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희가 읽은 아불류 시불류 엄마가 뽑은 베스트셀러



그가 있어 고맙다.. 아불류 시불류 독서록과 함께 합니다^^



중3 시절이 영원히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용희의 마지막 여름방학이 오늘이면 끝이 난다.
방학 숙제로 적은 독후감이라고 내게 건네준 글을 옮겨놓다.



..


아불류 시불류

서호중학교 3학년 6반 최용희


사실 나는 독서를 어지간히 싫어하는 타입이다.
정말 재밌고 베스트셀러 자리를 갈아치운 걸작이라고 해도 매번 소설초반부터 하품부터 해버린다.
그래도 엄마께서 책을 굉장히 좋아하셔서 책장에는 늘 책이 꽉 차 꽂아둘 곳이 없어 쌓아두는 책이 널렸다.
그래서 마냥 할 것이 없고 지루할 때면 책장을 들여다보며 제목이나 훑고 독특한 표지를
감상하는 것이 나와 책과의 만남으론 전부다.

그러다가 이 책을 들추어 보게 되었고, 줄글이 아닌 길어야 네 줄 남짓 하는 글들과 세밀화,
그리고 나머지 여백엔 은근한 향이 나는 입자가 골고루 뿌려져 있었다.
다른 빽빽한 글보단야 낫겠다 싶은 생각에 아무곳이나 펼쳐 읽었고, 그렇게 이외수의 언어에 빠져들었다.

이외수의 글의 첫인상은 그의 나이에 비해 훨씬 젊었다.
도시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심신이 회색으로 건조된 젊은이에게 한 줄기 희망을 주는 글도 있었고
제 잘난 맛에 살며 거만함에서 당최 헤어나오질 못하는 사람에게 따끔한 충고를 주는 글도 있었다.
나태에 젖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세상한탄만 하는 사람의 따귀를 때리는 글도 있었다.
내용들이 세상을 오래 살고 문학에 평생 몸담근 어르신이 주는 삶의 철학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런 무거운 소재인데도 정곡을 찌르는 비유, 농담, 입담과 버무려져있어 미간을 찌푸리며
애써 이해할 필요가 없다.
그저 한껏 즐기고 나서 책을 덮어놓으면 맑은 빛의 덩어리가 가슴에 아른거리고 있다고 해야할까,
참 많은 생각과 반성을 안겨주는 책이다.

우리는 너무 행복을 멀리서만 찾으려고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야를 점점 더 좁은 사각틀에 끼워넣으며 옹졸해지는 것이다.
그런 척박한 사회 속에서 우리들은 희망과 거리가 먼 욕망, 거만, 나태를 끌어안는 것이다.

이외수는 그런 사람들의 영혼에 일침을 가하며 긍정적이고 세상의 아름다운 면을 상기시키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을 통틀어 주제를 말하라고 한다면 그렇게 말하고 싶다.
세상의 싫은 것들과 자신에게 불공평한 것이나 고통이 촉각을 파고 든다고 하더라도 그 아픔과 번뇌에 비하여
더욱 크고 눈부신 사랑과 희망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또한 그 모든 것들은 자신의 마음에 달렸다는 것.

내가 쓰면 이렇게나 뻔하고 지루함 넘치는 이 소재를 이외수는 아주 딱 떨어지고 간결하면서도
실한 서너줄 남짓에 써내려갔다.
아니, 분명 줄줄 써내려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의 글들 중에서도 자신이 글을 쓸 때 얼마나 많은 인내심을 가지고 쓰는지
그 고충을 표현해놀은 글도 많이 보인다.
글도 별로 못 쓰는 주제에 이런 글을 버젓이 자기가 자신의 책에 써넣는다면 어떤 것으로도
견줄 수 없는 강력한 허풍이겠으나, 그가 사랑의 여러 모습, 그 중에서도 정열은 있으나 질투와 증오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기다림의 숙연함, 은근하면서도 한결같은 사랑의 멋을 그린 문장들을 보면
허풍이니 뭐니 하는 말은 쏙 들어간다.

여운은 책에 뿌려놓은 향내보다, 지지고 볶는 드라마보다 짙게 가슴속을 드리운다.
그러면서 겨우 글 몇 문장을 잠깐 감상한 것을 가지고서 문학의 아름다움을 깨달았다는 듯이 입에
고요히 웃음을 띄우며 허세를 부리는 내가 있다.

허세라면 또 어떤가, 이미 가슴엔 이외수의 글자락을 스치며 따뜻해진 심박이 뛰고 있다.
이 책을 읽게되어 기쁘다. 내 곁에 두고 가끔씩 펼쳐보고 싶다.






덧글

  • 小魔 2010/08/22 15:22 # 답글

    저도 책은 참 좋아하지만 독후감은 쥐약인에 용희는 저랑 반대네요. ^^ 독후감을 생생하게 와닿게 썼네요.
  • 김정수 2010/08/23 21:52 #

    짧은 한줄 소감이라도적는 습관을 들여보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
  • 이외수 2010/08/23 06:02 # 삭제 답글

    아불류 시불류를 쓴 작가 이외수입니다. 중학생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대단한 안목과 글솜씨를 가지셨군요. 탄복했습니다. 그리고 무척 기분이 좋았습니다.
  • 김정수 2010/08/23 21:53 #

    영광입니다. 여기까지 방문해 주셔서요.이외수님 책은꾸준히 읽고 있는 독자입니다^^
    아들이 이외수님 도서를 방학숙제로 선택해서 저도기뻤어요.^^
    용희에게 이외수님 덧글을 보여줬는데 뛸뜻이 기뻐합니다.
  • 안경재 2010/08/23 07:56 # 삭제 답글

