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문 / 박민규(2010 이상문학상) 책읽는 방(국내)





야!

스스로도 믿기지 않는 큰 소리였고, 약간의 울음이 섞인 목소리였다.
자칫 그녀는 아이를 떨어뜨릴 뻔했고, 고함이 들린 곳을 바라보고는 정말로
아이를 떨어뜨릴 뻔한다. 그녀가 본 것은 목을 매달고 선 한 명의 남자다.
누군지 알 수 없는 낯선 인간이고, 무슨 짓을 알지 모르는 이상한 인간이다.
아니, 실은 남자를 제대로 쳐다볼 수도 없었다. 아이를 떨구지 않은 대신,
그녀는 자신을 떨구듯 바닥에 주저 앉는다. 그리고 오열한다.
아니, 못 박힌 듯 서 있는 남자를 향해 그녀는 반문한다.

뭐?

뭐어, 하고 그녀는 울부짖는다. 자신도 모르게 남자는 입술을 개문다.
에이 씨발, 그는 넥타이를 푼다. 의자에 내려서고 쥐가 온듯 한 왼쪽 다리를 질질 끌며
굳게 잠근 통로의 걸쇠를 푼다. 허약한, 무방비 상태의 생명을 공격하는 그 느낌을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끝끝내 대면한 자신의 진짜 이유 앞에서 그는 갑자기 이성을
잃는다. 에이 씨, 그는 어린아이처럼 울기 시작한다.
계단은 가파르고, 낡은 난간은 군데군데 기둥이 빠져 있다. 남자가 사라지는 모습을 보고
그녀는 하마터면 정신을 잃을 뻔한다. 그녀는 다시 어금니를 깨문다. 아이를,
자신의 잘못이 아닌 아이를 붕대 위에 내려놓고 그녀는 도망치기 시작한다.
그곳으로 가는 이유를, 이곳을 벗어나려는 진짜 이유를

그들은 누구도 알지 못한다.



본문 中


2010년도 제34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은 단편소설로 박민규씨 작품인 '아침의 문' 이다.
짧은 소설이지만 그 여운이 만만치않게 길다.
옮긴 대목을 읽을때 어이가 없기도하고 뒷통수를 한 대, 심하게 얻어 맞은 듯 멍한 기분에
사로 잡혔다. 삶을 포기하려고 목을 메는 남자와 산고의 스트레스로 혼미해진 상황에서
마주친 산모와의 짧은 울부짖음은 과히 이 단편의 하일라이트다.
'야!' 라는 울음 섞인 고함과 당황한 산모의 '뭐!'라는 화답은 삶에 대한 애착을 뜻한다.
많은 설명과 통탄의 말들이 함축된 두 외마디 외침이 이 소설을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게 할 것 같다.

무엇하나 확실하게 답을 주지 않는 삶, 운도 지지리도 없는 자신의 삶에 대한 답은
오로지 자살 뿐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힌 남자는 자살동호회에서 만난 사람들과 자살을
도모하지만 자신만이 자살에 실패하고 세 구의 시신 앞에서 또다시 넥타이에 목을 매고
자살을 시도하려다 건너편 옥상에서 혼자 해산하는 산모를 보게 된다.

죽음의 고리(올가미)에 목을 건 상태에서 건너편 옥상에서 비친 세상 밖으로
나오려는 아기와의 조우가 기가 막히도록 절묘하고 극적인 긴장감을 준다.

이 짧은 소설을 다 읽고나니 습지대에서 간신히 탈출한 사람처럼 축늘어진
기분에 사로잡혔지만 왠지모를 위로를 받은 느낌을 받아 신기했다.
반항적이고 우울한 문체가 또박또박 가슴에 와닿아 '너만 힘든게 아니야'라고 위로받는
기분을 느낀다고나 할까.

사람들은 각기 고독을 안고 산다.
너무 힘들게 달려달려 노력하지만 낙관적인 소식은 멀게만 느껴져 맥이 빠진다.
언제까지 이래야 하나.. 슬픈 생각이 들기도 한다.

박민규씨 특유의 행바꿈 문체를 몇번 당황스럽게 읽다보니
그것은 한 걸음만 거리를 두고 생각해 보자고 말하는 것 같았다.
어렵지 않은 문체들..그러나 쉽게 써내려간 것이 아님을 눈치채는 반가움.

그외 이상문학상 수상작품들도 대체로 새로운 구상들로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좀 특이한 느낌은 배수아씨의 '무종'이란 작품이다.
배수아씨의 '무종'은 다들 어찌 읽었나 모르겠지만 상당히 복잡하고 세세한 묘사에
픽~ 하고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흠.. 이건 또 무슨 필치냐고요~

아무튼 한 해를 대표하는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을 늦게나마 접하게 되서 좋았고
박민규씨를 알게된 계기가 되서 귀한 소득이었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같이 구입했는데 어서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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