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만 입맛이 털털하니 문제야. 일상 얘기들..





그늘진 아파트 건물 뒷켠에 절대 녹지 않을 것처럼 쌓여있는 눈더미가 오늘 밤 퇴근길에
무심히 지나치며 바라보니 반쯤 깎여 내려간 것을 보니 동장군도 약발이 다 된듯 싶다.
올 겨울은 참 지독하리만치 눈도 많이 왔고 피해도 심했는데 봄의 기운 앞에선 이길 제간이 없는 가보다.

어머니는 애들이 방학을 한 뒤로 아침, 점심을 차려줘야 하는 성가심에 손자 귀한 것도 한 풀 꺾이셨다.
애들이 외식을 자주하고 엄마가 맛있는 것을 사다 먹여서 입이 고급이 되었다며
칭찬인지 욕인지 헷갈리는 말씀을 하시는데(말씀을 하도 잘하셔서 금방 파악이 안된다),
결론은 맛있는 반찬 좀 많이 만들어 놔서 나 좀 성가시게 하지 말라는 말씀이시다.
우리집 아이들은 사실 입이 컨츄리 해서 어머니가 해주신 나물종류와 된장찌게를 좋아하는데..라고
목까지 차오르는 말은 차마 못하고 고개만 떨구고 반성하는 척 한다.

나도 이제 나이를 먹는지 만사가 귀찮아 진다.
어떻게 된게 한 해가 갈수록 '누가 좀 만들어 줬으면.. 누가 좀 나 대신 해결해 주면 좋을텐데..' 하는
귀찮니즘이 발동하는데, 어머니는 올해 여든 한살이나 되셨으니 오죽 하리.

그래..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퇴근하고 아무것도 안해 놓은 부엌에 서서 조리를 시작하려면
한숨부터 시작이니 큰일이다.
어머니..나도 직장에서 쥐나게 머리 쓰고 퇴근하는 거라고요.

그래서 퇴근길에 어떻게든 한 끼 해결하고 싶은 생각에 애들에게 뭐 먹고 싶은거 주문해라, 사갈까?
유혹을 건내는데 이것들이 당췌 도움을 안준다.
답장을 주는 문자에는 '우유 사 오시고 시금치, 콩나물 사와서 무쳐주세요..' 심플한 답변이다. 헐.

나는 남이 해주는 건 다 맛있을 정도로 대부분 털털한 입맛을 자랑한다.
반면 우리 식구들은 식도락가 수준의 입맛이니 문제다. 게다가 남편은 최상급이다.
게다가 어머니는 절대로 부엌에 서실 분이 아니시다.
난 이런 집에서 산다. 어흐흑.  받아 드려야할 내 팔자인 것이다.

아무튼. 내일은 주말이고, 이모집에 놀러간 아이들이 오는 날이다.
다음 주말이면 용석이도 기숙사에 들어갈 테고, 용희도 고등학교 입학 준비로 바쁠텐데
심기일전하고 기운내서 맛있는 봄나물로 엄마노릇, 점수 좀 제대로 받아야 겠다고 결심해 본다.

날씨도 풀리면서 도와주는데 릴렉스하게 시작해 봐야지~
아자~!



덧글

  • 간이역 2011/02/18 22:13 # 답글

    정말 입맛이 고급이면 안되는데....저도 반성 ㅋ
    사실 만들지도 못하면서 만드는 사람들한테 반찬투정을 하는 것 같아요.
    힘 내세요! ^^
  • 김정수 2011/02/18 22:44 #

    힘낼께요^^ 저야 힘은 넘쳐납니다. ㅎㅎ (힘만?)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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