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를 선택한 용희의 과학독후감. 책읽는 방(청소년,초등)







여름방학을 하기 전부터, 용희가 다니는 학교에선 문. 이과 결정을 조사하는 설문지가 있었습니다.
1학년이라 다소 여유로운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계획하고 준비해야 할 시간적 여유를 미리
계산하는 것이었겠지요.
남편과 나는 용희의 논리적이고 문학적인 성향을 알았기에 용희가 형을 따르려는 의지를 설득했었어요. ^^;

최근, 컴퓨터에 저장된 지난 4월에 적었던 용희의 과학독후감을 읽으면서
'과학'을 이렇게 문학적으로 풀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생활 속에 과학이 얼마나 많이 침투되어 있으며 그 영향은 이젠 공기와도 같은
중요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을 독후감으로 적어놨는데 그 내용이 참.. 뭐랄까. ^^ 문학적입니다. 하하
역시 저와 남편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발견했다고나 할까요?
읽다보면 눈치채시겠지만 용희가 당시 박민규씨 글풍에 꽤 감동하고 있었습니다.^^;


..


"3일 만에 읽는 생활 속 과학" 독후감


밤하늘에 쏟아질 듯 별이 총총히 떠 있어 더욱 몽롱한 어둠입니다.
초원 어느 언저리에 목동과 여자아이가 앉아 있습니다.
간간히 들리는 나지막한 음성―저 가장 빛나는 별을 따다 네게 줄 거야―라는 밀어(蜜語)를 속삭입니다.
유성(流星)은 부드러운 선을 그으며 풀벌레 우는 소리 대신

바람 가르는 소리와 엔진 소리를 냅니다. 자동차의 헤드라이트가 질주합니다.
도로에는 가장 빛나는 별들을 따다 매달아 놓았습니다.
달은 홀로 남겨진 것이 외롭다기보다는 조금 어리둥절합니다.
그렇게 찾아왔습니다, 과학(科學)이란 것이

손아귀에 꼭 맞는 크기로 다가와 내 손에 쥐어졌습니다.
나는 사용설명서와 졸다가 눈을 반 떴을 때 이 책을 보았습니다.
활자와 활자만큼 많은 삽화가 인스턴트커피를 음용하는 방법보다 까다로운 인스턴트커피 제조공정을 상세히 설명합니다.
인스턴트커피 제조공정 ② 커피를 적당한 온도와 시간을 들여 볶는다 라는 활자에서 나는 원두커피의 카페인 향이
별안간 잠을 쫓아냅니다. 나는 페이지를 넘깁니다.
동결건조 방식 : 커피 농축추출액을 영하 40℃에서 급속히 냉각시킨 뒤 분쇄한다 조금 의외의 내용입니다.
다음부터는 인스턴트커피에선 고유의 향미와 함께 살짝 떫은맛도 느껴질 것 같습니다. 그
래도 예전보다 약간, 더 섬세한 미각을 지니게 되었으니 이것은 행운입니다.

나는 소파에 앉아 입안에서 원두커피를 궁글립니다.
형광등이 밝은 허공에게― 원두커피의 향미에 소량의 지식이 스치자 가미되는 약간의 떫음, 이 책이 얘기해주지 못한,
혹은 얘기해주지 않은 다음 페이지의 공백(空白) 같은 것들이 함께 부유합니다―마치 어떤 설렘처럼

나는 밀어를 속삭입니다.





덧글

  • 양반장 2011/09/20 18:24 # 삭제 답글

    정말 멋진 독후감이예요!!
    잠시 잠깐 별이 뜨는 밤 풀밭에 앉아 뜨는 별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정도로요..
  • 김정수 2011/09/21 08:05 #

    글로 상상을 할때 더 잔상이 오래 남는다고 해요.
    저도 아들의 독후감이지만 과학독후감도 충분히 감성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죠.^^
댓글 입력 영역



이 이글루를 링크한 사람 (화이트)

744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