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마음의 이중성. 일상 얘기들..





용석이가 사다준 어버이날 카네이션 꽃바구니



지난 주말, 어버이날에 어머니를 뵈러 시골 동서내외가 올라왔었다.
자기몸을 끔찍히 아는 서방님임에도 어머니에게는 효자가 따로 없다.
게다가 다섯식구가 움직이기가 쉽지가 않을 텐데.. (늦둥이까지 낳아서 그집은 다섯명이나 된다)
힘든데 전화나 하지 뭐하러 움직였냐고 나무라셨지만 어머니 목소리에는 노여움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다.
순간 나는 왜그렇게 어머니가 부러웠는지!

나는 서방님과 통화가 끝나자마자 용석이게 문자를 넣었었다.

'토요일이 어버이날이야. 바쁘니?'

눈치없는 용석이는 다음 주에 화학에 물리시험까지 있어서 공부해야 겠다는 각오에 찬 문자를 받고는
그럼 공부해야지.. 잘 준비해라..라곤 격려문자까지 전송한 뒤에도 한참을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어버이날 아침에는 '축! 어버이날' 축하드립니다' 문자만 달랑 왔는데 어이가 없었다고나 할까.

용석이가 대학에 입학하고 기숙사에 입소한 뒤로는 전화도 선뜻 못하는 어미로 전락한 나는,
(마음 같아서는 수시로 전화해서 '보고싶다'고 외치고 싶지만 마마보이로 놀림 당할까봐 하지도 못하고 있다)
씩씩하게 홀로서기를 도와줘야 한다고 늘상 각오를 하면서도 이렇게 작은 문자 하나에도 우울해지는 병이 생겨 버렸다.
남편은 주말에 용석이가 못온다는 말을 전달받고는 알아듣기 힘들게 짜증을 냈는데
아마도 나와 같은 증세가 아닌가 싶어서 살짝 위로를 느끼기도 했다.

그랬는데
어버이날 저녁에 용석이에게서 아무래도 집에 와서 공부를 하는게 맘이 편하겠다고 문자가 날라왔다.
서방님내외서부터 우리집 식구들은 환호를 지르며 기뻐했음은 물론이다.

용석이가 역사에서 샀는지 카네이션 꽃바구니를 건내줬다.
남편과 나는 두 꽃송이 중에 어느게 아빠거구 엄마꺼냐구 난처한 질문을 하면서 좋아라 했다.
용석이는 이렇게 좋아하실거면서 왜 오라고 안하셨나고 돼려 미안해 했다.
미안해 하는 아이를 보면서 이젠 감추지 않아야 겠다고 생각이 든다.
이젠 아무리 바빠도 어버이날엔 꼭 오라고.. 말해야지.
부모가 되봐야 부모맘을 안다고 하더니 아이가 커감에 따라 그 농도의 깊이가 실감이 간다.


안방 텔레비젼 위에 놓은 카네이션이 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




덧글

  • 2010/05/12 22:2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김정수 2010/05/13 12:06 #

    무슨 글이든 자기주변과 결부되어 읽게되면 자기성찰이 되는 것 같아요.
    저도 자라면서 불우한 환경때문에 부모님 많이 원망하고 자랐어요. 결혼만이 내 삶의 탈출구라고까지 생각했었거든요.
    마흔이 넘고 이제 인생의 반을 살았다 생각이 드니까 이제야 간신히 부모님 맘이 하나씩 와닿네요.

