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속에 거울이 있다. 엄마의 산책길



엄마는 아이가 아프면 같이 아파한다. 수년 전 모 방송사에서 방영하였던 다모라는 미니시리즈에서도
유명한 대사가 있었다
.
 “
아프냐. 나도 아프다.” 인간은 어째서 이런 행동과 말을 할 수 있을까? TV에서 아이돌 그룹이 멋진 춤을 춘다.
나도 그 춤을  따라 춘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우리는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동작을 눈으로 슬쩍 한 번 보고
난 뒤 어느 정도 따라할 수 있다
. 타인이 느끼는 것을 마치 내가 느끼는 것과 같은 경험도 한다.
당연한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과연 지구상의 다른 동물들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면 말이다.
여기에는 엄청난 비밀이 숨어 있다.

 

 

거울뉴런의 발견

이탈리아의 저명한 신경심리학자인 리촐라티(Giacomo Rizzolatti) 교수는 자신의 연구진과 함께 원숭이에게
다양한 동작을 시켜보면서 그 동작을 함에 따라 관련된 뇌의 뉴런
이 어떻게 활동하는가를 관찰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리촐라티 교수는 매우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한 원숭이가 다른 원숭이나 주위에 있는
사람의 행동을 보기만 하고 있는데도 자신이 움직일 때와 마찬가지로 반응하는 뉴런들이 있다는 것이다
.

 

내가 그것을 직접 할 때와 내가 그것을 직접 경험하지 않고 보거나 듣고만 있을 때 동일한 반응을 하는 뉴런이
있다는 것
. 이게 과연 무슨 의미일까. 얼핏 생각하면 별 것 아닌 것처럼 지나칠 수 있지만 사실 인간의 뇌와
마음을 연구하는 심리학자들에게는 엄청난 발견이 아닐 수 없다
. 왜냐하면 이는 인간이 왜 그리고 어떻게
지구상에서 가장 지적인 존재가 될 수 있었는가라는 질문에 본질적인 해답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연구를 종합하면 거울뉴런(별표)은 뇌의 3곳에 분포한다. 전두엽 전운동피질 아래쪽과 두정엽 아래쪽,
측두엽, 뇌성엽 앞쪽이다. 거울뉴런은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정보를 처리해 지각한 행동의 의미를 파악한다.

 

 

수만 년과 십 분의 차이

거울뉴런은 뇌의 어느 한 곳이 아닌 여러 곳에 분포하고 있다. 그러나 그 핵심적 기능은 동일하다.
관찰 혹은 다른 간접경험만으로도 마치 내가 그 일을 직접 하고 있는 것처럼 반응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거울 뉴런이 존재하는 것일까?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다. 즉, 사회 내에서 다른 구성원들과
의사소통하면서 생활해야 한다
. 따라서 타인의 의도를 파악하고 공감하며 이를 위해 언어 등 의사소통 수단이
반드시 필요하다
.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요인들이 그 사람이 속해 있는 이른바 문화를 이루는 핵심 요소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것들을 직접 경험해야 한다면? 혹은 그것에 맞게 진화해 나가야 한다면?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소모될 것이다
. 예를 들어, 북극곰은 북극에서 극한 추위를 견뎌야 하므로 털로 자신의 몸을 감싸야만 한다.
아마도 이를 위해 몇 만 년의 진화를 통해 현재의 모습을 가지게 됐을 것이다.

 

하지만 에스키모 아이는 어떤가? 곰을 잡아 털옷을 만드는 부모를 보고 단 10분 만에 이를 학습할 수 있지 않은가?
아마도 부모가 털옷을 만들어 입는 그 순간 그 아이의 뇌에 있는 뉴런들도 부모와 마찬가지로 따뜻함을 느꼈을 것이다.
수만 년과 10. 이 얼마나 대단한 차이인가? 연약한 육체를 지녔으면서도 바로 이런 방법을 통해 오랜 시간 동안
이 지구에서 중심적 지위를 누려올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

 

 

거울뉴런의 다양한 활동

거울뉴런들은 주로 어떤 외부 상황이나 행동에 주로 반응할까? 가장 잘 반응하는 대상은 타인의 의도가 반영되어
있는 행동이다
. 그런데 타인의 의도를 전혀 파악하지 않는 사람을 우리는 자폐환자라고 부른다.
신기하게도 자폐환자들은 이 거울뉴런들이 거의 활동을 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거울뉴런은 자폐에 대한 신경학적
원인에 대해서도 대답을 해 주고 있다
.

 

아이들은 어떻게 다양한 활동들과 언어를 배울까? 바로 모방, 따라하기를 통해서이다. 이를 위해서도
거울뉴런은 결정적 역할을 수행한다
. 무언가를 따라하기 위해 타인의 말이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할 때 아이들의
뇌 안에서 거울뉴런들은 열심히 반응한다
. 자신도 그 말이나 행동을 하는 것처럼 느끼기 위해서이다.

 

공감은 누가 더 잘할까? 내 앞에 있는 사람이 아프면 누가 더 같이 아파해 주는 경향이 있을까? 남자일까 여자일까?
상식적으로 이러한 공감은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이 한다. 사실이다. 그리고 여성은 남성에 비해 평균적으로 더 강한
거울뉴런 활동을 보이고 있다
.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드라마 중독이 여성에서 더 자주 찾아볼 수 있는 것도 같은
이유이기 때문이다
.

 


원숭이의 거울뉴런은 주로 운동을 담당하고 있는 뇌에서만 발견되기 때문에 단순한 행동을 따라할 수는 있지만
다른 차원의 높은 것들은 모방이 불가능하다.
<출처: http://dx.doi.org/10.1371/journal.pbio.0040311>

 

 

인간과 매우 근접한 영장류라고 불리는 원숭이들은 이 거울뉴런이 주로 운동을 담당하고 있는 뇌에서만 발견된다.
즉 단순한 행동을 따라할 수 있지만 다른 차원의 높은 것들은 모방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인간의 뇌에서는
이 거울뉴런들이 다양한 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 인간이 수많은 종류의 정보를 모방할 수 있는 이유이다.
수백 만 년 전부터 현재의 두뇌 용량을 보유했던 인류가 도구의 사용과 언어, 더 나아가 문명을 창조하게 된 것은
불과
4~5만 년 전이다. 공교롭게도 거울뉴런 시스템의 출현이 이 시기와 맞아 떨지는 것 같다는 것이 관련 연구자들의
주장이다
. 인간이 지구상에서 가장 우수한 생명체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우리 뇌의 같이 느끼고 따라하기
가능케 만들어주는 뉴런
, 즉 세포에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김경일 /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출처: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contents_id=5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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