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희가 쓴 소설 / 1 장 모미지 쥐゚ 엄마의 산책길



용희가 쓴 소설입니다. 지난 번 소설은 무라카미 하루키 풍을 느끼게 하더니
이번에는 근간 읽은 박민규작가의 느낌이 강합니다. ^^
내용이 깁니다.
관심있는 분들만 읽어보시고 감상을 듣고 싶습니다.^^;

이제 고등학교 1학년에 입학했는데, 자기계발 활동으로 '창작 글쓰기 동아리'를 만들어서
활동하고 싶어하네요.  온라인에서 가벼운 덧글이 아닌 글에 진심으로 관심있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 만든다고 하는데 참 기특하죠? ^^


..





1 장 모미지

쥐゚






두른다. 육중한 무게는 찌르는 햇빛을 흘린다. 칼등을 왼손으로 받쳐 앞으로 체중을 실어 들이받는다.
그리고 곧바로 왼손으로 두꺼운 칼등을 빠르게 쓸어내리고 칼자루를 두 손으로 거머쥐어 힘껏 사선으로 벤다.
벌써 나이테 몇 가닥을 더 끊으며 패인 나무는 톱밥을 토한다. 내려치고 베는 일련의 동작이 장중한 흐름을 낳고
노련한 솜씨는 그 흐름 위에 수(繡)를 놓는다. 허공을 가르는 서슬이 막바지에 다다라 그 자수(刺繡)를 찢는다.
마지막 일격에 나무가 휘

청거린다. 휘청거리는 것은, 숱한 가지의 무게 말고도 더한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휘청... 휘청거리다 쩍, 풀썩 하며
요란하게 쓰러지는 나무가 그새 대여섯 그루이다. 기차게 난도질하고 후려갈기던 모미지도 그 자리에 우뚝 서
지켜보고만 있다. 지켜보고만 있는 것은, 씩씩거리는 숨을 고른다는 명목 말고도 더한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사정없이 갈기는 무심함에 질려 끝내 나무는 자국눈 골고루 뿌린 땅바닥에 누워있다. 그루라고 세긴 애처로운,
또 그렇다고 구(具)라고 고쳐 부르긴 께름칙한 나무가 누워있다. 누워있는 나무에는, 또 한 번의 겨울철을 나고서
자신의 속살에 꼬박꼬박 새기던 나이테 혹은, 절반 이상 패이고도 애써 버티던 껍질과 기둥 혹은, 하루도 빠짐없이
양분을 받아먹고 하늘로 뻗어대던 가지 혹은, 가끔 게을렀던 가지, 갖가지 가지, 가지, 가지 말고도 더한 무언가가

분명 있을 텐데

아득한 미 혹은, 어쩌면 그저 이 괴상한 날씨 때문에 심사가 어지러워져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어제까지도 두 뺨을
도려낼 듯 바람이 불어 닥치다 하루아침에 해가 목덜미를 뜨뜻하게 지지고 있다. 햇빛의 복사열과 한겨울의 냉기가
피부 표면에 미묘하게 엇갈린다. 모미지는 한 중량 나가는 대검을 땅 위에 메다꽂고 칼자루에 손을 얹고서 그간의
훈련을 돌이켜본다. 계획한 훈련의 마지막 단계까지 마쳤고, 그로 신체가 민첩해지고 자세가 더욱 굳건해졌으며
기존의 기술에서 파생되는 새로운 기술을 언제든 써먹을 수 있을 정도까지 익혀놓았다. 더한 무언가가 있다면
이것일 터다.

그러면 됐다.

오합지졸을 거느리며 폭포를 지키는 보초병의 장으로서도, 어쩌다 보니 부담되게시리 받게 된 신뢰나 칭찬에
저버리지 않는다는 의미로서도, 자질구레한 일, 귀찮은 일, 간단한 일, 궂은 일, 일, 일, 으레 일도 일말의 의욕이
일 일 일절 없을 일만 맡기 일쑤인 일과로 소일(消日)하는 이리로서도.