    이외수 선생님의 고문변호사 안경재입니다. 정말 놀랍네요. 이런 학생 100명이면 장래 대한민국이 완전히 탈바꿈하는 것도 가능하겠네요. 용희의 장래가 기대됩니다.
  • 김정수 2010/08/23 21:54 #

    감사합니다.^^ 사고가 깊은 편이예요. 학교에선 할아버지가 별명이예요. ㅎㅎ
  • coollee 2010/08/23 09:51 # 삭제 답글

    이외수선생님의 독자입니다. 세상에, 독후감 너무 잘 쓰셨어요. 단어와 어휘력도 정말 놀랍습니다.
  • 김정수 2010/08/23 21:55 #

    그런가요? 과분한 칭찬입니다.
    칭찬은 아이에게 좋은 습관으로 자리매김 할거라 생각이 드네요.
    역시 용희는 문과 체질인가봐요..^^
  • 밤섬 2010/08/24 01:14 # 삭제 답글

    용희님의 블로그 주소좀 부탁해요^^
  • 김정수 2010/08/24 09:30 #

  • 꼬물이 2010/08/24 14:53 # 답글

    깜짝 놀랐습니다.
    중3인데 이렇게 글을 잘 쓰나요?
    우와~~~ 작곡 뿐만 아니라 글쓰는데도 상당한 재주가 있군요.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는데 존경스러워요.
  • 김정수 2010/08/24 22:15 #

    ㅎㅎ 칭찬은 용희가 받는데 제가 기분이 좋은 걸보니 신기하게 기분이 좋네요^^
  • 대단하다 2010/08/25 02:40 # 삭제 답글



    엄청난 문장력입니다.


    글을 거의 안읽는다고 했는데 이정도의 문장력이라니 할 말을 잃었습니다.



    존경스럽네요.



  • 김정수 2010/08/25 23:06 #

    책을 즐겨 읽진 않지만 책을 읽기만 하면 쭉 읽는 편이예요.
    무라카미 하루키의'상실의 시대'를 읽은 뒤로 작가의 매력에 푹 빠져서
    1Q84 시리즈는 주문한 저보다 먼저 읽더라고요. ㅎㅎ

  • 2010/08/25 21:2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김정수 2010/08/25 23:06 #

    감사해요..^^
  • 댕이 2010/08/26 13:52 # 답글

    정말,, 중학생 독후감이라고 믿기지 않아요.. 저는 서너줄 쓰는것도 어려운데 어쩜 이런 표현력이.. 부럽습니다.
  • 김정수 2010/08/26 21:04 #

    겸손하시네요^^ 잘 쓰시면서요.

    용희가 헤벌쭉 하고 다니네요. ㅎㅎ
  • 탱자 2010/08/31 10:20 # 삭제 답글

    가끔 들려서... 항상 감탄하고 갑니다.
    "어쩌면 저렇게 잘 키울수 있을까? 정말 몸으로 직접 보여주신 결과물이 아닌가~"싶기도 하구요. 저도 배우고 싶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작정 책만 읽으라고 되는건 아닌거 같구요. 이미 고3,고2 아들들은 제 맘(?)대로 하기엔 넘 늦어버린것
    같구요. 7살짜리 딸내미라도 명품으로 키워야 한다고 늘~ 생각하고 있는데..히~ 잘 되려나 몰겠어요.
    "엄마 책 읽어줘~"이러고 따라다니는데 한권 읽고 나면 또 가지고 오고, 또 가지고 오고,, 그러다 귀찮아지니 말입니다.
    정수님~~ 정~~ 말 존경스럽습니다.
  • 김정수 2010/09/07 08:58 #

    고등학생아들네미 2명과 늦둥이가 있으시네요. 와~ 다복하시다.
    고등학생이라면 왜 공부를 하는지를 중점적으로 알려주셔야 할 것 같아요.
    공부하라고 책상에 엄마가 강제로 앉혀 놓을 순 있지만 공부는 본인이 하는거니까요.
    아직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이라면 공부가 잼있다는 생각을 하게끔만 도와주심 돼요.
    전 애들 공부 안가르쳐 줬어요. 공부를 하면 미래가 좋아진다는 비젼만 제시해 줬지요..^^
  • 앙큼고양 2010/09/06 19:42 # 답글

    와~~ 이외수님도 오셨었네요... 홋....
    저는 독후감 글이 책에 실린 글인줄 알았습니다.
    아..부럽습니다...
  • 김정수 2010/09/07 08:58 #

    ㅎㅎ 별말씀을요.
    요즘은 트위터가 발달되서 실시간 검색이 되니까요.
    저도 이외수님이 오셔서 깜짝 놀랐었어요^^
  • 블루 2010/09/07 12:15 # 삭제 답글

    책 읽기를 좋아하는 여인들 몇명이서 독서모임을 갖고 있어요... 매달 한 권씩 책을 읽고 감상문을 써서 얘기 나누는... 책이야기부터 살아가는 이런저런 일들까지...근데 전 늘 그 감상문 적는 일이 밀린 숙제하는 것보다 더 버겁기만 한데...어찌 이렇게 글을 잘 적어나가는건지...맘은 늘 좋은 글에 있지만 이런 게 능력의 차이인가봐요. 어쩔수 없는...넘 부럽네요~
  • 김정수 2010/09/07 21:08 #

    블루님.. 좋은 모임 가지고 계시네요. 부럽기도 하구요^^
    감상문을 길게 무조건 쓰려는 부담감을 버리면 오히려 진솔한 느낌들이 적힐 수 있어요.
    단 몇줄이라도 어떤 문장에 꽂혔다던가.. 어떤 문장에 눈길이 멈춰서 행복했다던가..하는
    기분을 적어놓는다면 책 한권도 저는 건진거라고 생각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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