    이제라도 가끔 전화드리고 써프라이즈하게 짠~ 하고 부모님께 자주 얼굴 보여드리세요.
    정말 단순한 행동으로도 행복해하시는게 부모같습니다.^^
  • mk178ii 2010/05/12 23:10 # 답글

    아. 훈훈합니다..
    전 어버이날 한거라고는 아구찜 사들고 들어간거 밖에 없는데...
    실제로 들어가서도 "축하해유" 하고 아구찜 넘겨드리고 방으로 획.....
    저희 부모님도 같으시겠죠.....
  • 김정수 2010/05/13 12:07 #

    그 아구찜.. 아마도 제일 맛있게 소화하시며 드셨을거라 생각되어 지는데요? ^^
  • 2010/05/12 23:1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김정수 2010/05/13 12:13 #

    갈수록 자극적이고 놀랄일들이 보도되는 세상입니다. 말씀처럼 그런 뉴스들을 접할때면 암울해져요.
    예전에 '공공의 적 1탄'을 보면서 '말도 안돼는 설정'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비슷한 유형의 사건이 보도되는 것을 보면서 한탄을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속으론 비리를 저지르는 사람도 입으로 '도덕'을 외치는 것을 보면 그나마 남아있는 겉치레지만 양심이 아닐까 믿기도 해요.
    어찌되었든 아직까지 우리사회는 부모자식간에 도리에 어긋나는 모습에는 지탄의 대상이 되니까요.
  • 2010/05/12 23:1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김정수 2010/05/13 12:19 #

    말씀처럼 솔로들이 참 많아졌어요. 가까이 저희 회사직원들을 보더라도 30~40십이 넘도록 결혼 안하고 자유롭게 솔로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부모들이 나이 먹었으니 결혼해야지.. 닥달도 안하나 봅니다.
    저도 나이가 먹으면 당연히 가라는 주의는 아니예요.
    결혼해서 늘상 싸우면 그것도 부모욕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보다 오래 사랑할 수 있는 사람과 하는 것이라고 하나 봅니다.
  • 자미 2010/05/13 10:27 # 답글

    떨어져있는 아이들에겐 매일밤 잠시라도 통화하는게 안정감이나 자기존중감에 좋은 것 같아요.
  • 김정수 2010/05/13 12:19 #

    맞는 말씀이세요. 근데 늘 바쁜것 같아서.. ㅡ.ㅡ;; 시간을 정해서 하는 것도 생각해 볼께요. 감사합니다.^^
  • 레이 2010/05/13 10:33 # 답글

    아~ 그래도 속 깊은 아들이네요
    지난번에 보내주신 포토전 잘 보고 왔다는 인사도 뒤늦게 드립니다. 덕분에 즐거운 시간 보냈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정수 2010/05/13 12:20 #

    속 깊은 아들이예요. 대화를 참 많이 하거든요. 그래서 말 안해도 서로 배려해주고 그래요.

    포토전 잘 다녀오셨다니 기뻐요. 내년도 기약드릴께요.^^
  • 영화처럼 2010/05/14 09:39 # 답글

    제가 생각하기엔 정수님은 호탕하게 용석이에게 전화하시고 빨리 집으로 왓~~! 하고 외치실거 같은데...ㅋㅋㅋㅋ
    또 다른 소심함이 있으시다니 의외예용~
    근데 저 바구니가 너무 눈에 익어 잘 보니
    울 남편이 어머니를 위해 사가지고 온 바구니랑 똑같군요.
    아~
    이번 어버이날은 저 바구니가 전국적으로 뿌려진 모양이군요...ㅋㅋㅋㅋ

    그런데...제가 만약 정수님 입장이라면 용석이 못가게 문잠갔을거 같아요...ㅎㅎㅎㅎㅎ
  • 김정수 2010/05/14 22:22 #

    하하하하^^ 너무 웃겨요.

    그나저나 어버이날 상술이라 하더라도 꽃바구니 같은 상품발견은 반갑죠?
  • 양반장 2010/05/24 18:58 # 삭제 답글

    이제 만 19개월 딸램을 둔 엄마입니다. 직장맘이지요..

    지금이야 애기고, 애기때야 이쁘니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꺼 같은데..
    자식은.. 그렇게 커도 보고 싶은가 보네요..
  • 김정수 2010/05/26 22:08 #

    다른 부모들도 다 똑같진 않겠지만..^^
    아이와 부모도 교감이 필요하지요. 일방적인 짝사랑은 아이에겐 혹시 구속으로 느껴지면 안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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