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왕녀인가? 시녀인가? 엄마가 뽑은 베스트셀러







그게 인간이야. 모든 인간에게 완벽한 미모를 준다 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아.
그때는 또 방바닥에 거울을 깔아놓고 내 항문의 주름은 왜 정확한 쌍방 대칭
데칼코미나가 아닐까. 머릴 쥐어뜯는게 인간이라구. 신이여, 당신은 왜 나에게
좌우비대칭 소음순을 주신 건가요.. 당신은 왜 나에게 짝부랄을 달아준 건가요.
따지고 드는게 인간이기 때문이지.
부끄러워하고 부끄러워하고 부끄러워하고 부끄러워하고... 이상하다고 생각해 본 적 없어?
민주주의나 다수결이니 하면서도 왜 99%의 인간들이 1%의 인간들에게 꼼짝
못하고 살아가는지, 왜 다수가 소수를 위해 살아가고 있는지 말이야. 그건 끝없이

부끄러워하고
부끄러워하기 때문이야.



본문 中



벨라스케스의 '왕녀 마르가리타의 초상'을 보고 프랑스 작곡가 모리스 라벨이 만든 음악인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이 책의 표제이기도 하다.
유명한 저 그림의 주인공은 단연 어린 왕녀 '마르가리타'이지만, 저자 박민규씨는 어린 왕녀
옆 '라스메니나스(시녀들)'중 오른쪽 가장 못생기고 난쟁이 시녀를 이소설의 모티브로 삼았다.

처음엔 소설의 순수한 흐름만으로 즐겁고 빠르게 읽었던 것 같다.
못생기고 가족과 남편에게 헌신만하다 버림받은 화자 '나'의 어머니의 불행을 공감하는 글을
토대로 그의 지내온 환경을 이해하였고, 같은 직장동료인 백화점 요원 추녀를
사랑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게다가 화자'나'는 소설지망생으로 삶을 그저 '일상'으로
덮고 지내지 않을만큼 추녀에 대한 반감도 없다.
그가 아버지의 유전자를 닮은 미남이지만(아버지는 어머니를 버렸지만).. 그는 오히려
못생긴 '그녀'에게서 진정한 내면의 사랑을 찾게되고 진정으로 사랑하게 된다.

그의 외로운 삶에 동료인 백화점 주차요원 주임인 '요한'이 단짝이 되면서
세상을 비웃는 거침없는 말들도 즐겁게 호응하며 읽었다.
그들만의 삼총사 모임 장소인 '켄터키치킨' 가게가 'hof'를 'hope'로
입간판을 굳굳히 달고 있는것이 그들에겐 희망을 마시는 듯 했다. beer를 bear로..
그 80년대엔 그렇게 마구잡이로 영어가 남무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던 이상한 시대였던
것이다. 그들은 그 곳에서 켄터키 옛집의 닭들을 다 먹어치울 만큼 추억을 쌓는다.
소설을 읽으면서 신기하게도 나의 80년대를 거슬러 순간이동한 듯한 기분에 야릇한
추억으로 콧등이 시큰거렸다.

못생긴 '그녀'의 삶에 대해 생각을 하게 만든 소설이었다.
못생긴 그녀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희생양이고 비주류였고 비판의 공공연한 대상이었다.
외모 이데올로기에 젖어사는 우리는 그녀를 부끄러워한다.
똑같이 생리를 시작해도 여성으로써 대접받지 못하는 그녀의 삶을 과연 얼마나
우리는 이해하고 있을까..


결국 열등감이란

가지지 못했거나

존재감이 없는 인간들의 몫이야. 알아? 추녀를 부끄러워하고 공격하는 건 대부분
추남들이야. 실은 자신의 부끄러움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인 거지.
안 그래도 다들 시시하게 보는데 자신이 더욱 시시해진다 생각을 하는 거라구.



