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대접 제대로 받을 '새터'로 가는 길. 일상 얘기들..





용석이가 이번 달 26일이 입학식이지만 곧 대학생이 되는 새내기들을 위한 모임(일명 '새터')에 참석차
어제 고려대 광장으로 향했다. 용석이는 용희와는 다르게 사회생활(?)을 전혀 못한다.

쿠크다스 과자 하나 까먹는 방법을 몰라 가위를 찾곤 한다.
그러니 라면은 말 다했지. ㅡ.ㅡ
자기도 처지를 아는지라 '할 줄아는 공부나 잘 해야 겠어요' 라고 말할 정도다.

대신 용희는 내가 귀찮을 정도로 챙기고 수다스러워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양념에 넣을 마늘을 찧을 때도 궁금해 못참아 결국 몇번 절구질을 해보고서야 제 방으로 돌아가고,
찌게거리를 끓일때도 '냄새가 구수한대요? ' 하고는 국물맛을 봐준다.
어디 학교에서 여행을 떠나도 용희는 전혀 걱정이 되질 않는다.
거실 한 가득 필요한 물품들을 깔아놓고 체크하고 있으니까..ㅡ.ㅡ;;

아무튼
사회생활엔 아주 맹꽁이인 용석이가 '사발식'으로 유명한 '고려대' 새터를 떠난다고 하니
집안 식구 모두는 한결같이 '큰일'난 사람들이 되버렸다.
당사자인 용석이는 '막걸리'에 장기자랑까지 준비해야한다는 공지사항에 심한 압박감까지 플러스되었다.

그때부터 우리식구들은 용석이 몸 만들기 프로젝트에 돌입되어,
밤마다 '장수막걸리'를 사다가 한 모금씩 맥이기에 이르렀고, 장기자랑때 혹시 지목되어 부를지도 모를
가요들을 물색하느라 컴퓨터 검색창에 '남자가 노래방 가서 쉽게 부를 수 있는 곡' 을 찾기에 이르렀다.
공부는 잘하는 놈이 가요는 안보고 1절만 부르는 것도 왜그리 틀리는지.. ㅡ.ㅡ;;

어제밤에 혹시 용석이가 떡실신 되었을까봐 노심초사 하느라 잠을 설쳤다.
용석이는 견딜만 하다고.. 선배들도 다 좋은 것 같다고 걱정할까봐 나와 식구들을 안심시키는 문자를 보내왔다.
오늘 밤에도 분명히 부어라..마셔라..할텐데.. 아휴.

그래도 이번 여행이 용석이에겐 20살 성인대접을 최초로 후하게 받은 경험이 될 것이다.
잘 갔다오면 큰 경험을 했을 용석이를 힘차게 안아줘야지..
달력을 보니 기숙사 입소도 24일에 있어서 며칠 가족과 함께 있질 못하겠구나..
마음이 괜히 부산스러워진다.





용석이는 염려했던 것과는 아주 딴판으로 밝은 표정으로 현관문을 열었다.
준비를 했다고는 하지만 워낙 술냄새도 괴로워하는 타입이라 그정도 <몸 만들기 프로젝트>가지고는
고려대생들의 정열적인 분위기에는 턱도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열심히 참여하려는 의지가 가상(?)했는지 선배들이 많이 봐줬다고 한다.
첫날은 막걸리 3잔, 둘째날은 소주 3잔으로 끝났다고 한다.(그것 가지고도 헤롱댔단다.)

용석이 얼굴이 'The Big Bang Theory (빅뱅이론)'나오는 쉘든(sheldon)과 닮았다고 해서
주목을 받았다고 한다. 멀리서 보니 비슷해 보이긴 하다. ^^;
공대생들이라 연상하는 것도 재미있다.

갑자기 새내기중 가장 삭은(^^) 아이를 뽑아오란 소리에 용석이가 당첨되어 무대에 올라갔는데
담박에 '총장님'이란 구호가 튀어나와 다들 자지러 졌다는.. ㅎㅎ (용석이의 황금이마를 누가 이기랴..)
이로써 용석이는 '쉘든 총장님'이 되버렸다는..

