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어머니집에 살아요. 일상 얘기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아파트는 처음으로 청약해서 부은 돈으로 장만한 집이다.
34평이 얼마나 넓던지 입주하고 몇날 며칠은 좋아서 잠도 안왔던 기억이 난다.
수영가구단지에서 거실에 놓을 쇼파를 고를때 남편과 나는 넓은 거실에 가족들이 오손도손 쇼파에 앉아
떠들며 지낼 생각을 하니 가격흥정도 제대로 못할 정도로 판단력이 흐려있었다.
그리고 한가지 더,
우리 부부만의 호사를 위해 베란다 티테이블을 계획에도 없었건만 추가 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런 기쁨도 얼마 가지 않았다.
어느새 거실쇼파는 어머니 낮잠공간으로 바뀌어 버렸고(상시 이불이 대기조로 깔려있다 ㅡ.ㅡ),
베란다 티테이블은 한쪽으로 밀려 나기 시작하더니 빨래 너는 건조대역활로 전락해 버렸다.

이거 커피 마실때 앉으려고 산거예요..
지금 당장 마실것도 아니잖냐. 이 빨래 어디다 놓냐..
아..네.. 그러세요.

..전업주부가 아니다보니 시간적 활용이 많은 어머니에게 밀린 것이다.

어차피 난 밤에나 들어오니 상관없다고 생각하기로 했는데, 어머니가 올 여름부터는 거실에서 주무신다.
더우셨는지 옷을 벗고 주무시는 걸 새벽밥 때문에 나와서 보고 얼마나 놀랐던지. ㅜ.ㅜ
어머니방을 나두고 왜그러시냐고 여쭤보니,
몸에 '화'가 들으셔서 답답하시단다. 거실은 환풍이 잘된다는 이론이신가?
방문을 열어놓고 주무시면 되지 않나요? 말씀드렸더니 거실에서 자면 안돼는 이유를 되려 물으신다.
안되긴요. ㅡ.ㅡ;;
방에서 주무실때보다 좋은 이유가 더 많다고 내 질문의 의도와는 도움도 안되는 부연설명까지 해주신다.

이사오고 야심차게 장만한 거실에 대형TV도 어머니 인기 전자제품으로 전락했다.
귀가 잘 안들리시니 TV소리가 큰방에 문을 닫아도 생중계다.  아주 쩌렁쩌렁하다.
쇼파에서 주무시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TV 소리가 터지듯 울릴땐 정말 깜짝 놀란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잠에서 깨시고 누우셔서 리모콘으로 TV를 켜신 것이다. 쩝.

어머니 물품이 그렇게 많은줄 예전엔 미쳐 몰랐다.
돋보기안경, 덧버선, 양말, 속바지, 쪼끼, 과일바구니..
어머니 물품들이 거실 구석구석 어머니가 팔만 뻗으면 닿을 사정거리에 있는 것이다.

새 집에 이사와서 하나씩 이쁘게 꾸미고 싶었는데 변화앞에 어머니 의지가 강하니 이길 재간이 없다.
이젠 바꾸고 싶은 마음까지 없어져서 집안 분위기 자체가 노인네집같다. ㅡ.ㅡ;
이제와서 이런 얘기를 꺼내는 것도 우숩고 의미없는 시간이 흘러버렸다.

하지만 가끔 아주 가끔은
양보없는 어머니가 참 야속한 생각이 든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덧글

  • 영화처럼 2011/10/28 01:09 # 답글

    아~~~~
    어머니 얘기엔 꼭 속사포같이 댓글다는 접니다.
    아~~~~이건 한탄도 아니고 탄식도 아니고...바로 비명소리입니다.
    저의 집엔 정말 고물아저씨도 안들고 갈 물건들이 수북입니다.
    전 어머니를 처음 모실 때만 해도 어머니와 옷가지가 전부일 줄 알았지요.
    아닙니다.
    어머니의 부속물들은 왜 그리 많은지...
    제가 나중에 어머니 돌아가시면 무덤옆에 고분을 지어 거기에 다 같이 합장시킬거라 했지요.
    빨래...으윽...
    저의 집도 식탁을 샀어도 소화가 안되신다고 하여 낡은 밥상에서 밥을 먹고 6개월 할부로 산 식탁은 어머니가 항상 걸치는 옷들을 걸어두신다는...ㅠ.ㅠ
    게다가 욕실에 걸만한 장소나 빈자리엔 꼭 걸레가 걸려있고...
    왜 그리 비닐봉지는 많은건지...부엌 구석구석 박혀있습니다.
    넣어둔것이 아니라 꼬깃꼬깃 구겨서 박혀있답니다. 흑....
    아~~~~~~
    어머니 눈치보여서 못버리는 것도 산더미랍니다.
    아마 그것만 버려도 평수를 확 줄여 이사가도 아무 문제없을거 같아요....ㅠ,ㅠ
  • 김정수 2011/10/28 08:06 #

    ㅋㅋ 올려주신 덧글이 이렇게 절절하게 와닿다니..
    말씀하신 내용도 모두 저도 해당이 되네요. 랄랄 ㅜ.ㅜ
  • 강물처럼 2011/10/31 09:23 # 답글

    저 그림...참 마음에 와닿습니다...육심원씨 그림인가요?
    어떡하든, 정수님 영역이 넓어지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간절히)바랄게요.
    그리고, 끝까지 양보못할곳은 지켜내시길...(뭐가 있을까요?)
    저...고맙죠? ㅋㅋ..뭐 이렇게 썰렁하게 마무리 할게요...ㅜㅜ
  • 김정수 2011/10/31 22:26 #

    강물처럼님.. 반가워요.^^ 잊지않고 계셨네요? ^^
    육심원그림인지는 잘 .. 모르겠네요. 긁적.
    매일 그렇다는게 아니고.. 가끔 그렇더군요.
    저도 뭐 그리 꼼꼼하게 내 권리 챙기며 집에서까지 살긴
    피로해서 잘 안되는 성격이라서요.
    ㅋㅋㅋ (졀정적으로 집에선 신경쓰기가 싫은게 솔직한 표현일거예요)
    아무튼 두 여인이 모두 해피하게 잘 사는 방법을 찾겠죠.
    삶이란 서로 타협하며 사는게 아닐까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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