 먹고 사는 생활도 뭐 그리 바쁘고 심란하다고 자주 찾지도 못했습니다만, 언제나 자리를 지켜주고 계시는 느낌에 한번씩 올 때마다 마음에 힘을 얻고 갑니다. 저에게는 없는 '어른'의 모습을 갖고 계신 것 같아 언제나 존경스럽고 또 요샌 부럽기까지 하답니다.
    하지만 그냥 얻으신 게 아니라 언제나 담금질하고 깍아내며 이루신 것이란 걸 새삼 알아가요. 2013년에는 큰 평화와 큰 위로가 정수 님께 전해지고 더 큰 만족과 보람 얻으실 수 있길 기원할게요. 한해 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손윗분께 할 표현이 아닌 줄 알지만 '수고하다'는 말이 갖는 의미 그대로 박수를 곁들여서 보내요!)
  • 김정수 2013/01/01 09:01 #

    말씀처럼 문명의 속도만큼 사람의 행복은 따라가지 못하는 불편한 진실 앞에서
    올해는 조금이라도 다르게 시작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요.
    반복하고 힘들어하는 삶에서 얻는 것은 후회밖에 없을 테니까요.

    지나고 보면 모든게 참 부질없고 부끄러운 시간들이 많았지만 그럼으로
    조금이라도 한계단씩 성장하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힘이되는 말씀, 감사합니다. chocochip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힘내시고 성장하는 2013년이 되시길
    진심으로 기원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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