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나 깨나 그놈의 농사 얘기였다.
하지만 막상 서둘러 전화를 끊고 나니 죄송스러운 마음도 없지 않았다.
전화 통화뿐만 아니라 아버지와의 대화는 매번 비슷하게 끝이 나곤 했다.
자신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서로에게 답답해하는, 그런데도 용케 바퀴가 굴러가는 걸 보면
탁월한 인내의 피가 면면히 흘러오는 집안이었다.
아버지와 통화를 마치자 의외로 신선한 바람도 함께 불어오는 것 같았다.
본문 中
이 책은 지난 2010년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작으로 소개된 영화의 원작이다.
저자 김도연씨는 책 뒷면에도 나와있지만 동물과 대화를 하는 분이라 한다.
예전 같으면 믿지 않았지만 TV에도 소개된 화제의 인물도 본터라(그 분은 동물 심리치료사였다)
믿을 수 있었다. 그런 저자 본인의 심적능력을 발휘하여 소재로 활용한 흥미로운 소설이다.
이 책은 화자 '나'의 입장에서 스토리를 끌고 가고 있지만 각기 입장으로 소설을 상상하며 읽어도 잼있을 듯 했다.
화자 '나'는 부모님과 농사를 짓고 있는 귀향청년이다.
소의 힘을 빌리지 않고 농사를 짓는 시대에 사는데도 아버지는 소에 대해 고도의 집착을 보인다.
오줌과 소똥도 어마어마하게 싸는 녀석의 뒷치닥거리는 모두 '나'의 일거리다.
나는 사사건건 간섭하는 아버지와 지루한 농촌생활에 불만이 많다. 그는 쇠똥만 치우다 청춘을 보낼 처지가
한탄스러워 부모님 몰래 소를 팔러 우시장으로 향한다.
소를 팔러 우시장으로 향하던 중 소설 속 호칭 '메리'가 친구의 부음을 알려온다.
그녀는 그의 과거 친구와 결혼한 연인이다.
그는 소와 함께 그는 옛사랑이 상복을 입고 있는 장례식장으로 간다.
그들의 호칭은 '폴, 피터, 메리' .. 악당의 손아귀에 있는 메리를 구해줘야 하는 폴 인것인가?
소설은 꿈과 현실을 오가며 혼란스럽게 이어가고 있다가(읽다가 헷갈릴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
어느 순간 소와 폴이 대화를 하고 또 메리와도 대화를 한다. 오호~
불교에서 소는 영물(靈物)에 속한다. 절에 가면 벽화로 볼 수 있는 심우도(尋牛圖) 또는 시우도(十牛圖)는
인간의 본성 혹은 진리를 찾아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을 목동이 소를 찾는 것에 비유해 묘사한 것이다.
소가 곧 진리의 상징인 셈이다. 소설 속에서도 심우도에서 내려온 동자승, 즉 소년이 등장하여
바닷가에서 그의 소에 올라타는 진풍경을 보여준다. 이 대목부터는 무조건 불교적인 해석이 필요로 한다.
즉, 이 소설은 소와의 여정을 통해(결국 집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마무리된다.)인간의 번뇌와 무욕의
한계를 보여주는 듯 보인다.
가족은 힘이 되기도 하지만 끊을레야 끊을 수 없는 인연의 쇠심줄같은 존재기도 하다.
그는 지긋지긋하지만 결코 끊을 수 없는 부모와의 인연에 넌더리를 치면서도 버릴 수 없는 자신을
여행을 통해 서서히 느끼게 된다. 소에게 마지막에 이름을 지어준다. '피터'.
불교에서 말하는 환생인 셈이다. 소(피터)는 메리와 잘되길 바란다고 조언까지 서슴치 않는다.
소설은 조금 난해하기도 하고 잼있는 동화같기도 하다. 그의 번뇌의 근원지인 '맙소사'를 불태우고
(물론 현실적으로 그의 소행은 아니다) 막을 내린다. 그의 번뇌는 마음에서 시작되어 마음으로
치유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네 삶의 번뇌는 버리고 도망간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그 안에서 당당히 직시하며 서로를
보듬어 주고 용서해주면서 치유되는 과정인 것이다.
그들의 마지막 대사가 혼란스러울 독자들에게 그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이제 그만 지지고 볶으러 집으로 가자'
























덧글
작년엔 강릉에서 제일 큰 '모루' 도서관에서 저자와 함께 영화보고 대화도 나누는 이벤트가 있었더랬는데 전 참여하지 못했어요.
예상하셨겠지만 제 게으름으로 말미암아...ㅠㅠ
정수님 포스팅을 보니 소설이 생각보다 복잡할 것 같아요.
일단은 면허부터 따고 나중에 읽어봐야겠네요.
ㅋㅋ 오늘 처음 도로주행을 했답니다.
근데 약 30분 탔으려나? 강사님, 아니 무엇보다 제가 먼저 깨달았어요.
전 1종 보통 면허완 멀어도 너~~무 먼 사람이란걸.
우린(강사님과 저) 100% 동감하는 맘으로 연습면허 2종 오토로 바꿨답니다.
- 제가 1종은 포기한다니까 강사님이 막 ~~신나하시는 것 같았음. ㅡ,.ㅡ ;;
그나저나 와우! 기어 변속 않해도 되니 정말 살 것 같았어요.
이건 뭐, 거의 범퍼카 수준.^^
- 근데도 시험에서 떨어지면 넘 창피할 것 같아요.ㅠㅠ
남자주인공이 박해일분위기 난다고 해요. ㅋ
2종보통으로 바꾸셨군요? ㅋㅋ 잘하셨어요.
1종 따도 오토로 다 끄는데 일부러 고생하실 필요 없어요.
대신 연습 많이하고 사고 안나는게 더 현명한겁니다.
전 요즘 주차연습하고 아파트 커브길 연습하는데 나름 잼있네요.
근데 오늘 회사주차장에서 쭈욱~ 긁어먹었어요. ㅜ.ㅜ
시우도의 마지막은 깨달은 자가 거리의 장사꾼과 하하호호 담소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 제목이 빛나는 자가 먼지 속으로 들어간다 였던가? 뭐 그랬습니다. ^^;;;
이 책은 불교의 의미를 정확히 살리려 소설화 한 것 같지는 않고..
(그럼 너무 독자들이 부담될테니까?.. 또 영화는 불심의 일부분을 정리해서 간결하게 감성적으로 축약시켰다고 하더군요)
세상사 복잡하고 지겨워도 당당히 마주보고 살아가자는 뭐. 그런 뜻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더군요.
이 책을 읽고 저도 시우도를 여러편 구경하게 되었는데 여러 생각이 교차되더라고요. 마음도 편안해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