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쉬러 나가다. 조지오웰 엄마가 뽑은 베스트셀러




우리 주변에 걸어다니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실은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는 심장이 멎어야 비로소 죽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건 다소 자의적인 판단 같다.
우리 신체의 일부는 심장이 완전히 멎은 뒤에도 작동을 완전히 멈추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머리카락은 몇 년이 지나도록 계속 자라는 것이다. 인간이 정말 죽는 것은 두뇌 활동이
멈추는 때인지도 모른다. 새로운 관념을 받아들일 힘을 잃어버릴 때 말이다.

포티어스가 그렇다. 학식이 풍부하고 취향이 고상한 그이지만, 변화를 도무지 받아들이지 못한다.
언제까지나 같은 말, 같은 생각만 되풀이할 뿐이다. 그런 사람들이 참 많기도 하다.
정신적으로, 내면적으로 죽은 사람들 말이다.그들은 짧은 한 노선을 계속 왔다 갔다 할 뿐이고,
그러면서 점점 활력을 잃어간다. 마치 유령같다.



본문 中




"나는 15년 동안 좋은 남편이자 아빠였다.
하지만 이제 싫증이 나기 시작했다.
아내 모르게 생긴 17파운드를 어디다 쓸 것인가?"


책 날개 뒷편에 적힌 글이다.
이 세 단락은 소설이 전개될 방향을 독자에게 제시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 소설은 시기로 보건데, 스탈린식 전체주의를 경험하고 쓴 '동물농장'과 '1984'의 이전으로 보인다.
소설 속에서는 철조망과 포스터, 슬로건 검은색 셔츠단등 2차대전이 일어날 징후들이 보이기 때문이다.
작품을 출간하고 난 뒤 실제로 2차대전이 일어났다고 한다.
그러니까 소설을 읽다보면 생생한 전쟁의 긴장감을 경험할 수 있다고 보면 된다.

전쟁이란 어떤 것일까.
어떤 느낌일까. 조지오웰은 분명히 경험했을 텐데.. 난 그런 기분을 최대한 느끼려고 노력하며 읽었다.
주인공 '조지 볼링'은 '보어전쟁'을 경험했다.
경험을 한 사람은 안다.  두 번째로 똑같은 경험이 주는 감당하기 벅찬 현실을..(인용문 하단)


전쟁! 다시 그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전쟁이 곧 닥칠 것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누가 전쟁을 두려워하는가? 달리 말해, 누가 폭탄과 기관총을 두려워하는가?
"당신이겠지"라고 하실 것이다. 그렇다. 나다.
그거도 그것들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그렇다.
하지만 문제는 전쟁이 아니라 전쟁 이후다. 우리가 빠져들고 있는 세계,
곧 증오의 세계나 슬로건의 세계라 할 만한 세상 말이다
.


전쟁은 사람을 유령으로 만든다.
전쟁은 사람의 과거를.. 현재를.. 게다가 미래까지.. 無로 만든다.
굉음 속 기계안으로 빨려들어가는 조립품처럼 폭음 속으로 생각없이 무의미하게 죽게 만든다.(파시즘의 위력)
주인공 '조지 볼링'은 보어전쟁으로 잃어버린 과거(낚시가 유일한 삶의 희망으로 알았던 10대시절)
를 '새 틀니를 하던 날' 서서히 떠오르게 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뜻하게 않게 17파운드라는 돈을 아내몰래 얻게 되면서 부터다.
전쟁으로 텅빈 머리와 삶 속에서 걱정거리로 늘 뇌를 꽉 채우고 있는 아내와 징징대는 아이들 틈바구니에서
그는 '숨 쉴 곳'을 찾아 자신의 과거 속 '대어'가 있을 '로어빈필드'로 떠난다.
난 이 대목에서 잘했어! 라고 하이파이브라도 쳐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동안 넌 썩어 있었어!

사람이 하나에 꽂힐때가 있다.
그리고 그것이 확신이라고 느낄때 그 떨림의 매력은 가히 중독 이상이다.
조지 볼링이 로어빈필드에서 본 대어의 떨림을 나는 이 책 속에서 가장 인상깊게 읽었다.(하단 인용문)


물론 나는 안다. 당신이 내가 그 물고기들 크기를 과장하고 있다고 여긴다는 것 말이다.
아마 당신은 그것들이 실은 중간 크기일 뿐이며(말하자면 1피트 정도) 내 기억 속에서
서서히 부풀어 올랐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아니다. 사람들은 대개 자신이 낚은
물고기에 대해 거짓말을 하며, 손맛만 보고 놓쳐버린 물고기에 대해서는 더더욱 거짓말을
한다. 하지만 난 그것들을 낚아본 것도 아니고, 낚으러 가보지도 못했으니,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다. 분명히 말하건대, 그것들은 거대했다
.



그가 전쟁으로 헤어졌던(?).. 그리고 결혼과 삶 속에서 잊혀졌던 대어를 만나기 위해 떠날때는
희망이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런던 외곽 그가 유년시절 살아왔던 곡물. 종자집이 있는 더블린 동네는
대규모 주택단지와 공업타운, 정신병원, 그리고 무엇보다 30년이상 커졌을 그의 대어들이 있어야 할
'로어빈필드'는 쓰레기 매립장으로 변해있었다는 것...!

바로 '숨 쉴 곳'은 이미 자신의 현실처럼 사라져 버렸고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털썩!
그가 그렇게 힘들게 꾸며내서 유년시절은 전쟁과 함께 현대의 물결 속에 사라져 버렸다.
결국
그는 숨쉬러 나간 행로를 바꿔 숨쉬기 힘들던 '힐다'가 있는 그의 집으로 돌아간다.
힐다에게 둘러댈 알리바이와 함께.

잼있게 읽었다면 전쟁의 공포앞에서 쓴 조지오웰에 대한 예의가 아닐지 모르나 나는 참으로 신선했다.
전쟁이 나면 인간은 그저 하나의 거대한 기계의 부품으로 쓰여질 존재들이다.
조지볼링은.. 아니 조지오웰 역시 그저 전쟁에서 살아난 행운의 사나이였고 2차대전의 공포에 떠는 나약한 존재일 뿐이었다.
아니.. 우리 모두가 그렇다.
전쟁이 나면 '숨 쉴 곳' 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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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간이역 2011/07/18 01:17 # 답글

    조지오웰의 에세이는 참 생각할게 많은 것 같아요. 숨쉬러 나가다 역시 어쩐지 그럴 듯하네요.
    그의 에세이 한편을 읽었는데 전쟁에 참여한 군인이었을 때 코끼리를 총으로 죽인 일화로 많이 괴로워 하는 모습이
    있어서 인상 깊었어요.

    좋은 책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 김정수 2011/07/18 07:50 #

    네..^^ 이 책은 숨어있는 조지오웰의 책을 최근에 출간해서 화제인 도서라고 하네요.
    알수록 신비한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간이역님이 읽으시면 어떤 서평이 나올지 기대됩니다^^
  • 영화처럼 2011/07/18 09:35 # 답글

    제목이 너무 맘에 듭니다
  • 김정수 2011/07/19 07:57 #

    저도 맘에 들었어요. 제목이 소설에선 중요한 역활을 하지요. 대변하는 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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