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희, 김용택 시인을 만나다. 엄마가 읽는 시





용희가 지은 '시월'이란 시입니다.
작년 12월에 용희가 다니는 학교에서 '김용택 시인과 함께하는 북 콘서트'가 있었는데
용희는 자작시를 그 분 앞에서 낭독한다는 사실에 들떠 있었죠.

하지만 용희는 바라던대로 그 분 앞에서 이 자작시를 읊지는 못했습니다.
제 눈엔 참 아름다운 시로 읽히는데 아쉽습니다.^^;;
용희는 자신의 시를 그 분앞에서 평가받지 못해 아쉬웠했지만
그 분과의 함께한 시간들을 참 좋았다며 집에 돌아온 주말내내 제 귀에다 대고 종알거렸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김용택시인에 대한 대화를 이렇게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전 너무 신기하고 좋았습니다.

제출했던 용희의 시를 옮겨 봅니다.
용희는 이 시로 교내 시낭송대회에서 3위를 했습니다.

..


시월


최 용 희

시월 하늘은
숱한 구름 쓸어내어 묻는다.

저 나무는 어떤 애달픔을 답하기에
단풍잎 하나 정성들여 물들이나.
추억을 말하듯 흔들리는 단풍잎

나도 서둘러 굳힌 딱지를 뜯어, 아직은
아물지 못한 피에 입을 맞추며
새삼 정성들여 대답하네. 아픔은 붉더니
나지막이
추억을 말하듯 입안 번지는 단풍



..


아래는 용희가 적은 참가 소감문입니다.^^




노오란 조명이 푸짐해서 마음도 한껏 풀어지는 북 콘서트.
이에 바이올린 연주도 곁들였으니 서정적이 되기 충분한 겨울 벽난로 같은 시간이었다.
단촐하기 그지없는 녹색 외투를 걸치고 빨간 목도리를 두르시고는 아이처럼 방글방글
웃으시는 김용택 시인을 보았다.
시인도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과 시인은 어딘가 다르구나..하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도 모르고 김용택 시인의 말을 귀담아 들었다.
새벽에 일어나 한 권 분량의 시를 몰아쓰고 고쳐 쓴다는 시작 방식,
그 여자네 집에 얽힌 애틋한 사랑이야기와 아내 말씀.."저 썩을 살구나무를 확 베버려야 하는디."

문리가 터지는 모든 학문의 종합이라는 시에 대한 자긍심,
큰 산처럼 마음 넓은 사람이 되라는 말씀과 별나게도 부모님과 선생님, 사회가 요구하는 것들은
듣지 말라는 말씀(이에 잇따른 환호),
초등학생을 가르치면서 자기 나무를 정해서 1년동안 관찰일지를 쓰게 한다는 교육철학...
두 시간 남짓 말씀하신 내용이 고스란히 마음 속에 있다.(학창 시절에 영화를 빠짐없이 죄다 보고 나중엔 헌책방에서
지게로 지고와 책을 읽었다는 것, 매일 아침 시를 읽고 딸에게 시를 보낸다는 것도)

김용택 시인을 김용택 시인으로 만든 것은 무엇일까.
35가구 남짓 한다는 시골집일까. 초등학교 교사로서 봐온 아이들의 모습인가.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일까.

"저는 낙동강을 지킬 수 없어요. 저한테 너무 많은 책임을 지우지 마세요."
"내 시가 이렇게 좋았구나~"
천진난만하고 넉넉한 웃음을 희머리가 희끗하도록 간직한 비결을 알고 싶다.
어쩜 그렇게 살갑고 정겨운 성품을 지니셨을까.

질문 시간이 왔다. 재밌게 듣느라 아무런 질문도 준비하지 못했다.
질문이 선생님 쪽으로 돌아갔을 때야 비로소 질문이 떠올랐다. 김용택 시인에 대해 질문을 하려다가,
이미 사회자가 적당한 질문은 이미 해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참을 사회자가 놓친 적절한 질문을 고민하다,
솔직한, 그야말로 개인적인 질문이 떠올랐다.

시를 어떻게 하면 잘 쓸까요?

그러나 질문할 기회는 오지 않았다. 그대로 물 흐르듯 진행되고 북콘서트가 끝났다.
애틋하다는 말이 그땐 어찌나 가슴을 울멍이던지.
스태프에게 내 이메일을 적어주고 김용택 시인의 이메일을 알려달라고 하는 것으로 떨어지지 않는 걸음을 뗐다.

지금와서 생각하면 오히려 답을 얻지 못한 것이 잘된 일이라고 생각해 본다.
그 넉넉한 웃음을 지닌채, 답해주시는, 일러주시는 김용택시인을 떠올리며 나의 질문에 대한 답은
그렇게 나의 마음 속에서 번지고, 번져 풍성해지리라, 생각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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