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도 최고 미스터리 소설. '라가도' 책읽는 방(국외)





"사람을 죽였는데 무슨 얼어죽을 프라이버시야! 쇼는 히가키 리나를 정신적으로 학대해서
자살로 몰고 갔어. 자신을 대신해 후지무라 아야를 죽게 했고, 두 명이나 죽였어.
그런데 죄책감이라고는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아. 사람한테 상처를 줘도, 사람을 죽여도,
모조리 아버지가 무마해준다고 믿고 있어. 사람의 마음이라는 걸 갖지 못한 악마의 사생아라고."
 

본문 中
 

오랫만에 책 속에 흠뻑 빠져 들었던 미스테리 소설이다. 몰입도 최고!
처음 책장을 덜치고부터 3시간을 꼬박 아무것도 안하고 흡입하듯 읽어내려갔던 것 같다.
미스테리소설이 이쯤은 돼야 명함을 내밀지..하는 생각까지 하게 만든 책.
 
저자는 독자들로 하여금 소설 속 경찰처럼 그들이 제공한 교실모형 안에 앉아서 범인의 행동추이를
따라가며 관찰하게 만들고 40명 학생들의 심리에 대한 의문을 품게 만든다. 
썩 괜찮은 구성, 전개의 흐름이 좋다고 느낌이 다가오는데
역시나 2009년 제13회 일본 미스터리 문학 대상 신인상 작품이란다.
 
배경은 명문 사립학교내에 살인사건. 대상은 사춘기 시기인 14세 남녀공학 학생들이다.
딸이 반아이들에게 집단 따돌림을 당해 자살했다고 믿는 아버지가 교실에 들어와
반장 여학생(후지무라 아야)을 무자비하게 그것도 15회나 난도질을 해서 죽인 충격적인 사건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이 범인은 범행 당시 자신이 한 행동에 기억이 오락가락하고,
목격자인 반 학생들은 모두 충격 탓인지 하나같이 기억이 모호하다.
이상하다. 어떻게 그 많은 학생이 그럴 수 있을까!
게다가 범행 당시 수업시간 종이 쳤음에도 불구하고 담임은 들어오지 않은 상태였다.
 
이것이 이 사건의 처음 맛배기 배경이다.
 
정신이 오락가락한 알콜중독자 '히가키 리나'의 아버지라 할지라도 딸의 집단 따돌림정도는
평소 감지했을 거라는 믿음이 깔려서인지, 나 역시 자식을 잃은 부모 입장에 서서 아이를 죽음에 이르게 한
아이를 찾기에 눈에서 불이났고, 형사 '고다'의 확신처럼(위 인용문 참고)소설 중반부를 달릴땐 학교 재단 이사장의 비리와
그 아들이 쇼가 원인제공자라는 사실에 격분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이기적인 아이는 정신적으로 황폐하다 못해 썩은거야..라고 흥분하면서.
 
하지만.
반전의 반전이 후반부를 달릴땐 숨가쁘게 진행된다.  중반을 넘길땐 속도가 정말 장난이 아니다.
무심히 넘겼던 소설 초반 범행의 배경을 정신차리며 하나씩 되짚게 만든다.
그리고
경찰의 모형교실에서 건져냈던 사실에 대한 의문을 눈치챈 방송국에서 진상을 고발하려는 특집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부터
'고다'와 반의 보스'쇼'의 변호사격인 '이자와가'와의 심리추격전으로 밝혀지는 진실들..
 
소설은 단순히 반내 집단따돌림으로 자살한 학생의 심리추적과 자라나는 아이들의 윤리의식의 황폐화를
꼬집는데에 그치지 않고 무시무시한 사회의 단면을 건드리고 있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는 'S 매소드' 라던가 '라가도'의 정보기관의 출현등.
눈이 둥그랗게 말릴정도로 쇼킹한 소재에 감탄이 절로 나오게 만든다.
 
그제서야 '라가도'라고 지은 책이름에 대한 의문을 품다니.. 나도 참..(털썩!)
라가도란 뭐지? 본문을 인용해 본다.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도시 이름이죠. 과학자 수백 명이 이 라가도 시에서 연구를 하는데,
그 연구라는 게 하나같이 공리공론이라 구체적인 성과는 하나도 나오지 않는 겁니다.
방대한 연구비만 헛되이 나가고 있었죠."
 
"이것과 이름이 같은 정보취급기관이 최근 일본에 만들어졌다더군요. 다시 말해서 라가도란
이 기관의 명칭인데."
 
"정보기관이 아니예요. 정보 '취급'기관입니다. 정보를 국가 고유의 자원으로 보고 다른 나라와
매매 혹은 정보 대 정보를 교환하는 비지니스 기관이죠. 이 라가도라는 기관이 획기적인 점은
시스템의 초월성에 있습니다."
 

'라가도'란 모든 정보를 취급하고 배양하는 기관이라는 건데, 이것은 모든 시스템을 초월하는 힘이
있다고 언질한다.  인간을 대상으로 실험하고 그 실험에 대한 액기스만 뽑아내 사용하는 무서운
조직의 힘을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비인간적이고 충격적인 기관의 등장이라니.
 
왜 저자는 라가도라는 기관을 이 소설 속에 투입시켰을까.
그리고 그 대상이 왜 14세 사춘기 소년소녀이 모여있는 교실이었을까.
잠시 의문이 들었는데, 그 이유를 알게되었을 땐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저자의 치밀한 계산에 공포까지 느꼈다.
 
교실 배치도(교실모형)을 소설 곳곳에 배치하면서 아이들의 동선(번호로 나열해 갔다)을 왜그렇게 자주 보여줬는지
알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라가도'의 위협성.  정신을 지배하는 사회가 다가올 수 도 있다는 위험성을
소설로써 경고하고 있는 것이었다.
 
 
 
 








덧글

  • boogie 2012/04/03 15:07 # 답글

    장르소설의 흡입력은 최고 입니다
    읽어야할 소설책이 또 하나 늘었군요
  • 김정수 2012/04/03 20:45 #

    부기님이 좋아하실만한 스토리입니다.ㅋ
  • Nostalgia 2012/04/03 16:11 # 답글

    스포일링 당할까ㅋㅋㅋㅋ 속독으로 그냥 대충 읽고 갑니다..정수님의 추천작이니 저도 구매한 뒤 리뷰 올려볼께요^^
  • 김정수 2012/04/03 20:45 #

    ㅎㅎ 좀 길었나요?
    추천합니다.
  • dfsfs 2012/04/03 22:40 # 삭제 답글

    또 일본 소설...
  • 김정수 2012/04/04 16:34 #

    왜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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