숙소로 돌아와 모미지는 방바닥에 한 중량 하는 대검을 쿵 하고 내던진다. 쿵 소리는 일종의 정신적 전환 스위치이다.
숙소는 먹고 자고 움직이는 더도 덜도 아닌 딱 하나의 생명을 담도록 설계된 단칸방이었다. 조금 누추한 느낌은
없잖아 있지만 부대낄 정도로 비좁지 않고, 그냥 평범했다. 아무튼 저기 개켜놓은 빛바랜 연두색 이불이 방의
그런 이미지에 한 몫 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 모미지는 이불을 깔아뭉개 앉았다. 대충 갠 이불 속 공기가 푸시

하고 빠져나간다. 모미지는 게으름처럼 하체를 연신 움질거리고 비비적댔다. 창가 곁 이불이 바라던 만큼 양지를
머금었나 보다. 햇볕에 얼근히 취한 듯 배시시한 미소가 모미지의 입가에 번진다. 꼬리도 저를 홰홰 젓는다.
뭉그적거리는 모미지를 미루어 보아, 이전의 쿵 소리는, 아마 근면과 게으름을 전환하는 스위치일 터이다.
그리고 이불은, 지붕으로부터 꾹 눌러 찌그러트리면 맨 게으름만 푸시 하고 빠져나올 것만 같은 방에 개켜놓은
일종의

낙(樂)일 터이다. 언제부턴가 모미지는 자잘한 것에 낙을 붙이고만 있다. 그 짓이 어지간하면 순진하고 소박해
좋으련만 애써 어디서든 흡족함을 찾으려 하는 감이 있어 측은하다. 보초를 제외한 만사는 오락이요, 흥과 신명이
샘솟는 오아시스요 라는 식의 흑백논리다. 그 흑백논리에 비집고 들어가 있는 건 오락도 흥도 신명도 부질없다는
체념과 허무(虛無)의 논리다. 흔해빠진 논리의 덧없는 무게처럼, 햇빛을 몹시 따끔거려하는 먼지가 호들갑을 떨며
방정맞게 비행한다.

모미지는 겨울보초를 서지 않는다. 그간 성실히 보초를 서 경비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하사받은 두 달 간의
면제다. 가을이 끝나고 겨울이란 막간에 소량의 자유를 하사받은 셈이다. 참 감질나다. 자유란 것이 고작 반납해서
특근 보상을 받거나 싫으면 본전 뽑겠다고 지레 들떠 마구 써버리는 싱겁고 밋밋한 거냐, 하는 불만 많은 풋내기
꼬리가 이불을 팡팡 먼지 나게 쌔려댄다. 모미지도 고작 이불에 앉아 엉덩이나 덥히고 있기엔 서러운지 모미지는
바깥으로 뛰쳐나갔다. 이따금 저도 들어본 나들이라는 것을 해볼 참이려나보다. 괴상한 날씨 덕에 가능한 일이다.
대검을 들고서 모미지는 숲 속을 정처 없이

걸었다. 지금 모미지는 사뭇 점잖다. 나올 땐 흥흥거리고 들떴건만 아마 검의 무게가 평소의 모미지로 돌려놓은 듯
보였다. 대검을 들고 온 이렇다 할 이유는 없다. 으레 모미지는 바깥에 나갈 때 대검을 지참한다. 숲 밖으로 나와
움직이지 않는 이유도 비슷하다. 아무래도 매양 봐온 게 익숙한 것이다. 그런 모미지도 아무렴 산 밖으로 나간 적은
있다. 그러나 그 적마다 심부름이란 꼬리표가 으레 붙어있기 마련이었다. 모미지는 당시 해결할 심부름 외에
오관(五官)으로 들오는 온갖 정보를 무시해 산 밖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다. 문득 모미지가 떠올릴 수 있는 기억이라곤
역시

낯선 풍경 한 폭
타지의 미묘한 냄새
이상한 억양의 목소리

같은 것뿐이다. 한참을 그저 앞으로 앞으로만 모미지는 걷고 걷는다. 왼발이 걸으므로 오른발이 걷고 다리가 걸으니
몸이 걷되 걷는지 안 걷는지 모호한 걸음이다. 애당초 방향도 목적도 없는 나들이가 가능한가? 같은 의문을 짊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지금 모미지는 사뭇 곤혹스럽다. 나무들이 자꾸 모미지의 곁을 스쳐지나간다. 이 나무가 지나가면
저 나무가 다가오다 지나가던 그 나무가 지나가듯 지나가고 저기 저 나무도 다가오던 그 나무가 다가오듯 다가온다.
이름 모를 나무의 떼가 하나같이 걷는 방향의 정반대로 지나간다. 나무들만의 암묵적인 구호의 외침이 모미지의
귓가에 얼씬댄다. 이상한 억양의 구호다. 뚜벅뚜벅 모미지가 걸으면 나무들이

척! 척!

걷는다. 모미지는 발걸음을 멈춘다. 피곤이 한숨으로 터져 나오는데 그 끝이 마침표도 물음표도 아닌 어중간한
톤이다. 피곤은 한데 왜 피곤한지 모르는 탓이다. 그건 정말로 모를 일이다. 숙소를 향해 돌아갈 그 때, 뒤에서
쉬이이 하는 소리가 들린다. 소리가 점점 커진다. 누군가 적잖이 빠른 속도로 숲 속을 파고들어오는 듯하다.
모미지는 반가운 소식인 양 고개를 홱 돌린다.