그들은 사랑함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일상'인 '생활(자아없이 돌아가는 일들)'로 인해
헤어지게 된다. 그녀는 그 '생활'이 그와의 이별의 순서로 받아드리고 이별을 예감한다.
늘 그렇게 '추녀'로 살아왔던 시간들을 인정했던 것처럼.. 그녀의 편지를 읽을때
눈물이 책 위로 떨어졌다. 그리고 그들의 간절한 마음이 통했던 화려한 20살의 시절이
13년이나 지난 뒤, 독일에서 그들의 해후에서는 정말 가슴이 아프고 행복해서
오랫만에 책을 껴안고 많이 울었다. 하지만 박민규씨는 터무니없는 반전으로 나를
아연질색하게 만들고 끝을 낸다. 난 마지막을 인정할 수 없다.

우리는 얼마나 외모이데올로기에 젖어 사는지 이 소설을 통해 생각해 볼 수 있다.
1등아니면 안되는 세상.. 미녀가 아니면 인정받지 못하는 세상.. 주류로 가기위해
피터지게 보이지 않는 전쟁 속 경쟁을 하는 자본주의의 비열함도 아울러 느끼게 된다.
배우의 성공을 위해 수많은 노력을 기울인 어머니를 버린 아버지처럼.

이 소설에서 비쳐진 '추녀-그녀'의 모습은 자신의 삶을 인정하고 슬픔의 도가니에 빠져
살 수 밖에 없는 우울함을 전이시킨다. 진정한 내면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하나씩
사라져버리는 이 현실을 점점 바람빠진 풍선을 보는 것처럼 기운없게 만드는 소설이다.
우리들의 부끄러운 내면을 들켜버린 느낌이라고 하면 정확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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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10/03/08 00:20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김정수 2010/03/08 08:05 #

    ㅎㅎ 감사합니다.
  • 아이 2010/03/08 11:45 # 답글

    읽고 싶어지는 서평이네요.
    와닿는 문구들.. 나올 때부터 화제가 되던 책이라 알고만 있었는데, 기회 되면 읽어봐야겠어요.
  • 김정수 2010/03/08 20:41 #

    저도 약간 늦은감이 있는 독서였답니다. 읽어보시면 후회 안하실거예요.. ^^
  • 김선배 2010/03/08 12:36 # 답글

    지금 저도 마침 읽고 있는 중이예요.
  • 김정수 2010/03/08 20:42 #

    읽으시고 리뷰 부탁드립니다. 공유하고 싶네요^^
  • 이너플라잇 2010/03/09 01:25 # 답글

    박민규, 이중혁, 이기호 님들의 글들을 좋아하는데, 정수님이 언급하신, <터무니없는 반전>.
    무척 냉정한 시선으로 푼 듯 하지만, 그게 정답이 아닐까요...
    내면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사라지거나 소수의 아웃사이더로 살거나...그게 현실이 아닐까요...
    항상 위압감을 느끼고 걱정이 되지만 뾰족한 대안은 사라지거나 치열히 살거나...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그런거 같아요...
  • 김정수 2010/03/09 08:12 #

    저도 그점이 안타까운 마음이예요. 그들에겐 터무니없는 반전만이 삶의 기적으로 살아가는..
    하지만 소설에서나마 위로받을 수 없을까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너무 솔직하고 너무 반기를 들 수 없는 사실들이
    힘들게 느껴진.. 뭐 그런 소설이었다고 생각이 드네요.

  • 나의 나 2010/03/09 11:53 # 답글

    외모 지상주의는 대세가 됐지만 그래도 자발적인 시녀가 되기엔 성격까지 나빠서^^ 잘 읽고 갑니다.
  • 김정수 2010/03/10 11:10 #

    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 간이역 2010/03/10 07:48 # 답글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왜 그녀가 못생겼다고 생각해야 하는지 그 점이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꽤 귀엽다고 생각했거든요,.
  • 김정수 2010/03/10 11:11 #

    외모에 대한 추측만 있어서 그랬는지 저는 감이 잘 안오더라고요.. 그저 명화속의 시녀정도일까?... 그랬던 것 같아요.^^ 읽어보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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