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하려 들면 화가 나는거야. 일상 얘기들..







되도록이면 잊으려고 했다.
나는 그것이 최대한 베풀 수 있는 내 '배려'라 생각이 들었다.
민속 대명절은 일년의 딱 두 번밖에 없는 행사기도 하거니와
까다로운 기제사절차도 다 생략된 차례상으로써 정말 내가 눈 한번 질끈 감고
몸으로 때우고 일상으로 복귀하면 되는 일이라 늘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번번히 명절을 지내고 돌아오는 내 몸은 솔직히 거짓말 조금 보태서
만신창이가 된다. 허리에는 파스로 도배되어 있고, 근육이완제와 소염진통제를
최소 이틀은 먹어줘야 회복이 된다.

이번 명절은 박절하게도 딱 삼 일, 우리회사는 바쁜 관계로 징검다리 휴일도 다
무시되고 딱 삼 일만 쉬고 바로 근무를 해야했다. 게다가 주말엔 사내커플 결혼까지
있는 관계로 모른 척 눈 감고 안 갈 수도 없는 난처한 지경이었다.
쉬지도 못하고 월요일을 맞는 아침은 너무나 힘들었다.
그런데 결국 오늘 오후엔 유난히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고 식은땀이 날 지경까지 이르렀다.
약을 두 배를 먹고 간신히 집으로 돌아왔다.
바로 쿠션에 몸을 기대야지.. 기대하면서.

그런데, 어머니가 시골에서 전화가 왔다면서,
시골 냉장고 속 씨앗뭉치를 어디다 버렸냐고 사색이 되서 걱정을 하며 다그치셨다.
이건 뭐 당연히 내가 치웠으려니 하는 눈빛이시다.
다음 해에 쓸 씨앗이었다고 꽁꽁 싸매 뒀는데 차례준비할때 지저분하다며 냉장고 청소하며
버린게 아니냐는 말씀이시다. 말도 안돼는 소리다. 내가 무슨 이유로 보물싸듯 보관한 봉투를
(그것도 내 살림도 아닌데) 버리 겠는가..
아니라고 해도 여전히 말끝은 의심의 냄새가 역력하시다.
억울해 통화를 하니 시숙어른은 할 수없죠.. 신경쓰지 말라고 갑자기 후한 인심이 어디서
생겼는지 감내하는 목소리셨다. 정말 어이가 없고 기가 막혔다.

매년 명절만 되면 음식 장만도 우리가 다 하고, 제수용품 싸들고 시골로 내려가 장만하는
노고에 대한 답례가 고작 이것인가. 같이 차례상 준비하며 도란도란 말도 하는 재미는
아예 기대도 하지 못한다. 늘 바쁜 시골하우스 준비로 장소만 제공할 뿐 늘 형님내외는
다 준비된 뒤에 손님처럼 수저를 드신다. 정말 눈물나게 얄밉다.
밑으로 있는 하나밖에 없는 동서는 늘 타이밍을 못맞춰 오니 같이 일하고자
남겨놓거나 분배도 못한다. 올 해는 차례음식 다 끝난 뒤 한 밤중에나 왔다.

내가 절대 안버렸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으면서 너무너무 화가나 미칠 것만 같았다.
그리고 한 시간뒤, 찾았다고 전화가 어머니한테로만 왔고 어머니는 누워서 씩씩거리는
내게 미안하다고 전해달란다..한 마디 하시고 문을 닫으신다.

도대체 '배려'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일까..싶다.
한 번이라도 세심히 찾아보고 고생한 제수씨에게 미안함을 느꼈다면 이렇게 행동은 못한다.
문을 닫고 화가 나 있는 날 보더니 용희가 한 마디 한다.

'다음 명절엔 엄마가 내려가지 마세요. 저희랑 아빠만 내려갈께요. 설마 큰 엄마가
그때도 아무것도 안하시겠어요?'

용희의 한 마디가 위로가 된다.
어떤 포장된 위로보다 확실한 접근법이 먹힌다.
물론 내년 명절에 그 접근법을 쓸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사람이 상대를 이해하려 들때 '화'가 난다고 한다.
나는 그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화가 나는 것이다.
내가 그들을 배려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화가 나는 것이다.




덧글

  • 자미 2010/09/28 11:33 # 답글

    마음을 청소하는 글이군요. 토닥토닥
  • 김정수 2010/09/28 19:51 #

    ㅜ.ㅜ 감사합니다.
  • 블루 2010/09/28 11:47 # 삭제 답글

    살다보니 내 맘을 몰라주는 사람들을 조금씩 조금씩 무시하게 되네요...
    그저 내 속 편하고자 하는 맘에서 말이죠.
    시댁일은 서울에서 내려오지 않는 형님을 대신해서 저 혼자 한답니다.
    첨에는 오손도손 같이 일하는 넘집의 며느리들이 부러웠는데 그것도 십년이 넘다보니
    이젠 혼자서 하는게 편하게도 느껴지네요^^
    다만 나도 나이가 드는지라 힘에 부치는지 이번에는 명절 끝내고 좀 앓아 누웠답니다.
    그래서 맘까지 쓸쓸해지네요~
    며느리가 뭔지...ㅎ
    기운내세요...
  • 김정수 2010/09/28 19:53 #

    오늘 잠깐 근무시간 중에 한의원가서 침 맞고 피 빼고 물리치료하고 쩔뚝거리며 돌아왔습니다.
    식은땀도 줄줄 흐르고.. 이젠 몸으로 때우는 것도 벅차네요.
    이젠 이해하기에 앞서 선을 긋고 일을 해야 겠다는 생각이 점점 굳혀갑니다.
    나름 지혜롭게 대처해야 겠어요. 정 모르는 사람들에겐 이렇게라도 해야 될 것 같아요.
    위로 감사드려요..
  • 2010/09/28 15:58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김정수 2010/09/28 19:54 #

    그래요. 힘내야죠.
    아파보니 나만 손해입니다.
    '병원 가봐'란 말밖에 안돌아오네요. ㅜ.ㅜ

    힘내서 이겨낼께요^^
  • promise4u 2010/09/28 23:12 # 삭제 답글

    요즘은 맏이나 맏며느리들이 왜 이렇게들 개념이 없는지..

    둘째며느리의 아들로써 이 글을 보니 또다시 불타오르는군요 ㅠ

    힘내세요! 그맘 제가 압니다!
  • 김정수 2010/09/29 07:59 #

    하하^^ 동지 만났네요. 악수~!! 척척척.
    감사합니다. 이렇게 전 위로받으니 기분이 좋아요.
  • 2010/09/28 23:1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김정수 2010/09/29 08:00 #

    다음 명절엔 어떻게든 제가 강구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슬기롭게 대처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정 안되면 강력처방이라도..ㅎ
  • 2010/10/02 23:40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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