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규 '더블' 책읽는 방(국내)






인생을 알고 나면, 인생을 살아갈 힘을 잃게 된다.
몰라서 고생을 견디고,
몰라서 사랑을 하고,
몰라서 자식에 연연하고,
몰라서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어디로 가는 걸까?




인간이란




천국에 들어서기엔 너무 민망하고
지옥에 떨어지기엔 너무 억울한 존재들이다.


- 누런 강 배 한척 본문(SIDE A) 中

..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로 시작해, 애잔한 키타 반주를 배경으로
잔잔히 시를 읽어내려가던 그녀의 목소리를 잊을 수 없다.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경,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강당의 지붕이 사라지고 순간 밤하늘의 별들이
내 머리로 쏟아지는 기분이었다.
그때부터 그녀는 나에게 별이 되었다.


- 낮잠 본문(SIDE B) 中





70~80년대 젊은 시절을 보냈던 아날로그(?) 사람들은 LP에 대한 추억이 남다르다.
한 장, 한 장 구입한 LP 들이 쌓여갈때마다 음반에 대한 깊은 애정이 쌓여가기 때문이다.
이제는 추억의 명제로 남은 LP 에 대한 추억처럼 18편의 단편들과 함께 박민규씨 작품이 출간됐다.

작가 박민규씨의 소설을 읽으면 낭떠러지에 떨어지는 듯한 절박한 문체와 선명한 글의 표현으로 인해
독자들은 강한 인상을 받는다. 기존 소설의 관습을 깨버리는 문장의 특징 때문이다.
지난 2010년 이상문학상을 수상작품인 '아침의 문'을 읽은 독자라면 짧은 단편 속에서 비쳐진
그의 성향에 당황했을 거라 생각한다.
그의 소설을 읽고나면 습지대에서 간신히 탈출한 사람처럼 기운이 쫙 빠지는 기분에 사로잡히지만
왠지모를 위로감에 흡족하다. 반항적이고 우울한 문체로 인한 사회에 대한 동질감 때문이라 생각이 든다.

우리가 상대방에게서 호감을 갖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그를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박민규씨 특유의 고독을 다루는 문체에 매력을 느껴서라고 생각이 든다.

SIDE A, SIDE B 두 권으로 이루어진 '더블'은 그래서 박민규씨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서슴없이
구입을 망설이지 않았으리라 짐작한다. 18편의 단편 중에는 읽은 것도 있었지만 다시금 읽어도 새롭게
읽혀지는 순수함을 발견할 수 있었다.

두 권의 단편들을 지난 휴일날 편안하게 누워서, 앉아서 읽었다. 읽으면서 모처럼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에게서 예상하지 못했던 작품들을 만났서였다.

'누런 강 배 한 척'과 '낮잠'은 가장 현실적인 존재감인 어머니와 아버지를 주제로 그린 작품이라
읽고 난 뒤에 잔상이 많이 남는다.(인용문 참고)
그리고 실제로 박민규씨의 어머니, 아버지를 생각하며 집필한 작품이라고 했다.
죽음에 대한 사색이 담담하게 현실을 빛나게 해준 작품이라 특이하게 느껴졌다.
열심히 살아왔지만 결국 손에 쥐는 것은 하나도 없는 불쌍한 서민들의 존재감.. 그리고 첫사랑에 대한
애잔한 욕심들이 이렇게 죽음을 앞둔 사람들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수록된 18개의 작품들은 그동안 그를 알았던 작품들 이외에 다양한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만의 유머, 그만의 다양한 SF적 사고가 과감하게 담겨있다.
(SF 적인 상상력은 너무 지나치고 어이가 없을 정도라 읽다가 입맛을 다실 정도였지만 나름 잼있게 읽었다.)

아무튼 그는 LP판을 생각하면서 이 책을 출간했다. LP판에 속지처럼 이 두 권의 책에도 '속지'가 들어있다.
18편의 작품에 대한 그의 짧은 코멘트는 그의 생각을 정리해놔서 좋았다.

그를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소장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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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유신 2011/05/18 13:21 # 답글

    SF 소설들은 읽을 땐 재미 있었지만 막상 책을 덮고 나면 생각나는 건 '낮잠'이나 '누런강 배한척' '근처' 뭐 이런 소설이더라구요.
  • 김정수 2011/05/22 17:53 #

    저도 동감입니다. 기억에 남는건 역시 박민규씨다운 문체가 담긴 소설인 것 같아요^^
  • 삭후 2011/05/18 15:59 # 답글

    유신님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하게 되네요.


  • 김정수 2011/05/22 17:53 #

    역시 다들 같은 맘? ^^
  • 이너플라잇 2011/05/18 17:54 # 답글

    저는 장편들인 줄 알고 시간내기가 힘들것 같아 망설였는데, 단편을 모은 것인가요..?
    요 근래 많이 시도하는 sf 적 배경보다 저도 역시 그 외의 단편들이 더 생각난다에 동감입니다~~^^
  • 김정수 2011/05/22 17:54 #

    네.. 단편집들을 모아놓은 거예요. 아마 읽으시다보면 읽으신 것도 섞여 있을 겁니다^^
  • modo 2011/08/09 01:53 # 삭제 답글

    포스팅 잘 읽었습니다.
    혹시 박민규 작가의 다른 작품<카스테라>를 각색한 연극에 관심 있으시다면
    http://blog.naver.com/aptory
    방문해주세요~
  • 김정수 2011/08/09 08:49 #

    연극에 올리는군요^^ 소식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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