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유감. 엄마가 읽는 시






감기유감.



-정덕재.
 

며칠간의 감기는
코에서 목으로 왕복하며
목소리가
기억나지 않는 변성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약을 먹기로 했다.
콘택 600 혹은 판피린을
조제하는 TV 앞에 앉아 있다가
소망약국 앞을 머뭇거리다
병원으로 향하는 것은
가운을 입지 않은 약사 때문이었을까
식당과 정육점 사이에서
약 냄새를 풀풀거리지 못하는
옅은 기운 때문이었을까
 
녹색 간판의 세지의원 2층 계단을 오르며
세지는 딸 이름일까
아내에게 감추고 싶은 첫사랑의
여자일까
힘없이 굽어지는 무릎이 관절염일까를
생각하며
손가락이 긴 의사를 만났다
감기 같은데요. 순간 아니다.
감기 걸렸는데요 라고 말을 했어야 했는데
스스로 진단하고 판단하는 것은
선고의 두려움을 베어내기 위함이다
두려움의 상처에
먼저
불을 지르고 맞불을 기다리는
이것은 소독이 아니다
온몸을 달구는

살.

모두들 전염의 불덩이 하나씩 지니고 사는
사람들은
불신하지 않는 것은
죄라며
병원 복도에서 기침을 하고 있다.
감기가 아닐지 모른다.


..


부시시한 얼굴.. 열을 이겨내지 못한 입술물집.
고막을 자극하는 소음들의 울림.
뜨거운 솜뭉치가 머리에 앉아있는 불쾌한 기분.

주말이 지나도록 지겹게 붙어있던 감기는 여전히 나가질 않고 내게 남아있다.
정말 유감이다.



덧글

  • 영화처럼 2012/01/09 19:14 # 답글

    에고...정수님.
    많이 힘드실거 같아요.
    전 아이들 방학이라 밖깥 출입이 적어도 이리 힘든데 말입니다.
    오늘은 트레이너의 조언에 따라 반신욕을 해서 땀을 쭉 빼고 뜨끈한 콩나물국을 먹었지요.
    지금 저녁상 물리고 커피 마시고 있는데...순간 행복하네요.
    빨리 쾌유되시길 기도할게요~
  • 김정수 2012/01/10 16:57 #

    며칠 지나도 잘 안낫네요. 주말내내 방바닥 신세만 졌는데말이죠.
    회사나오면 집중할 일들이 많으니 스트레스도 많아 그런지..
    제 탓인걸 어쩝니까.ㅋㅋㅋ

    말씀처럼 반신욕하고 뜨끈한 콩나물국 정말 먹고 싶네요^^
    감기 걸리지 않게 늘 조심하세요~
  • 2012/01/09 23:2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김정수 2012/01/10 16:57 #

    넵~ 조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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