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더미 속 '낯익은 세상' 책읽는 방(국내)







못 살 데가 어디 있겠냐. 돈 없으면 어디나 못 살 데가 되는 거지.
여기서야 파리만 좀 참으면 돈이 생기지 않냐?
이제부터 날씨 추워지면 파리 모기도 들어가고 지낼 만하단다.


..



쓰레기장에서 바르게 사는 것은 어떻게 사는 것일까.
사람들이 돈 주고 물건을 마음 내키는 대로 사다가 쓰고 버린 것처럼 자기네도 더이상 쓸 데가
없어져서 이곳데 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본문 中




지난 초봄부터 화제의 책으로 입소문을 탔던 '낯익은 세상'을 나는 어제 일요일에서야 펼쳐 들었다.
소설은 1980년대 개발이 한창진행되었던 '난지도 - 꽃섬'이 무대로 나온다. 난지도를 꽃섬으로 비유하다니..ㅋ
산업사회의 모든 쓰레기가 모여드는 곳(꽃섬)에서 이 소설은 시작된다.
더이상 물러설 데가 없는 곳에서 주인공들은 14세 어린이 '딱부리'다.
밑바닥 인생을 아이들의 시선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쓰레기가 버려지는 곳, 쓰레기처리장이라고 우숩게 보면 안된다.
나는 그 속에서도 분명하게 살아가는 주장이 있고 구혁이 나눠져 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아래 인용문)



트럭은 구청별로 연이어 들이닥쳤다. 섬의 동남쪽에서부터 서남쪽에 이르기까지 강변을 향하여
펼쳐진 쓰레기처리장은 구청 구역이 야구장 칠십 개 넓이쯤 되고 개인차 구역은 백한개 넓이쯤이라고 했다.
스물한 개 구청에서 쓰레기를 내다버렸지만 작업장의 수집꾼들은 반장을 통해 권리금을 내고 들어온 사람들로
정해져 있어서 대개 한 무리가 서너 개 구청을 감당하고 있는 셈이었다.
일선들은 아직 정리되지 않은 채 옆에 나란히 무더기로 샇인 다른 구청의 쓰레깃더미로 기어올라갔고,
그들이 빠진 자리에는 이선들이 다시 기어올라갔다. 나중에 흙을 실은 트럭들이 올라와 쓰레깃더미 위에
북토작업을 하면 오전작업이 모두 끝날 것이다.



마지막 찌꺼기가 모여지는 곳에 살고, 아무리 소독을 해도 없어지지 않는 파리떼와 모기떼 속에 살지만 그들의 삶 역시
똑같이 삼시 세끼 식사를 먹으며(일과가 끝나면 인부들과 하루의 피로를 푸는 술한을 하는 것까지..),
열악한 쓰레기장에서 지배와 피지배관계로 익권다툼이 일어나며 소년들의 우정도 싹튼다.
그러니까 그곳도 장소만 다를뿐 우리가 사는 곳도 똑같다.
아니 쓰레기장이라는 방대한 잡탕찌게같은 곳에서 오히려 더 풍부한 것을 느낄 정도다.
'땜통'이 쓰레기장에서 얻는 폐물과 현금지폐더미 발견은 전혀 이해못할 풍경이 아니듯이..

꽃섬으로 흘러 들어간 14세 소년 '딱부리'와 본의 아니게 형제가 된 '땜통'과의 우정이 소설의 재미를 더해준다.
또 딱부리가 사춘기 소년이라는 증거를 보여주는 '소녀'와의 설레는 만남도 악취나는 장소와는 아무 상관없이 풋풋하다.
그리고 소설은 화재로 마무리를 짓는다. 이것또한 어김없이 똑같은 도시의 풍경과 같은 것이다.
그러니까 악취나는 그곳의 이야기가 결코 딴나라 얘기가 아님을 소설을 읽다보면 충분히 감지하게 한다.

다 읽고 무심코 '낯익은 세상'의 표지를 무심히 바라보니 바다를 상징하는 푸른빛이다.
흔히 바다의 상징으로 무한 에너지와 성장가능성을 설명하곤 한다.
왜 표지를 이렇게 청명한 바다의 색깔로 선택했을까.

생산하고 소비한 마지막 찌꺼기가 모여지는 꽃섬에서도 무한한 삶의 경쟁이 일어난다.
그들의 냄새나는 인생도 결코 우리와 같은 것이다.
똑같이 익숙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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