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나게 나이드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잡문집. 책읽는 방(국외)





우리는 '문학'이라는, 오랜 시간에 걸쳐 실증된 영역에서 일한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살펴봐도 알 수 있지만, 문학은 대부분의 경우 현실적인 도움은 되지 않는다.
일례로 전쟁이나 학살이나 사기나 편견을 눈에 보이는 형태로 제지하지는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문학은 무력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역사적인 즉효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적어도 문학은 전쟁이나 학살이나 사기나 편견을 만들어내지는 않았다.
거꾸로 그런 것들에 대항하는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위해 지치지 않고 꾸준히 노력을 계속해왔다.
물론 거기에는 시행착오가 있고, 자기모순이 있고, 내분이 있고, 이단이나 탈선이 있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문학은 인간 존재의 존엄의 핵을 희구해왔다.
문학이라는 것 안에는 그렇게 계속성 안에서(그 안에서만)언급되어야 할 강력한 특질이 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중략)

이야기는 마술이다. 판타지 소설풍으로 말하자면, 소설가는 그것을 이를테면 '백白마술'로 사용한다.
일부 컬트는 그것을 '흑마술'로 사용한다. 우리는 깊은 숲속에서 격렬하게 칼날을 부딪치며 남몰래
남모래 겨룬다. 흡사 스티븐 킹이 쓴 청소년 소설의 한 장면 같기도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 그 이미지는
진실에 상당히 근접해 있을게 틀림없다. 왜냐하면 이야기가 가지는 큰 힘과 그 이면에 감춰진 위험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소설가이기 때문이다. 계속성이란 도의성의 영역이기도 하다.
그리고 도의성이란 공정한 정신을 의미한다.


본문 中


무라카미 하루키의 '잡문집'이 나왔다. 책제목에 다들 의문이 들었을 것이다.
왜 '잡문집'이라고 했지? 자칭 평범한 하루키의 일상과 견문을 여러 방면으로 다룬 것이라 그렇게 했나보다 하고
편안히 시작했는데 본문이 깊어질 수록 그의 식견과 감각적인 내공에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
편집의 구성상 여러 카테고리가 묶여 있지만 전혀 혼잡하지 않고 단락마다 정갈한 기분이 들정도로 깔끔하다.

대다수의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작가로 2위에 올랐다는 무라카미 하루키는(정말 1위는 누굴까? 혹시 오쿠다히데오?ㅋ)
그의 작품을 한 권이라도 읽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세계적인 인기베스트셀러 작가다.
그는 일단 성실한 작가로 통한다.
올빼미 작가도 아니며, 운동도 꾸준히 하면서 취미활동(특히 음악)도 열심히 하는 평범한 이웃집 아저씨같다.

서문에도 나오지만 이 책은 설날 '복주머니(일본의 전통 설 이벤트)'처럼 온갖 이야기가 담뿍 담겨있다.
이 잡문집은 이름처럼 카테고리도 흥미롭다.
좀 따분하거나(취미에 안맞는 사람이라면) 어려운 부분도 없잖았지만 그의 말처럼 어쩔도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패스하면 된다. 편하게 읽으면 된다는 뜻이다.

그동안 소설로만 접했던 독자들이라면 이 책을 통해 그의 사생활, 식견은 물론 문학론(인용문 참조), 번역론,
음악애호가의 깊이를 경험할 수 있을 것 같다.
소설 이면의 문학과 그의 내면을 느껴볼 좋은 기회인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수상한 수상소감까지 수록되어 있는데 그것을 읽다보면 이렇게 소탈하게 소감을 말해도
감동을 준다는 사실이 신기하기 까지 하다. 거창하고 화려한 수식엔 진심이 오히려 묻어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의 수상작품을 읽은 독자라면 수상소감을 읽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그가 좋아하는 주변의 인물들을 만나는 것 또한 이책을 읽으면서 즐거운 시간이었다.
일테르면 '다카하시 씨'의 경우가 그랬다.
'다카하시 씨'의 책을 하루키가 읽고 절대공감한 내용을 읽다보면 하루키의 작품이 왜 독자들에게
변함없이 사랑을 받는지 역설적으로 알게 된다. 공감을 한다는 것은 자신과 같은 공통점을 발견해 일테니까.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 속에선 '이것이 바로 올바른 결론'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뉴스보도에서 '이것으로 결론이 났다'는 식의 힘주는 읽을 거리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의 세상사는 대부분 결론따위는 없다.
그것은 그가 서문에 말한(인용문 참고)문학의 계속성과 일맥상통한다.
그는 결론이 나지 않는 고민을 독자와 함께 작품을 통해 공유함으로써 다양한 사람들의
사고를 오히려 흡수한다. 그리하여 독자와 하나의 타협점, 합의점을 성립하는 것이다.

그가 이 잡문집에서 얘기하는 그 모든 것들.. 미수록 단편소설, 각종 수상소감들, 에세이들, 지인들의 성향,
문학론, 번역론, 음악(특히 재즈)의 표현들이 모두 그러하다.
그는 그의 작품 속에서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오히려 상세하게 하나하나 검증해나가는 것이다.

독자들은 그의 성실하고 진실성 때문에 여전히 변함없이 좋아하는 것이라 나는 생각한다.
30년이상 글을 쓰는 60대 아저씨의 건전한 사고가 멋지기 그지없다.
다방면으로 폼나게 나이드는 그가 참 부럽고 존경스럽다.







핑백

덧글

  • 영화처럼 2011/12/02 12:09 # 답글

    정수님~
    벌써 읽으셨군요.
    전 이제 읽어야겠다 생각하고 있어요. 물론 벌써 책장에 꽂혀있답니다 ^^
    전 하루키의 성실함 역시 좋아하고 나름 솔직한 표현에 열광했답니다.
    좋은건 좋고...나쁜건 정말 나쁘다는 표현..ㅋㅋㅋ
    게다가 마라토너 라는 사실이 더욱 더 감격스럽다는...
    나도 하루키처럼 일주일에 40km 이상 달려야지~! 하고 결심하게 하잖아요.
    독자들을 적어도 책 읽고 넋빠진 사람처럼 만들진 않는다는게 좋아요 ^^
  • 김정수 2011/12/02 16:13 #

    현대인들의 사고를 가장 깊숙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작가지요.^^
    무라카미하루키 작품은 읽고나면 내면 깊은 곳에서 어떤 울림이 있어요.
    이 책은 오랫동안 두고두고 읽을 것 같습니다.^^
  • 깜피모친 2011/12/03 19:56 # 답글

    오랜만에 갑자기 생각나서 들러봤어요 정수님의 책장은 언제나 가득하네요^^
  • 김정수 2011/12/04 16:15 #

    반갑습니다^^ 잊지않고 찾아주셨네요.
    요즘 베스트셀러예요. 무라카미하루키 좋아하시는 독자라면 든든한 책일거라 생각이 듭니다.
  • 이너플라잇 2012/03/02 14:19 # 답글

    책을 손에 잡았을때의 느낌조차 너무 좋았던 책이예요...^^
    작가의 정체성에 대한 글이 화두의 답처럼 좋았어요..
    그렇죠..정수님...?
    우리의 정체성 또한 이 순간들에 녹아있어요...
  • 김정수 2012/03/02 18:12 #

    끄덕끄덕..
    역시 통하는 사람은 어떤 상황으로 표현해도 통하는 기분..^^
댓글 입력 영역



이 이글루를 링크한 사람 (화이트)

744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