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북로거] 저녁싸리 정사. 꽃으로 장사 지내다. 책읽는 방(국외)







저자 렌조 마키히코는 '화장(花葬) 시리즈'로 불리는 '꽃'을 소재로한 미스터리 소설을 쓴 작가로 유명하다.
'회귀천 정사'는 꽤 유명했나본데, 나는 이 책을 통해 처음 그를 만났다.
거창한 수상경력과 그를 표현하는 수식어를 믿음으로 책장을 넘겼다.
이 책은 그의 '화장 시리즈' 단편 3편과 유머단편 격인 '양지바른과 사건부'가 실려 있다.

미스터리는 뭐니뭐니해도 '죽음'과 관련된 의미심장한 미스터리가 복선에 깔려야 흥미를 유발한다.
그런데 '렌조 마키히코'는 '꽃'이라는 연약한 존재를 결부시킨다.
죽음(분명히 타살이겠지..미스터리 소설이니)과 꽃의 관계라니.. 특이한 발상이다.
저자는 인터뷰에도 말하듯이 '주인공은 꽃'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니 독자들은 그가 말하고 싶은 주인공 꽃에 대한 사고를 정리해줘야 한다.

그에 앞서 '붉은 꽃 글자' '저녁싸리 정사' '국화의 먼지'의 세 편의 단편은
'메이지 시대'와 '쇼와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일본의 개혁이라는 시대적 불안감이 증폭되던 시기와 꽃의 연약함을 결부시켜 이 소설을 꾸민 것이다.
그러니까 이 소설의 중심 감성은 매우 애절하면서도 강력하다.

먼저 '붉은 꽃 글자' 단편은 '동백꽃'이 주인공이다. 동백꽃은 어떤 꽃인가.
꽃잎이 하나씩 떨어지며 지는 보통의 꽃들과는 달리 동백꽃은 꽃 자체가 몽땅 떨어진다.
마치 목이 잘려 사형당한 꽃 같다고나 할까. 내용도 아주 군더더기 없는 완전범죄를 꾸민 범죄자의 독백형태다.
그러니까 범죄가 종료된 상태에서 범죄상황을 설명하는 고약한 형태를 띄고 있는 것이다.
잘 나가던 친구(미즈사와)에게 농락당한 여동생(미쓰)에 대한 오빠의 복수극으로 대충 감을 잡았다가
처음부터 큰 코 다친 소설이었다. 동생 '미쓰'를 '동백꽃' 비유했다.

두번 째 '저녁싸리 정사' 는 '싸리꽃'이 주인공이다. 싸리꽃은 본 적은 없지마는 소설의 내용을 보며 유추하자면
우수수 떨어지는 모습이 애절하고 불행한 느낌이 드는 꽃이다.
저자는 직접 꽃을 보지 못한 독자들일지라 할지라도 꽃에 대한 표현은 아주 기가막히게 설명하는 재주가 있다.
메이지 시대 말, 정부 고위 각료의 부인과 그 집 서생 사이의 정사(情死)사건을 그린 소설이다.
이루어지지 못할 사랑을 죽음으로 끝낸 이야기의 진실이 밝혀진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결론을 보자면 기분이 살짝 나쁘다.

사람들에게 유통(?)되는 이야기들이 결코 진실이 아님을 알게 되는 정도로 나름대로 결말을 짓는다면 이 소설의 교훈일까.
결코 아름다운 '저녁싸리 정사'가 아님을 후반부 반전을 통해 알게 되었을 때는 씁쓸한 마음마져 들었다.
이 소설이 아름답게 표제로 등극하기엔 '사랑'이라는 명제가 뭔가 허심탄회하지 않다.
그녀(유우)의 사랑이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세번 째 '국화의 먼지' 는 말그대로 일본의 '사무라이' 무사의 꽃이 아닌가.
국가에 충성하고 죽으라면 여지없이 자신의 배를 가르고 죽는 무사를 대변하는 꽃.
적대적 무사의 집안의 남녀가 만나 결혼하고 무사의 길을 정의롭게 가지 않는 남편을 용서못한 세쓰부인의 복수극(?)
정도로 이해되는 소설이다. 남편의 죽음에 국화꽃잎이 장렬하게 떨어지고..
시대를 거슬러 이해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결코 받아드리기 힘든 소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번 째 '양지바른 사건부' 는 시대가 현대로 돌아와있다.
우왕좌왕하는 신문사이야기다. 시트콤을 보는 기분으로 읽었다.
화장시리즈와 전혀 다른 이야기라 그런지 적응하는데 조금 준비가 필요했고, 숨고르기를 하며 읽다보니
나름 가볍게 터치는 즐거움이 괜찮았다.
소설의 시대적인 요소가 현대이긴 하지만 현대가 아닌듯한 묘한 기분은 뭔지..^^

네 편의 소설은 재미있게 다 읽었는데도 솔직히 감동을 받지는 않았다. 꽃으로 치장을 했는데 왜?

왜일까.. 생각해 봤는데

미스터리 요소도 잘 갖춰졌고 꽃이라는 매체를 통해 신비감도 갖춰졌지만 웬지 억지성을 느꼈다고나 할까.
평소에 먹지 않던 음식을 대면하고 망설이다가 시장기에 먹긴 하지만 먹고나면 내내 불편한 기분처럼
살인을 저지르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상황연출(설명)등이 마치 책을 읽는 나도 공범에 몰려서 였던 것 같다.

소설의 너무 편안한 진행이
죄책감없는 뻔뻔한 죄인을 대면한 기분이라면 조금 표현이 맞을 것 같다.

내가 너무 도덕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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