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한만큼 성장할 수 있다. 일상 얘기들..





어제 학부모총회 참석차 용희가 다니는 세마고에 다녀왔다.
시간조절을 하며 일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기숙사입소시킨 학부모는 1시간 먼저 도착하라는
문자가 와서 아예 오후일과는 포기하고 출발을 했다. 시간내 할 수 없는 일이라면 포기는 빠를수록 좋다.

이제서야 세 학년을 full로 채운 학교답게 시청각실은 꽉 찼고 기숙사에 보낸 부모님들의 요청사항을
조정하고 조율하느라 미리 부른 듯 했다.
나는 기숙사에 용희를 보내고도 그리 걱정을 안해 그런지 학부모님들의 요청사항들이 별로 와닿지 않는다.
내가 문제인가..? 쩝.

이어 2층 체육관에 앉아 교장선생님의 훈시, 학년별 선생님소개와 학교교육계획서를 듣고 있노라니
용희가 엊그제 입학선서를 외치던 그 자리에 내가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웠다.
용희가 어느새 2학년이라니.. 새학년이라 긴장했을 용희가 자연스럽게 상상이 되었다.

또 바로 학년별로 학부모 지도교육 안내가 있어, 2학년인 나는 학년부장인 최문용선생님이 지도하는 자리로
학부모님들과 함께 우루루 이동했다. 2학년 학부모님들이 제일 많은 것 같았다. 모인 식당이 한가득..우와.
2학년 일정을 소개받고, 지난 14일 모의고사 2학년 성적도표를 보여주는데 지난 주말풍경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최문용선생님은 부모들을 다룰줄 아는 분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민주주의로..ㅋㅋ

..


지난 토요일, 처음 본 ibt토플시험이 잘나와 화색이 돈 용석이와는 달리 용희는 침통한 얼굴로 귀가했다.
기습적으로 14일날 3학년만 볼 줄 알았던 모의고사날 2학년도 모의고사를 봤다고 한다.
지난 겨울방학동안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고 나름대로 모의고사는 어느정도 잘 나와주었던
기대치에서 완전히 벗어났었나보다.
용희는 해도해도 안되는 공부의 한계에 절망하며 급기야 내품에서 울음을 터트렸다. 아이고..ㅜ.ㅜ

시험의 결과는 노력의 여부에 따라 나오는 것이 정직한 답이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안된다면 방법을 살펴봐야 한다.
엉뚱한 곳에서 우물을 파고 있다거나 도끼날을 갈지않고 나무를 패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용희가 가장 잘틀리는 영어듣기문제와 독해문제를 풀때 용석이가 옆에서 붙어있어 보라고 했다.
그랬더니 전체적인 독해를 듣고 해석하기 보다 끊어서 해석하는 문제를 발견했고,
그러다보니 문제도 틀리고 단어해석으로 시간초과까지 생기기까지했다.
용석이는 방법을 알고 꾸준히 공부하면(영어는 수학처럼 이해하면 안된댄다)가능하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용희는 형의 답변에 한번 해보겠다는 답변을 했지만 쉽게 수긍을 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그렇게 지난 주말은 가족들 모두 용희의 비위를 맞춰가며 전사적(?)으로 응원해준 덕에
간신히 회복하고 기숙사로 향했었다. 활발한 녀석이 우울한 모습을 보이니 식구들모두 보내고 나서도
걱정이 이만저만들이 아니었다. 하지만 난 곧 씩씩하게 극복하리라 믿는다.
믿음은 믿음으로 보답한다는 사실!

..


이어 2학년 담임선생님을 만나러 교실로 총총 옮겼다. 역시 남학생반답게 심플하다. (뭘 기대했던 거지?)
학급 게시판에 담임선생님이 바라는 2학년 5반의 희망사항이 눈길을 끌었다.
' 방향성'을 잊지 말자는 내용이었다. 어.. 내가 용희에게 늘 하는 말이었는데!
그 종이 한 장의 글귀로인해 1년 마음 푹 놓고 맡겨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용희가 선생님들 복은 많구나.

조금 더 기다렸다가 기숙사 간식시간에 맞춰 용희를 잠깐 보러 갔다.
용희는 걱정했던 것보다 밝았고 몇번이고 다독이고 격려하는 나를 향해 '네~ 해볼께요'를 연발했다.
짧지만 학무모총회서부터 학년부장선생님얘기..이어 담임선생님 얘기를 꺼내자,

'아, 엄마 반에 선생님이 붙여놓으신 종이 보셨죠! 그거 딱 제 얘기잖아요!'

하는게 아닌가. 녀석.

오로지 대학입시의 목표 하나로 전진하는 용희의 고등학교시절은 고달픈 것일까. 당연한 것일까.
오늘의 지겹고 힘든 이 시기도 언젠가는 전부였다고 할만큼 값진 날로 기억될 것이라 나는 믿는다.
한 번 지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오늘을 위하여..  화이팅!




덧글

  • 승유맘 2012/03/21 16:49 # 삭제 답글

    저도 어제 총회 다녀왔습니다. 요즘 아이를 보면 만감이 교차합니다. 아이 역시 적응하려 노력하며, 한편으론 후회도 하며 힘든 세마고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우리 때보다 훠얼씬 더 힘든 고교생활입니다...
  • 김정수 2012/03/21 17:13 #

    '우리때보다 훠얼씬'~ 에 힘주어 말씀하시네요. ㅋ
    아마 갈수록 더 힘들어지지 않을까 걱정스런 예상을 해봅니다.

    어쩌다가 한국이 이렇게 대학입시열풍 속에서 실수 하나에 희비가 엇갈리는
    상황까지 갔을까요.. ㅡ.ㅡ 생각하면 자동으로 한숨이..

    심적스트레스는 갈수록 커질거에요. 큰애 보니까 3학년때 아주 최고치를 달리더군요.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아이인데도 대상포진에 스트레스성위염까지 걸렸었답니다.
    그런데 졸업하고 대학들어가니 거짓말처럼 샤샤삭 낫더군요. ㅋ
    용희는 같은 전철 밟지 않도록 더 신경쓰고 있답니다.

    어차피 선택한 것, 최선을 다하도록 잘 격려하고 매진하도록 도와줍시다요^^

  • 알토란귤 2012/03/21 23:10 # 답글

    으앙... 그럼 제 아이가 고등학교 갈 때는 더 엄청난 스트레스가?!!! ㅎㄷㄷ
    부모노릇,. 어른 노릇 정말 어려워요.
    그냥 애가 천재면 좋겠네요. 고생안하게 (웃음)
    한국을 떠나든지. ㅋㅋ
  • 김정수 2012/03/22 08:45 #

    ㅎㅎ 제가 겁을 줬나보네요.
    부모는 겁나도 애들앞에서 티내면 안되는 존재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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