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없던 기억도 만든다. 우리집 앨범방




귀하게 입수한 내 국민학교(당시엔 이렇게 말했다) 입학사진^^


지난 주말 어버이날 기념해서 미리 친정집에 갔을때 아버지가 건내주신 사진 한 장.
변변한 어렸을 적 사진 하나 없는 내게는 소중한 선물과도 같다.
난 어렸을 적 사진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리 딸만 세 번째 난 엄마의 실망감을 이해하고, 당시 살림이 어려웠던 상황을 듣고 자란 나였지만  
어떻게해서 나의 어린시절 추억을 유추할만한 사진 하나 변변히 없는것인지..
정말 그것이 절대적인 이유였는지 자라면서 의심을 품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형제들의 풍요로운 사진들 속에 빈곤이랄까.. 없는 사진만큼 내 유년시절 기억은 흐리기만 하다.
그래서 내 유년시절은 증거가 없다.

이 사진을 받아들고 한동안 말없이 내 어릴적 모습을 응시했다.
아버지글씨체의 이름표가 콕 찝어 혼란의 여지를 주지 않지만.. 그래도 정말 나인가..?
그림자를 보니 햇살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서있고, 네 살 아래인 남동생 손을 꼭 쥐고 있다.
사진사가 목에 걸어준 유치한 종이 꽃목걸이를 걸고 입학사진인데도 그닥 밝은 표정이 아니다.
사진을 찍어보지 못한 아이티를 내는 것이다.
그에 반해 동생은 부잣집 도령같은 털옷에 모자까지 세련되 보인다.
난 사진을 손에 쥐고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설랬을 입학식 기억이 없다. ㅡ.ㅡ;;;
그래서 엄마의 기억으로 사진의 추억을 결합시킬 수 밖에 없었다.

입학식에 참석한 날, 동생을 잃어버렸다고 한다.
내리 딸만 셋을 난 엄마에게서 내 밑으로 남동생을 봤을 때 얼마나 기뻤을지는 충분히 상상하고도 남는다.
그런 아들을 딸 입학식때 잃어버렸으니 아찔했을게 분명하다.
동생은 교단(사진 뒷편으로 어렴풋이 보인다)에 올라가 '엄마~'를 목청껏 부르며 울었단다.
그래서 광고하듯 찾았고, 그 기념으로 사진을 찍어줬다고 한다. 헉.
결국 이 사진은 내 입학기념이라기보다 남동생을 찾은 기념(?)으로 찍은 것이라는 결론.
으악.

어렵사리 찍힌 사진 한장에도 나만의 화려한 기억이 아니라는 사실에 울컥한 기분과는 상반되게
엄마는 동생을 찾았던 기억에 뿌듯하셨는지 활짝 웃어주셨다.
아.. 엄마의 편파적인 아들사랑이여.

뭐 아무렴 어떠리. 이젠 아무렇지도 않은 덤덤한 중년이다. 아무튼 고마운 사진이다.
동생덕에 내 유년시절 사진 한 장을 그나마 건질 수 있었으니까.

이 사진 한 장으로 인해 내 국민학교 입학식날 기억을 건질 수 있었으니까..
.. 그것으로 된것이다.^^






덧글

  • 별사탕 2012/05/09 16:02 # 삭제 답글

    ㅎㅎㅎ 잼나게 보았네요~
    내용은 좀 슬프지만 님의 말씀대로 그나마 동생분 덕에
    사진 한장은 남아서요...
    글을 보다보니 저도 옛 추억에 잠시 빠져 봅니다~
    행복한 5월 되세요.^^
  • 김정수 2012/05/10 08:16 #

    맞아요. 엄마의 말씀으로 인해 사진과 추억이 결합되는 좋은 시간이었어요.^^

    전 왠지 흑백의 사진이라 더 정감이 가네요.^^
  • NIZU 2012/05/09 18:13 # 답글

    조금 씁쓸한 기분도 들지만 사진 잘 봤어요~.
    역시 남는건 사진인 것 같습니다.
    많이 남겨서 나중에 추억하는 것도 참 좋은 것 같아요~ ^^
  • 김정수 2012/05/10 08:17 #

    요즘은 사진예술이라 할 정도로 수준급인 사진들이 많지만
    옛날에 사진사가 다니면서 찍어준 사진이 그리워지기도 하네요.^^;
  • 원화 元華 2012/05/09 23:31 # 답글

    이름표에 김정수라고 쓰여 있네요.
    정말 귀한사진입니다 잘 보관하세요.
  • 김정수 2012/05/10 08:18 #

    귀한 사진입니다.^^
    아버지가 또박또박 써주신 글씨를 보는 순간 뭉클하더군요.
    아.. 나 맞구나..
  • 천재태지서주영 2012/05/09 23:35 # 답글

    지나간 사진을 보며 회상에 잠기곤 합니다.
    사진은 추억을 담는 도구같아요 ^^
  • 김정수 2012/05/10 08:18 #

    추억을 담는 도구.. 좋은 말씀이네요^^
  • 지오엄마 2012/05/14 14:28 # 답글

    그것으로 된것이다... 라는 정수님의 말씀에 많은 뜻이 담기신듯^^*
    예전에는 다 그랬던 시절이였잖아요^^ 이해해 주셔요~
    그래도 지금 이 사진 한장에 많은 이야기와 추억이 담긴듯해요...
    보기 드문 옛 국민학교때네요
    엄마에게 전화 한통화 드려야 겠네요~~
    추억 나눠 주셔서 감사해요!!
  • 김정수 2012/05/15 08:50 #

    ㅋ 이해해주시니 감사드립니다.
    추억은 사진으로 증명되는 기분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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