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가 안되는 어머니. 일상 얘기들..





"용석이가 스마트폰을 잘 활용하는 것 같아"

"뭐? 용석이가 술을 잘 마신다고?"

나는 새로 장만한 스마트폰으로 한문공부며 영어듣기 공부, 학교내 빈 강의실 찾는 등.. 다양한 정보를
젊은이답게 활용하는 용석이를 칭찬하는 순간이었는데 어머니의 돌발 질문에 말을 못하고
다들 짧은 순간 멈춘 시계가 되버렸다.

하지만 나는 말을 꺼낸 질문자의 책임감에 정정을 해드렸고 어머니는 또 '아~'라고
귀가 잘 안들려서..라고 말끝을 흐리셨다.
귀가 안들릴 거리도 아니었다.
바로 얼굴을 맞대고 먹는 식탁 앞이었다.

사실 증세는 당사자보다 상대방이 먼저 알아차린다고 한다.
어머니의 난청증세는 오래 전 부터였는데 '보청기'얘기를 꺼내면 불같이 화부터 내시니
나로썬 대안이 없는 상태다. 오늘 아침에도 '보청기를 끼시는게 어떠세요?'라고 조심스레 말씀을 꺼냈는데
"내 나이에 벌써 끼냐?"고 벌컥 화부터 내셨다.
그리고 대화 끝.

어머니가 귀가 잘 안들리시니 당연 목소리는 쩌렁쩌렁하시다.
원래 목소리가 크신 상태에서 더 커지신 것이다. 대화톤의 언발란스에서 오는 피곤함.
상대방의 말이 잘 안들리니 귀담아 듣지 않는 건 당연한 코스다.
당신 말만 자꾸 강조하신다. 그러면 우리는 정말 딱 알아들으실 말만 골라서 하기 때문에 단순해진다. 
즉 서로 대화가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나는 이런 진도가 보이는데 어머니는 늙음을 취급(?)당하는 두려움 밖에 안보이시나 보다.

나는 속으로 '그럼 언제 끼실건데요?'라고 반문을 하고싶지만 선뜻 말로는 용기가 이어지진 않는다.
어머니는 마치 보청기 낄 때는 돌아가실 나이로 생각하시는 것 같기 때문이다.
시력이 안좋아서 안경은 끼시면서 왜 귀가 안좋으면 보청기를 끼는 것에는 관대하지 않는지
나로썬 정말 풀지 못할 어머니숙제로 느껴진다.





덧글

  • 영화처럼 2011/10/16 22:20 # 답글

    음...
    저의 어머니와 정말 비슷하신거 같네요...ㅠ.ㅠ
    저의 어머니도 바로 옆에서 말씀드려도 대꾸도 안하세요.
    큰소리로 말씀드려야 그제서야 뭐?하고 반문하시지요.
    저도 보청기 말씀을 드렸는데 뭐 그리 큰일이라고 난리 난리...흑.
    나 죽으라구? 로 알아들으시니...
    저의 집에 욕실쪽 복도에서 소리를 크게 하고 말씀하시면
    전 정말 죽고 싶기도 해요. 너무 듣기 싫어서요.
    그냥 혼자 중얼거릴 수 있는 말을 너무나 크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시며 다 알아들었냐고 하실 때는
    서울간 남편만 생각나요.
    울 어머니는 남편이 있음 정말 조신해지시거든요.
    그게 제일 힘드네요.
    에효...
    글을 읽고 나니...제가 더 답답해지는건 왜인지....쩝.
  • 김정수 2011/10/17 22:16 #

    저랑 너무 비슷한 상황에 계시네요.

    전 요즘 용희가 없어서 더 힘들어요.. ㅜ.ㅜ
    에효.. 언제 차분히 다시 얘기해 봐야겠습니다.
  • 이너플라잇 2011/10/17 00:23 # 답글

    제 마음이 더없이 먹먹해져요...
    늘 최선의 자리를 찾아내실거라 믿어요..
  • 김정수 2011/10/17 22:16 #

    네.. 최선의 자리를 찾아내야지요..
  • 간이역 2011/10/17 01:22 # 답글

    자신의 병세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게 당신께서 잃고 싶지 않은 자존심이라고 해야 할까요? 자식이 걱정할까봐 건강하다고 거짓말을 할 때도 있어 가슴이 아파요.
  • 김정수 2011/10/17 22:17 #

    네.. 말씀처럼 그렇게도 생각이 드네요. 감사합니다.
  • 해밀 2011/10/17 14:14 # 삭제 답글

    부장님..
    보청기 끼는건 정말 비유가 적절하신데요..
    우리엄마도 보청기 끼세요..
    할머니 연세에 비하면 훨씬 젊은 환갑도 안된 우리엄마인데..
    전 그게 하나도 아무렇지도 않은데..
    사람이 대화가 안되고 자기가 잘 안들리면 자기주장이 세지면서 남의 말은 고깝게 듣는 잘못된 버릇이 생기더라구요..
    우리엄만 유전적으로 난청이 있어서 끼신지 10년정도 되셨는데..외할머니는 너무 고집불통 할머니가 되어버리셨어요..
    엄마는 창피하다며 자기 보청기 끼는걸 남들이 아는걸 싫어하지만 저는 아무렇지도 않고,,
    또 어떻게 보면 보청기를 껴서 난청을 해소할수 있는 수준이라는것도 얼마나 다행이에요??
    안끼시면 점점 심해지실텐데..
  • 김정수 2011/10/17 22:17 #

    나도 더 심해지실까봐 걱정이란다.
    악화된 뒤에 끼시면 서로 안좋을게 뻔하니..
  • 쇠밥그릇 2011/10/17 14:55 # 답글

    스마트폰이라는 단어 자체가 친숙하지 않으니 그런 말씀도 나오실 수 있었을 것 같은데요.

    어머님과 소통이 안되어서 불편한 것도 있으시겠지만, 어머님 친구들을 모아서 외식도 시켜드리고, 목욕탕도 같이 가시고... 말이 필요없이 같이 즐길 수 있는 것도 찾아보세요.
  • 김정수 2011/10/17 22:18 #

    알겠습니다. 노력해 볼께요.^^
  • 2011/10/18 16:3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김정수 2011/10/18 20:26 #

    ^^ 감사.. 저도 답글을 달면서 괜히 글을 올렸나 했답니다. 후후
    동지감이란게 이렇군요. 감사합니다.
    저도 그래요. 가까운 곳에 술친구가 있다면 좋겠다.. 라고요.
  • 자미 2011/10/20 10:49 # 답글

    저의 아버님은 모든말을 내가 알아들을때까지 수십번 반복해서라도 말해라.
    남들은 다 해주는데 왜 가족인 너는 몇번 말하고 마냐 하시는데 미칠것같습니다.
    가족이 아닌 사람은 만나는 시간도 짧고 몇번 반복하는 거지만..
    가족은 매일 오랜시간 반복해야 하는거라..

    어르신 모시는 자식은 아무리 효성스러워도 항상 밉고,
    일년에 두번 선물과 웃음 갖고 오는 자식은 귀하고 고마운가봐요.
  • 김정수 2011/10/20 20:27 #

    정말 모시는 분들이라면 충분히 완전 공감할 말씀이세요.
    매일 겪는 일상의 고충들은 사람을 지치게하고 단련시키죠.
    나름대로 노하우가 없다면 견디기 힘들지도 몰라요.
    전 이렇게 기록으로 남기고 저를 위로하고
    이웃분들의 말씀들과 격려가 많은 삶의 도움이 되곤 한답니다.
    감사하고요. 자미님도 힘내시길..^^ 화이팅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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