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 밥 뺏는 어머니. 일상 얘기들..






퇴근 후 가방을 놓기가 무섭게 열기를 식히는 세수를 마치자마자 나는 부엌으로 향한다.
저녁시간은 늘 마음이 분주하고 시장기를 붙잡고 있는 식구들의 얼굴을 느긋하게 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밥통을 여니 어중간한 밥이 있었다. 세 명이 먹기엔 조금 많고 네 명은 부족하다.
용석이가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친구와 저녁을 먹고 올테니 한 명분의 밥을 해야하는 것이다.
이럴때 나는 대부분 내 밥은 포기하고 라면을 끓여 먹던지, 저녁을 통과한다.
편한 쪽을 택하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남편이 꽃게를 사왔기 때문에 밥을 분명히 많이들 먹을게 뻔했다.

새 밥을 해야할지 말지 잠시 망설임이 있었는데,
어머니가 '나는 밥 생각 없다' 하신다.
어중간한 점심을 드신 모양이다.
그리고 근래들어 저녁을 드시면 아침이 힘드시다고 하시는데 그 이유 같다고 짐작했다.

그리하여 세 명이서 깔끔하게 먹으면 된다는 계산에 의거 저녁준비 시간이 절약되었다.
하지만 꽃게탕 냄새는 구수하고 얼큰해서 어머니 식욕을 자극했고, '국물만 먹어볼란다' 라는 말씀에
내 밥 반공기는 어머니 차지가 되고야 말았다.
나는? 그냥 굶었다.
괜찮아요. 밥 생각이 없네요.. 하면서.. ㅜ.ㅜ

뭐 한 끼 굶는다고 죽는것도 아니고. 아침에 두부얼굴이 안된다고 자위하면 되련만
어머니에게 괜한 심통이 난다. 이번 뿐이 아니기 때문이다.
매번 정확한 판단을 늘 안하시고 계시다가 내 밥을 뺏아(?) 드신다.
어머니 그러시다가 또 드실거잖아요. 이런 말을 하면.. 벼락같이 화내시겠지? ㅡ.ㅡ.;;;

없이 살던 시절 기억이 뇌 속에 뿌리를 내려서인지 밥을 남기는 것 하나에 정말 민감하리만치 예민하시다.
어쩌다 밥을 좀 많이 하면 얼마나 잔소리를 하시는지 머리가 터질 것 같이 짜증이 난다.
손님이 오셔도 마찬가지다. 딱 사람 수만큼 밥을 해야 하는 것이다.
솔직히 손님들이 반찬 맛있다고 말하면 덜컥 겁마져 난다.
밥을 더 달라면 어쩌나 조바심이 나기 때문이다.

내가 용석이 용희 낳고서 미역국을 두 그릇을 먹어 보질 못했다.
어머니가 딱 한 그릇씩.. (ㅜ.ㅜ) 끓여 주셨기 때문이다.
용석이 안고 친정집에 갔을때,
친정엄마가 들통 가득 미역국을 끓여놓은 것을 보고 눈물이 났던 것이 기억이 난다.

사람의 기억이란게 참 묘해서 잊고 있다고 생각했다가도 비슷한 상황에 부딪쳤을때는
어김없이 감정이 되살아 나곤 한다.
어머니가 내 저녁밥을 뺏아 드셔서 속상한게 아니다.

어머니에 대한 사소한 서운함이다.




덧글

  • 2011/07/21 22:3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김정수 2011/07/22 09:14 #

    쌓아놓은 마일리지 얘기에 웃음이 팍 터졌습니다.
    그 멘트에 스트레스가 다소 풀리는데요?
    감사합니다.
  • 장딸 2011/07/22 03:34 # 답글

    아... 미역국 딱 한그릇 문구에 가슴이 짠하네요. 얼마나 서러우셨을까 싶어요.
  • 김정수 2011/07/22 09:15 #

    그땐 좀 그랬어요. ㅜ.ㅜ
    미역국만 나오면 울컥 해요.
  • runaway 2011/07/22 06:01 # 답글

    아니, 미역국 딱 한 그릇 끓여놓는 게 더 어렵고 번거로운 거 아닌가요. 저도 이번에 시어머니, 시누, 시조카 3주 놀러왔는데 정말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더라고요. 시댁은 시댁이고 며느리는 밥해주는 사람이라는 거 ;;;;;;
  • 김정수 2011/07/22 09:16 #

    그건 불변의 진리죠.
    시어머니는 끝까지 시어머니란 사실..
    이제 시대도 변했으니 그 관념이 흐려질까요?
  • 2011/07/22 08:50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김정수 2011/07/22 09:17 #

    그렇게 장마가 질때는 더워도 좋으니 그만 좀 와라.. 했잖아요. 요즘은 장마때가 그립습니다. ㅡ.ㅡ;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지만
    닥치면 또다시 괴로워하죠. ㅎ
  • 영화처럼 2011/07/25 09:22 # 답글

    저랑 정수님은 꼭 좋은 시어머니가 되기로 약속해요~
    전 계속 미술치료공부하면서 맘공부 중인데 열심히 하면
    어느정도는 괜찮은 시어머니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우린 며느리 편하게 해주는 시어머니가 되자구용~^^
    (아~씁쓸해~~~)
  • 김정수 2011/07/25 20:30 #

    저랑 영화처럼님은 똑같이 아들만 둘이니 분명히 똑같은 처지에 대해
    의논할 확률이 높습니다. ㅎㅎ
    현명하게 대처해 나가야죠.

    예상컨데 우리가 나이들면 또다른 세대차이로 힘들어할지도 몰라요.
  • tmrw 2011/08/23 17:01 # 삭제 답글

    원래 임신하고 애낳고 그럴 즈음에 겪은 서운한 일들은 두고두고 가슴에 남는 것 같아요.
    근데... 시댁은 어쩔 수 없는 시댁이더라구요. ㅠ.ㅠ
  • 김정수 2011/08/23 17:39 #

    아..임신할때 서운한 기분이 오래가는 것은 맞아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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