아하

나는 저 의문의 소리를 추적해 정체를 파악하라는 부름을 받고 여기까지 온 것이다. 짐짓 떠오른 생각에 번뜩
모미지는 아이디어처럼 동감한다. 무릎이라도 탁 칠 노릇이다. 여태의 곤혹이 묽은 죽처럼 흥건히 녹아 풀어진다.
모미지는 그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빠르게 움직인다. 지금 모미지는 점잖고 거기다 사뭇 의젓하다. 나무는 어련히
가만히 있다. 이 나무도 가만있고 저 나무도 가만있는 이 나무가 가만있듯 가만있고 저기 저 나무도 가만히만 있다.
모미지가 걸으매 얼핏 저 나무가 뒤께로 걷는 듯 뵈나 정말 걷고 있진 않거니와 정말 걷는대도 걷던 안 걷던 알 바가
아니다. 숲 속을 빠져나오니, 역시 누군가 보초의 임무가 적용되는 범위 바깥으로 돌아 산으로 몰래 들어오는 중이었다.
멀리서 저공비행으로 여기에 오고 있다. 저 생긴 품새하며 차림새는 언제인가

모미지도 대적한 적이 있는 마법사다. 그냥 그런 일이 있었는데, 요는 역시 저 마법사가 모미지보다 한참은 더
강하다는 거다. 그때도 그랬거니와 지금도 그럴 것이다. 하여튼 저 마법사는 이리로 계속 더 가까이 다가온다.
모미지는 그 마법사가 더 이상 진입하지 못하도록 길을 가로막아 섰다. 상대를 멈춰 세우는 폼이 영

엉성하다. 얼마간 모미지와 그 마법사는 투닥거리며 싸웠다. 마법사는 뜻하지 않은 때 귀찮은 존재를 만난 듯
번쩍번쩍 눈부신 섬광을 쏘아대는 탄을 던지고 틈만 나면 냉큼 피하려들며 상종을 안 하려고만 하는데 거기에다
또 모미지는 그 마법사의 꽁무니를 따라잡고 늘어져 그냥 아주 부대끼라고 달팽이 모양으로 커다랗게 탄막을
감아 길을 들쑤셔 성가시게 했다. 마법사의 얼굴에 신경질이 치미는 것이 보인다. 안 되겠다 싶은 마법사는 한 손으로
빗자루를 움켜쥐고 팔괘를 등짝에 바짝 대더니 그대로 모미지를 맹렬하게 들이받았다. 쾅 치인 모미지는 마법사의
추진력이었던 등께의 마포에 몹시 데여 나가떨어졌다. 역시 무리였다, 무리이므로, 모미지는 홱 등을 보이고 신속히
달아났다. 지금 모미지는 점잖고 의젓한데다가 사뭇

착하기까지 하다. 침입 사실을 보고하러 상사의 사무실로 달려가는 것이다. 몇 분 지났을까, 모미지는 직속상관이자
신문기자인 샤메이마루 아야의 사무실 문을 연다. 책상 위가 갓 찍은 사진과 종이로 뒤덮여 어지러운 걸 보니 한참
신문을 제작하고 있었나 보다. 말라비틀어진 난(蘭)화분 하나가 방구석 어중간한 곳에 덩그러니 놓여 먼지만 쌓여있다.
아야는 펜으로 뭔가를 갈겨쓰고 있다.

“서쪽 부근에서 침입자가 발견되었습니다.” “그래?” 아야는 고개를 들며 말했다. “그때 그 마법사입니다.”
“응? 아아, 괜찮아, 괜찮아. 그보다, 이리로 와서 이것 좀 봐봐.” “예?” “이번 호 기사로 쓸 사건의 내용이야.”
모미지는 수첩을 건네받는다. 모미지가 갈겨쓴 글씨를 해석하느라 애를 먹다가 끝까지 읽기도 전에 아야가
입을 연다.

“삼일 전 새벽에 모두 잠들어 있는 틈을 타 쥐떼가 마을을 한바탕 휩쓸고 지나갔어. 집안 곳곳이 갉아 먹혀 구멍이
뚫리고, 곳간이 헤집어져 쑥대밭이 되어버렸지.” “그렇습니까.” 아야는 말을 잇는다.

