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마..친정아버지. 일상 얘기들..



용희(100일전)를 안고 계시는 친정엄마


올해 75세인 친정아버지는 몇년 전 뇌경색 판단을 받으신 이후로는 하루하루가 불안감으로 살고 계시다.
아버지는 먹고 살기도 힘든 시절, 대학 중턱까지 다니셨으니 상당한 지적 소유자신데,
사고 이후 기억력 감퇴, 인지력 둔화로 스스로 그 충격에 휩싸여 자괴감이 상당하신 것 같다.
'이젠 내가 네 번호가 기억이 안나..' 하시면서 눈물을 글썽일땐 나도 너무 속상해서 목젖이 뜨거워진다.

그렇게 띄엄띄엄 인지능력이 떨어지시더니 지난 2월엔 치매기까지 전이가 되서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전화로 놀란 친정엄마의 목소리는 충격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놀란 가슴에 업무도 허둥대며 마무리 짓고 달려가는 내내 내 머리 속은 시커멓게 판단능력이 없어졌었다.
다행히 아버지도 엄마도 진정을 시킨 뒤 귀가를 했지만 짖누르는 무거움은 표현하기조차 무서울 정도였다.
나도 이런데, 같이 사는 엄마는 어떤 심정일까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내가 같이 살면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멀리 떨어져 있으니 늘 마음이 안좋다.
게다가 내겐 시어머니도 계시니 내 눈에 계셔야 맘이 편할 것 같아요..라고 장담도 못하는 처지다.

..

오늘 오후에 두 분이 날 보러 군포까지 오셨다. 아버지가 조금 건강이 좋아지신 것일까.
퇴근 시간에 맞춰 오시라고 했더니 3시부터 들떠 전화를 주신다.
아마도 아침부터 옷을 무엇을 입고 나갈지 두 분이서 의논하셨을 것이다.

결혼한 딸이 저녁을 사준다고 연락을 드리니 좋아라 하시며 두분이 두 손을 잡고 전철을 타고 오신다.
엄마와 아버지는 정말 맛있게 저녁을 드셨다.  아버지는 육회에 갈비탕을 얼굴을 한번도 안들고 드신다.
엄마는 아버지가 점심도 굶으셨다고 자랑처럼 말씀하셨다.

'내가 하는 반찬은 이제 맛이 없나봐. 근데 네가 사주는 밥은 저렇게 잘 드시는구나.'

'저도 반찬 해먹는거 무지 귀찮아졌어요. 저도 나이 먹나봐요. 누가 해준 밥은 다 맛나요.'

엄마가 날 보고 동지를 만난 듯 웃어주신다.
맛있게 드시고 두 분이 다시 서울행 전철을 타시고 떠나셨다.
엄마와 아버지가 전철안에서 손을 흔들어 주셨다.
활짝 웃으시면서..  

..

아버지도 걱정이고, 옆에서 시중 들어주는 엄마도 가엽다.
어떻해야 하나..
정말 두 분이 많이 늙으셨다.  

가슴이 아픈 밤이다.






덧글

  • 2011/04/19 23:4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김정수 2011/04/20 12:27 #

    감사드립니다. ^^
  • 2011/04/19 23:5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김정수 2011/04/20 12:28 #

    그러시군요. 먹먹하고 답답한 마음이 교차되는 말씀이십니다.
    공감대 형성은 감정의 교류에서 오는 것 같아요.
    답이 안나오는 현실은 참 우울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 장딸 2011/04/20 02:07 # 답글

    십년뒤면 느이 아버지도 70이다란, 무심결에 하신 친정아부지 말에 가슴이 확 내려앉았는데 잘 해드려야겠어요..이글보니 제 가슴이 다 아프네요.
  • 김정수 2011/04/20 12:29 #

    과거를 회상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나이를 먹는다고 하던데..
    시간이 이렇게 빠르게 갈 줄은 저도 요즘에서야 이렇게 실감을 하고 있습니다.
  • 영화처럼 2011/04/22 20:17 # 답글

    저의 친정엔 이제 아흔되신 왕할머니까지 계세요.
    그러니 엄마의 몫이 다른이의 것보다 더 무겁다는 걸 알지만...
    멀리서 도와드리지 못하니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래도 힘들다 하지 않고 누워계신 할머니를 10년 가까이 병수발하시니
    대단하시죠.
    이번에 효부상 받는다고 하시는데...부담스러워서 싫다고...쩝.
    그래도 어머니, 아버지 함께 하시니 그 또한 다행입니다 ^^
  • 김정수 2011/04/23 12:04 #

    효부상 받으실만 하시네요. 그게 보통 힘들일이 아니잖아요.
    그 세월의 노곤함과 정성이 느껴지네요. 정말 훌륭하시네요.

    네.
    저도 늘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제발 오래 사시라고..
    긍정적인 생각 갖으시라고 당부하고 또 당부드리죠^^
댓글 입력 영역



이 이글루를 링크한 사람 (화이트)

744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