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숙한 인생은 저리가라! 책읽는 방(국외)







본타로는 자신이 닷새 전, 이 아가씨의 장에서 겪은 하나하나의 경험-가스 마스크를 쓰고
잠수정에서 나온 일, 회충과의 싸움, 점토 같은 장의 벽을 돌파한 일-을 그때
떠올렸지만,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아가시는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애정이 결국 생리 현상을 이긴 것이다.

 

 

-마이크로 결사대 / 본문 中


표제에서 예상했다시피 웃기려 작정하고 쓴듯한 유머 단편소설이다. 총 12편이다.
첫번째로 시작하는 <마이크로 결사대-본문 인용분>부터 심상찮게 시작한다.

 

마이크로감마광선의 발견으로 주사기를 이용해 축소된 의사들이
환자의 체내에 들어가 달 표면같은 환자의 수술 부위를 말끔히 절단한다는
내용인데, 같은 외과 여동생인 '사유리'양의 몸속으로 들어간 의사와 그의 동료 이야기다.
SF적인 요소가 다분하지만 이미 웃기로 맘먹고 읽은 이상 더이상의 의심은 걷어치워야 오히려 정상이다.

그래. 사랑하는 그녀의 몸속은 결코 아름답지 않았다는 것.

회충에 점토같은 변비 똥덩어리로 인하여 질식사 위기에 봉착하는 웃지못할 사건과
그 상황을 극복한 빵터지는 이야기로 스타트를 끊는다. 정말 기막힌 상상력 아닌가?

 

살면서 특이한 부류의 사람들 이야기로 하면 좋을까? <동물들>이란 단편에서는
동물과 사람과의 애정관계, 불가분의 관계로 이어지는 해프닝들이 어이없기도 하고 기발한
저자의 착상에 혀를 내두른다.

 

<우리들은 에디슨>에서는 소심한 자들의 발명이야기가 재미있다.
만들고 나면 누군가 이미 발표했던 발명품이 얼마나 많은가. 초등학교때 발명의 쓴맛(?)
의 경험을 떠올리며 읽다가 느닷없이 '룸쌀롱 사치코'를 위한 발명이야기로
전개된다. 정말 기막힌 전환과 얼빠진 발명가들의 바보같은 이야기가 웃음짓게 한다.

 

<가루이자와> 단편은 소박한 소시민의 여름휴가 이야기인데, 여름철에 읽어서인지
왠지 모르게 많이 와닿았다.  없는 자들이 가진 자의 흉내를 낼때 받는 당황함과
적응치 못함에서 오는 부작용들이 마치 내 주변의 이야기인듯해 공감이 많이 되기도 했다.

 

사실 저자 <앤도 슈사쿠>는 20세기 일본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엄숙하고도 고정적인
이미지가 강한 작가였다고 한다. 세상과 인생의 문제로 고뇌에 가득찬 작가로 인식되었는데
그런 작가가 자신의 그런 이미지 탈피를 위해서 이런 파격적인 소설을 집필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사람이 웃으면 얼굴 근육이 풀림과 동시에 정신근육도 많이 이원화가 된다.

일상이 늘 똑같다면 얼마나 지루할까.
가끔 어이없지만 인생을 한번쯤 획기적으로 달리 꿈꿔주는 이런 책들이 있어줘서 즐겁다.

 

 







덧글

  • 2010/08/23 07:37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김정수 2010/08/23 22:12 #

    다행이예요. 답글 올리고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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