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먼지가 낀 듯. 일상 얘기들..






요즘들어 어머니가 유달리 내게 핀잔과 감정 섞인 노여움을 표출하셔서 적잖이 당황스럽다.
나란 존재도 집은 외부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푸는 최고의 안식처임에도 불구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내 발길은 하염없이 부담스럽고 또 하나의 스트레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어머니는 나를 도대체 어떤 존재로 생각하고 계신걸까..

나 외에 다른 식구들에게는 어머니 감정을 표출하면 받아줄 대상이 없어서 일까.

효자남편에게 뭉뚱그려 '어머니가 예전에도 그랬어? 말씀이 너무 직설적이시네' 라고 둘러 말하면
남편은 '좀 그러신 편이시지,정수가 이해해'라고 언제나처럼 어머니의 뒤편에 서있다.

작은 것에 민감하시고(내가 작다고 생각하는 것이 잘못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것에 큰 사안이나 된 것인양 구체적으로 챙기실 때.. 그 난감함이란!
점점 회사에 나와 있다는 사실에 해방감을 느끼게 되는 이 불편함은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 것인가.

난 사실 어머니보다 친정아버지가 더 걱정이 든다.

친정 아버지가 뇌경색으로 두 번 쓰러지신 뒤로,
바짝 긴장하며 친정엄마가 돌봐주는데도 불구하고 (거의 수족처럼 붙어 다니신다.)
지난 6월 말일 경에 또 쓰러지셔 병원에 실려가셨다.
친정엄마는 내가 걱정할까봐 전화도 안하셨고,
다 수습이 된 상황에서 안부전화를 건 내게 지나는 말로 흘리시는데 가슴이 아파 혼났었다.

아버지는 이제 거의 말씀도 흐릿하게 전달이 안될 정도로 하신다.
조심하셨어야죠..도움도 안되는 말을 해도, '사랑해요~ 세째 딸' 만 말씀하신다.
목이 메어 가슴이 터질 것만 같다.

친정아버지와 시어머니 중에 누가 더 중요하냐고 물으면 할말이 없다.
하지만 두 분이 동시에 쓰러지신다면 나는 시어머니에게 달려가야 할 것이다.
그것이 한국사회의 풍토이고 내가 가깝게 모시는 분에 대한 예의인 것이다.

어머니가 온 몸 구석구석이 쑤시고 아무리 치료해도 안낫는다고 병원을 성토하셔도
무기력하게 듣기만 하는 것은 내가 효부가 아니라서가 아니다.
그것은 이제 어머니 세포도 나이를 같이 먹기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받아드려야 하는 현실이기도 하고
또 그 사실을 어머니도 관대하게 받아드리셨으면 좋겠다는 희망사항이기 때문이다.

주말이다.
어머니와 가장 오랫동안 얼굴을 맞대고 지내야 하는 데,
왜 내마음은 이렇게 답답한 것일까.






덧글

  • 2010/07/03 12:4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김정수 2010/07/03 21:21 #

    감사해요.. 정말..

    흠.. 힘이 정말 되는군요.
  • 2010/07/04 10:3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김정수 2010/07/05 08:03 #

    나이를 먹으면 성격의 한 측면이 두드러진다.. 그렇군요. 실감하며 살고 있답니다. 위로가 됩니다. 고마워요^^
  • runaway 2010/07/04 18:22 # 답글

    오랜 세월 같이 살아도 마음은 가까워지지 않는 관계가 시어머니-며느리 관계인가봐요. 전 곧 해외 나갈 예정이라 그때까지만 참자 모드로 지내는데, 뭐라 드릴 말씀이 없네요. 아버님 건강 회복하시길 바랍니다.
  • 김정수 2010/07/05 08:07 #

    네.. 친정아버지 자주 찾아뵈어야 겠어요.
    쉬는날엔 가보겠다고 굳게 평일엔 다짐하다가도 쉬는 날엔 내 피로를 먼저 챙기게 되네요. ㅜ.ㅜ
    불효 막심한 딸이죠. 해외로 가신다고요.. 마음으로 많이 위로가 되었었는데..
    건강하게 잘 다녀오세요.
  • 2010/07/04 22:11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김정수 2010/07/05 08:09 #

    아.. 그럴수도 있겠군요.
    전 제 입장만 생각했답니다. 고마워요. 역시 사람은 여러사람의 사고를 접해야 마음도 넓어지는 것 같아요.
    다시한번 고맙습니다.
    자주 조언해주세ㅇㅅ^^
  • 2010/07/06 17:38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김정수 2010/07/08 08:23 #

    아이고.. ㅜ.ㅜ

    앞이 캄캄합니다...
    한국사회의 며느리입장은 어떤게 정답이라고 말하기가 곤란하지만 그래도 주관있게 처신하는게
    그나마 정신건강이라도 좋아지는 것 같아요. 그래도 옆지기가 같이 동조를 해줘서 다행이예요.
    남편밖에 없어요.. 자꾸 의논하고 대화하세요. 힘내세요...
  • 해밀 2010/07/22 23:12 # 삭제 답글

    부장님..나이드시면 자신의 병에 대해 더 민감해 지시는거 같아요..
    저희 외할머니는 80이 다 되셨는데 지금 신경성치매거든요..알츠하이머는 아니고..
    그래서 신경땜에 왼쪽 시력도 안좋으신건데 그걸 이해못하시고 자신만 병이 있다고
    병원에서 노환이라고 백날 얘기해도 자기보다 늙은 90된 노인네도 정정하다고..
    엄마랑 이모들만 피곤하시죠..
    나이들면 자신의 나이에서 비롯해서 온 노환을 인정 못하는거 같아요..
    병원말도 못믿고요..
    힘내세요!!!
  • 김정수 2010/07/23 13:08 #

    위로글 고맙다.
    맞는 말같아. 우리 어머니도 변함이 없으시리란걸 아는데.. 예상이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더 내가 무기력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어^^

    나는 멋지게 늙는게 작은 소망인데.. 나이를 먹으면 마음이 점점 가벼워졌으면 좋겠어. 너그러워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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