용석이는 절대로 대머리가 되지 않을꺼야. 대머리는 유전이니까..
저도 알아요. 씨익 웃는 아이를 가운데 앉혀놓고 온 식구가 깔깔대고 용석이의 후기를 즐겁게 들었다.^^

대학생활도 잘 할것 같아 한시름 놓인다.^^






용희가 바라본 '새터'에 다녀온 형의 모습.. ^^




음. 그러니까 설날 연휴가 끝나고 이틀 뒤인 2월 17날,
형이 고려대 새니기 배움터라는 걸 2박3일로 다녀왔었어요.
그리고 어제, 형이 거기서 집으로 돌아오고.

새내기 배움터는 말 그대로, 고려대에 입학하기 전에
미리 같은 신입생끼리 만나서 인사도 나누고, 선배도 만나서 친해지는 자리라네요.
처음 가기 전엔 거기서 술을 잔뜩 마신다는 것때문에 형이 겁을 잔뜩 집어먹었었는데,
갔다오니까 오히려 더 밝아진듯.
내성적이고 말수가 적은 형에 비해 선배님 번호도 많이 따오고.
들리는 말로는 이마가 굉장히 넓은 얼굴로 한번에 인식되었다라더나.
확실히, 손바닥 하나가 들어가고도 손가락 하나가 들어갈 정도의 면적이
이마라는 이름으로 얼굴에 차지하고 있으면 그렇게 되나 보네요. ㅋㅋ

2박3일동안 계속 밤새듯이 놀고 술마신지 얼마 되지 않아
다음주 월요일에 오리엔테이션을 간다네요.
그리고 다음주 화요일인가? 기숙사에 들어가고.
기숙사에 들어가면 주말마다 얼굴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형의 지금 표정은. 음. 부담스럽다는 표정. 아주.
고등학생때 종 땡 치면 공부하고 쉬고 밥먹는 생활을 하다가
형 스스로 시간을 짜고 스스로 자기를 관리하는 것이 아직 익숙하지 않나 봅니다.
이제는 성인이 된거야. 사회인으로서 살게 되는 거라고.
아빠엄마의 목소리 앞에서 형은 어떤 표정으로도 자리잡지 못한 얼굴.

하지만, 얼떨떨한 것은 형만이 아니예요.
저도, 상당히. 형보단 덜하겠지만 그래도 적지않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언제인가, 형과 제가 노트북에 나란히 앉아서
동방 그랑프리나, 동인지를 보면서 폭소하던 것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거기서 본 개그는 아직도 떠올리면 피식 하고 웃을 수 있어요.

그런데 어느새 세월이 훌쩍 지나가서 형이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바쁘게 일주일을 보내는 듬직한 대학생이 된 것입니다.
예전에 동방 패러디를 보면서 웃었던 형이 지금은
친구랑 같이 술게임을 하면서 웃고, 또 몰라보게 밝아졌습니다.

솔직히, 저는 형이 대학생이 된다는 게 전혀 유쾌하지 않습니다.
형을 주말에만 잠깐잠깐 보게 되는 일은 저한텐 조금도 환영할 일이 아니예요.
대자로 뻗어서 자고 다 채워지지 않을 것만 같은 잠자리는 참을 수 없고,
저 혼자 개그를 보며 자지러지게 웃고 난 뒤 씁쓸함은 감당하기 힘들것만 같네요.
어차피 당면하게 될 일이고, 어찌보면 제가 이기적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전 형이 대학생이 된다는 게 전혀 유쾌하지 않습니다.
단지 형의 고려대 입학에 대한 긍정적인 해석만 덩그러니 있을 뿐.

형이 새터에서 많은 걸 배웠습니다.
음...교가도 배웠고, 구호도 배웠고, 다양한 술게임도 익히고.
어제는 거기서 외치던 구호를 엄마에게 들려줬었습니다.
저는 신나게 구호를 재연하던 형을 노골적인 무표정으로 쳐다봤습니다.
초점이 없는 무표정.

