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또 올게. 책읽는 방(국내)



어머니의 마음을 그릇 가득 표현한 '엄마, 나 또 올게'의 표지 - 김정수화백



무덤을 손으로 어루만지며 말했다.

"엄마! 또 올게."

그 말은 친정 갔다가 돌아올 때마다 늘 하던 말이다. 차마 어머니 홀로 두고 떠나오기가 힘들 때,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겨우 한마디 하던 것을 이제 어머니 산소에 다녀가며 하는 말이 되었다.
평생을 '또 온다.'는 말에 매달려 자식을 기다리다 가신 어머니.
어머니가 그러셨다.

"난 네가 오기 전날부터 시계를 보며, 모래 이 시간이면 네가 갈 시간이구나.하고 생각한단다."
자식이 오기도 전에 갈 시간을 섭섭해 하던 어머니.


..



나는 늙은 거미다.
내 몸에서는 이제 실을 뽑을 수 없다.
이제는 용기도 없고 힘이 없다.
몸이 말을 안 듣는다.
아무런 희망이 없고 마음만 서글프다.
죽는 것은 서럽지 않으나 앓는 것이 서럽다.
어서어서 잠든 듯이 가야 할 텐데.



..



어머니 말씀이 "쓰레기가 왜 나오냐?"는 것이다. 음식은 남김없이 알뜰히 걷어 먹고,
야채 다듬은 거나 과일 껍질은 땅에 묻어 퇴비로 쓰니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니 새 물건 사는 걸 질색을 하신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속이 출출하던 우리 네 자매가, 마치 ㅁ어머니가 쪄서
소쿠리에 담아놓은 쑥버무리를 다 먹어치운 적이 있는데, 어머니가 웃으시며 하는 말씀이
"쉰 떡가루를 버리리가 아까워 물에 하루 종일 담가서 우려냈더니 쉰 맛이 없어졌다."는 것이었다.



본문 中



책뒷편에서 이 책을 소개하는 이해인수녀님의 글을 읽으면 '엄마'에 대한 생각들로 목젖이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옛날 어머니네 삶들은 가부장적인 한국사회의 틀 속에 갇히여 배움의 꿈조차 꾸기 힘든 시기였다.
중학교는 커녕 국민학교만 나오게 해달라고 애걸하는 딸자식을 부엌에서 평생 살림이나 하다 죽을 사람으로
치부하고 울다지칠때까지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생각해도 참 기가 막히는 역사다.

이 책의 주인공 홍영녀할머니네는 꽤 잘사는 집이었음에도 직조틀에서 결혼하기 전까지 나오질 못하게 했다고 한다.
홍영녀할머니가 올해 3월, 96세에 돌아가셨는데, 돌이켜보면 100년도 안돼서 한국여성의 삶이 질적으로 향상된것은
정말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홍영녀 할머니는 그 숙명같은 자신의 삶을 수긍하는 전형적인 한국여성이며 어머니시다.
하지만 다른점이라면.. 할머니는 글을 깨우치는 것을 포기하지 않으셨다는 것이다.

70세가 다 되었을때 손자의 등 뒤에서 독학으로 할글을 깨우치셨고, 자궁암으로 수술을 받기 직전까지
서툰 글씨지만 8권의 일기장을 쓰셨다고 한다. 그 일기장에는 고추보다 매섭다는 시집살이, 먼저간 남편의 그리움,
아이들을 키우면서 행복했던 일, 서운했던 일, 외로운 밤들의 글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어머니의 그 일기장은 큰딸의 사랑으로 세상을 만나기 시작한다. 2005년에는 인간극장에도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출판까지 계획했었지만
일기장들은 출판사의 실수로 분실되었고, 블러그에 올려졌던 황안나씨의 귀중한 어머니의 글과
할머니 가족들의 이야기가 다시금 출판되어 이제 다시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다.

아무튼, 당시 그 일기장을 찾아냈을때 큰 딸 황안나씨의 동공은 얼마나 컸을까.
예전에 신경숙씨의 '엄마를 부탁해'에서 실종된 짠순이 엄마를 찾는 과정에서 엄마가 소망원에 꼬박 일정하게
기부를 한 사실들이 발견하면서 놀랐을 가족의 느낌과 같았으리라 짐작한다.

우리가 엄마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다고 자부할까.
일상의 일거수일투족을 같이 기뻐하고 같이 울며 걱정하는 어머니의 심정을 우리는 얼마나 간단하게 판단하고
잊고 지내고 있는가..
어머니는 늙은 거미다. 자신의 영양분과 살을 자식에게 다 발라주고 죽는..

장담하지 말자.
어머니도 여자고.. 순수한 소녀의 마음을 여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으며, 아플때 엄마를 찾는 여린 분이시다.
읽으면서 가슴이 아파서..눈시울이 뜨거워서 쉽게 읽지를 못했다.








덧글

  • 쇠밥그릇 2011/06/06 21:47 # 답글

    와. 저는 정수님의 글만 봐도 뭉클해지는 것이... 엉엉
  • 김정수 2011/06/08 08:22 #

    ^^;; 우시면 어떻해요.. 이 책 읽으시면 저보다 감동이 백배되실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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