“이전에도 쥐가 한두 마리 나타나 말썽을 부린 적이야 있었지만 이번처럼 떼로 몰려와 마을 곳곳을 들쑤셔놓은
적은 처음이야. 또 이번 사건에서 발견된 쥐의 습성 중 특이한 점은, 쥐 여럿의 활동이 무척 조직적이고,
한 몸처럼 협동이 이루어졌다는 거야. 한 목격자에 의하면, 부엌에 소량의 잣을 담아둔 조그만 주머니를 벽에
박은 못에 매달아 놓았다고 하는데, 찍찍 소리가 들려 잠에서 깬 목격자는 부엌으로 가보니 끈이 끊어진 주머니가
통째로 여러 쥐들에 의해 옮겨지고 있었대. 잡으려고 했을 때는 이미 주머니와 함께 쥐구멍 속으로 들어간
후라고 하더라.”

모미지는 고개를 갸웃한다. 조직적인 쥐.
“또, 쥐들은 먹는 물건만 가져가지 않고 물건들도 가져갔는데, 가져간 물건들이 공통적으로 외관이 화려하고
손바닥만한 휴대용 빗이라는 거야. 서너 명 정도의 사람들이 하나같이 빗이 없어졌다고 했고, 그 주변이 어질러진 것이
꼭 쥐가 드나든 흔적이더라고. 또 쥐들이 곳간, 부엌 외에도 서랍이나 장롱도 많이 뒤지고 갔다는 특징으로 보아 쥐들이
빗을 가져갈 목적으로 마을에 습격한 모양이야. 나는 아무래도 이 쥐들이 누군가가 시켜서 움직이는 거라고 판단해
혹시 의심이 가는 인물이 있냐고 주민들에게 물어보았지. 그랬더니 한 명이 명련사에 토라마루 쇼우의 부하로 일하고
있다는 쥐요괴를 지목했어. 역시 그 쥐요괴, 어렴풋이 짐작은 하고 있었는데 똑바로 기억해내질 못했어. 명련사의 여러
사람들 틈에서 워낙 말없이 조용히 있었거든. 하여튼 그 쥐요괴, 쥐들에게 명령을 내려 물건을 찾아오게 할 수 있다고
들었어. 실제로 명련사가 환상향에 정착하기 전 명련사 식구들의 은인인 뱌쿠렌이 봉인된 마계로 가 비창의 보물인가,
조각인가 하는 것을 모아 봉인을 풀 때에도 이 쥐요괴도 쥐들을 동원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비창의 보물들을 찾고
다녔다고 했거든. 그래서 나는 이따금씩 쥐의 피해를 입었던 인접한 두 가구가 그날 쥐덫으로 잡은 쥐를 증거물
삼아 받아와서, 그 쥐요괴에게 직접 찾아갔지. 마을 사람의 진술과 다름없이 쥐의 귀와 꼬리를 하고 있었어.
나는 그 쥐를 보여주면서 삼일 전 마을에 쥐떼의 습격을 받아 피해를 보았다, 그리고 그곳 쥐덫에서 발견된 쥐가 바로
이 쥐인데, 이 쥐에 대해 아는 사실이 있냐 물었지.” 아야는 잠깐 말을 멈추고 다시 잇는다.

“대답은 노.” 아야는 턱을 괸다. 표정이 심드렁하다. 모미지는 미간을 찌푸린다. “예?” “그 쥐요괴는 딱 잘라 자신의
쥐가 아니라고 부인했어. 아무래도 마을이 쥐떼의 습격을 받았다는 사실을 이쪽에서 먼저 밝힌 것이 실수였어.
아아, 내가 아직도 이런 아마추어 같은 실수를 저지르다니. 참...” 아야는 펜을 돌리다 대답한다.

“어쨌든 간에, 이렇게 된 거 주민의 부탁이나 전달해주자고 생각해서 그 쥐요괴에게 마을에 쥐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해달라는 주민을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하고 물었는데, 그건 또 안 된다네. 쥐들의 습성이라 조절할 수
있는 게 아니라나, 하긴 자기 발을 스스로 묶을 리가 없지.” 아야는 등받이에 기대며 한껏 기지개를 편다.

“음... 뭐, 그래, 모미지. 어... 침입자가 왔다고 했었지. 그 마법사가 왜 요괴의 산에 들어온 이유는 모르겠는데,
직접적으로 피해를 주는 일은 없을 테니까 그만 나가봐.” “예.”


