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기에 더 특별해 보이는 사진집. 엄마가 뽑은 베스트셀러






스물여섯이 된 윤미는 자기가 좋아하던 짝을 따라 그토록 정다웠던 둥지를 떠나
멀리 미국으로 유학을 간 것이다. 그때쯤부터인가, 나는 무심결에도 하늘을 올라다보는
못된 습관이 생겼다. 김포 쪽 하늘에는 왠 비행기가 그토록 쉴 새도 없이 뜨고 또 내리는지.
예전에는 미처 몰랐던 일이다. 윤미가 없는 '윤미네 집'...
지금까지는 모두들 우리 집을 윤미네 집이라고 불렀었다.
그때서야 나는 아이들 사진 찍는 일도 마무리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고, 26년 동안
찍어둔 필름 뭉치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책 머리 中



나는 흑백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칼라사진보다 이상하게 더 많은 색체감이 보이는 듯한
착각을 한다. 당시 상황의 풍경과 상상력이 사실감으로 다가와,
명암의 단조로움이 순박한 시골사람들을 만난 듯 오히려 따뜻한 情까지 느낀다.

사진집 '윤미네 집'은 1990년도에 이미 초판본으로 발간되어 사진전까지 열렸던 경력이 있고,
일본의 유명한 사진잡지'아사이 카메라'에도 실리기도 했다. 사진 메니아들에겐 구하고 싶어도
절판되어 얻기 힘든 사진집이 20년이 지나 복간되었다.
췌장암으로 시한부 인생이 결정되어 지자 故 전몽각 선생님은 <마이 와이프 My wife>라는
사진집을 준비하기 시작했고, 이 사진집이 복간되기 4년전에 안타깝게도 세상을 떠나셨다.

이 사진집에는 20년 전에 그의 큰 딸 '윤미'가 태어나면서부터 26살까지(미국으로 떠난 뒤)
찍어 출간되었던 사진들을 새롭게 복간하었고, 더불어 세상을 떠나기전 정리하였던 그의
사랑하는 와이프 사진을 묶어 나온 귀중한 사진이 들어있다.
부제도 '윤미 태어나서 시집가던 날까지'다.

전문 사진작가는 아니라고 했지만 故 전몽각 선생님은 대학 장학금으로 사진기를 장만했다는
글을 읽으면서 사진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고 생각했다.
이분은 자신의 취미를 제대로 즐기다 가신 분이다. 그리고 그 사진 속 대상들은 다름아닌 사랑하는
첫 情 '윤미' 와 마지막까지 당신곁에서 지켜주던 '와이프'였다.

사진집의 첫 장은 ET같은 얼굴로 베넷이불에 싸여진 '윤미'의 사진부터 시작되어
짝을 만나 아버지의 손을 잡고 예식장을 걸어들어가는 사진으로 끝난다.
그리고 생을 정리하면서 담았던 <마이 와이프 My wife> 사진집으로 끝난다.

1960년대에서 1980년대까지는 시대상으로 하루 한끼는 분식을 해야할 정도로 힘겨운
국내정세였다. 그런 와중에도 그는 사진기를 생활화 하며 8평남짓한 집 속에서 웃는
아이들을 아내를 사진기 속에 담았다. 그들의 가족사진들과 함께 하다보면 우리나라 현대사를
보는 듯한 기분도 든다. 그러니 여러모로 귀중한 사진집이다.

빨간 표지의 큼지막한 사진집을 한장씩 넘기며 사진을 보고 있노라니 울컥하는 감정이
배꼽 아래서부터 올라온다. 이 사진집은 단순히 어떤 소박한 가정의 일상을 담은 사진집이
아니라, 바로 내가 지나왔었던 흐릿한 기억을 끄집어 내어 당시의 '내 아버지'의 마음을
읽게 해주었기 때문이었다.

아버지는 그런 존재가 아닐까. 가족을 묵묵히 지켜주는 뿌리..
뇌경색으로 한 해가 다르게 쇠약해 지시는 친정아버지가 떠올라 목이 메어왔다.
바보같이 난 기억에도 없지만 아버지는 나를 하늘 높이 번쩍 안아들고 웃으셨겠지..
사진 속에서 아버지가 보였다.

요즘은 해체된 가족들을 심심찮게 발견한다. 지인들이랍시고 입에서 '정 힘들면 헤어져'라는
말까지 서슴치 않고 상담해 주기도 한다.
가족이 어떻게 엮인 존재들인가 모르는 것 같다. 참 안타깝다.
우리들에겐 이런 시대도 있었는데 말이다.






덧글

  • lucy 2010/02/21 00:34 # 답글

    사람사는 냄새가 나는 사진들이군요. 잘 보고 갑니다.
  • 김정수 2010/02/21 11:45 #

    지나고 나면 사진밖에 안남는다는 말이 사실인 것 같아요. 기억에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기억을 정리하게 해주는 유일한 증거물..
  • 꾸자네 2010/02/21 01:44 # 답글

    저 당시에는 정말 평범한 사진 속 일상들이 지금에 와서는 귀한 보물이 된 듯한 느낌이네요^^
  • 김정수 2010/02/21 11:46 #

    사실 요즘도 미래의 입장에선 그렇지 않을까요. 천진난만할때는 어떤 표정이 연출할지 모르니
    더 사진기를 드리대는 것일테고요..^^
  • 간이역 2010/02/21 19:44 # 답글

    평범하니까 더 귀중한 시간이라는 걸 저때는 모르죠......
    지나보면 알게 되더라고요..^^;
  • 김정수 2010/02/22 09:18 #

    별탈없이 지나가는 것에 대한 감사함이 바로 평범한 것이겠죠.
    저도 이번 기회에 사진을 자주 찍어서 내 일상을 더 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되더군요.
  • mONg 2010/02/22 12:05 # 답글

    이 책, 사고싶었는데. ^^
  • 김정수 2010/02/23 08:00 #

    구입해 보세요. 특히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권하고 싶습니다.^^
  • boogie 2011/10/26 17:45 # 답글

    하...찾았다
    그래서 주위에 마구마구 선물했답니다
    이책...
  • 김정수 2011/10/27 20:06 #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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