모미지는 오늘 실컷 걷는다. 나무 사이로 삐져나와 변덕스레 비췄다 말았다 하는 노을이 그녀 이마빼기만하다.
질질 끌리고 있는 대검, 말라비틀어진 난과 갈겨쓴 수첩, 마법사를 멈춰 세우는 엉성한 폼, 이상한 억양의
구호 따위가 치렁치렁 모미지를 물고 늘어져 뒤따라온다. 모미지는 문을 열어 개켜놓은 이불을 펼쳐 벌러덩
드러눕는다. 내일 아침까지 고온히

자고 싶은 하루였다. 그저 그대로, 그런데 이불 속에서 자꾸 꼬리가 뻗대고 부스럭거리며 잠이 들려는 모미지를
고약하게 깨워놓는다. 모미지는 감은 눈으로 이부자리에서 일어나 앉는다. 꼬리가 성이 났나 보다. 왜 이런지
모르겠지만 일단 모미지는 그래도 제 꼬리인 만큼 다독이고 재워야 할 노릇이다. 그런데 다독이자니 왜 이런지
알아야 할 일이다. 모미지는 꾸벅꾸벅 졸면서, 꼬리에게 그럴싸한 이유를 대며 이래서 그러니, 묻는 꿈을 꾼다.
대답은 노. 모미지는 저를 멍청한 놈 취급하는 말투로 대꾸하는 꼬리가 화가 나지만 다시 다른 이유를 대며 묻는다.
아니란다. 이쯤 꼬리가 그냥 잠들어 버렸으면, 하며 또 다른 이유를 대며 묻는다. 꼬리는 여전히 바득바득 아니라고만
대꾸한다. 참 버릇없고 못난 꼬리다. 아니

참 버릇없고 못난 꼬리였으면

하고서 모미지는 그냥 꿈도 없는 새까만 잠을 자기로 마음을 먹는다. 왼쪽으로 고쳐 눕고, 오른쪽으로 젖혀 눕고,
다시 왼쪽으로 돌려 눕고, 다시 오른쪽으로 틀어 눕는다. 아직도 꼬리는 치미는 부아같이 털을 곤두세운다.
저녁은 베개를 적시는 눈물같이 어둠으로 젖는다.


새벽, 문득 일어나 앉는다. 꼬리는 자고 있다. 지쳐서 그렇지 또 그럴 것이다. 꼬리를 위해 싸우는 시늉이라도
해야 된다. 모미지는 고개를 돌려 대검을 본다. 그 마법사는 무척 잽싸다. 싸우기엔 대검은 너무 무겁다.
좀 더 날렵한 칼이 필요하다. 탄막도 새로 짜야 한다. 새삼 궁리라는 것을 해본다.




덧글

  • 거울세상 2011/03/09 01:38 # 답글

    안녕하세요^^
    저 위에 캐릭터가 너무 귀여워요~
    전 글하고는 거리가 멀고..그림..꾸미는거에 가까우다보니..
    글의 느낌을 살려서..그림을 어떻게 그려야될까 하는 고민이 생겨요..;
  • 김정수 2011/03/09 18:22 #

    일본 동인지에 올라온 케릭터인데 참 귀엽죠? 간결하면서도 특징이 살아있죠?

    거울세상님 사업은 잘 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바라보는 시각을 갖아보는 것도 중요하겠지요.
    지인들이 아닌 사람들로요..^^
    이런 고민들은 자신의 부족한 면을 드러내는 것이므로 분명히 좋은 결과로 나타날 거라 믿습니다.
    힘내세요^^
  • 여강여호 2011/03/09 14:18 # 삭제 답글

    작가의 소질이 보이는군요...
    기존 작가들을 자꾸 흉내내 보는 것도
    좋은 글쓰기 연습이 될 것 같네요...
    잘 보고 갑니다.
  • 김정수 2011/03/09 18:22 #

    용희가 틈날때마다 창작의 불을 지피고 있습니다. ^^
    감사합니다.
  • 영화처럼 2011/03/11 10:10 # 답글

    이러한 글쓰기는 정말 특별한 재능이 있어야만 한다는데 용희는 대단하군요.
    캐릭터 하나 하나 만들어 내는데 온 신경을 곤두세웠을테고...
    에피소드 하나 하나 이야기와 결부지어 창착을 한다는게 결코 쉽지 않은데...
    용희의 창작물을 계속 기대해 봅니다^^
    (졸라맨을 매일 A4 1장씩 그려내는 아이의 엄마....대사라곤 "윽" "퍽" "다다다" "우다다"가 전부라는...ㅠ.ㅠ)
  • 김정수 2011/03/17 21:08 #

    졸라맨의 대사가 빵 터지게 하네요^^;

    용희가 글쓰기 창작 동아리를 만든 회장이니(ㅋㅋ)어미인데도 앞으로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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