....네, 어제는 이런 기분이었어요.
형의 대학교 입학을 축하하지 않는 동생이라니! 무슨 소리야?
...뭐, 지금은 좀 괜찮네요. 대학생활을 한껏 즐기고 난뒤의 밝은 형의 모습이
저도 퍽이나 궁금하기도 하고. 못마신다는 술은 어떻게 커버할건지,
대학생활이 어떤지 어깨너머 구경도 하고 싶고.
무엇보다 일단 고려대 들어간 형을 축하해야죠. (합격한 날은 꽤 지났지만)

형 너무 장하다! 꺅!

아무튼, 형은 열심히 1년동안 대학생활을 적응해나갈테고,
저는 형 없이도 계획 세워서 알찬 3학년을 보내려고 노력해가겠네요.
각자의 노선, 바쁘게, 누군가를 생각할 겨를 없이.


아무튼, 모두 잘 될 거라 믿어요. 이번 백호의 해. :D


 

 용희 블러그: http://blog.naver.com/jungsu19/130080931647

 

 


덧글

  • 2010/02/19 00:1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김정수 2010/02/19 09:02 #

    애들마다 장.단점이 다 있는 것 같아요. 아이의 장점을 최대 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게 부모 역활이 아닌가 생각해요^^
  • 간이역 2010/02/19 05:04 # 답글

    새터가 새내기 신입 오리엔테이션의 고유어인가요?
    저도 한글에 대해서 보고 있지만 말은 참 예쁜데...술은 큭
    고려대도 요즘 많이 분위기가 바뀌지 않았을까요? ^^;;
  • 김정수 2010/02/19 09:02 #

    그렇더라고요. '새내기들의 배움터' 의 준말이라고 하더군요. 참 이쁘죠? 저도 듣고 기분이 살짝 좋아지더라고요.^^

    요즘은 예전같지 않겠죠? ㅡ.ㅡ
  • mONg 2010/02/19 17:54 # 답글

    애들마다 달라요. 애들이 좀 또롱또롱 자기것 잘 챙기면 선배들도 만만하게 안보고 무리하게 권하지 않지요. 요즘애들 눈치가 빠삭하거든요. ^^
  • 김정수 2010/02/19 21:27 #

    그렇겠죠? ^^ 우리애도 또롱또롱 하게 대처했으려나..^^
    감사합니다. 조금 안심이 되네요.
  • 쿠크다스 2010/02/19 23:47 # 삭제 답글

    사발식 생각만 해도 머리가 핑~ 도네요.
    그리고, 쿠크다스는 부셔저도 맛있습니다.
  • 김정수 2010/02/21 00:10 #

    못마신다고 하니까 억지로 먹이진 않았다고 하네요^^;; 괜한 걱정을 했나봅니다.
    정말 예전같지는 않은가봐요. 신사적이네요.

    쿠크다스는 부서져도 맛있다는 말에 빵 웃음이 터졌습니다^^ 맞는 말이네요.
  • FAZZ 2010/02/20 20:20 # 삭제 답글

    개인적으로도 쿠크다스는 가위로 잘라서 먹는게 젤 편하고 좋다라는 경험을 얻게 되던데요 ^^

    사발식은 원래 그동안 담아두었던 것을 술로 풀어내는 좋은 의식이었는데 이게 변질되어서 참 슬프죠.
    원래 종교의식으로도 쓰인건데....
  • 김정수 2010/02/21 00:12 #

    하하.. 저도 사실 그렇게 가르치고 있어요.
    그까짓 과자 봉지 가위로 자르면 어떠냐, 라면 못끓이면 어떠냐고요.
    공부는 제 시기때 못하면 많이 힘드니 자신있는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요^^


    말씀처럼 사발식은 일제강점기때 했던 항일정신의 일환이었죠.
    다녀온 용석이 말로는 억지로 마시게 하진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
  • 엘리 2010/02/22 13:43 # 삭제 답글

    정말.. 쉘던 비슷해 보이네요.
    생각 못했는데.. ㅋㅋ
    성격도 비슷한 점이 좀 있는거 같은걸요.
  • 김정수 2010/02/23 08:01 #

    ㅎㅎ 맞아요. 엉뚱하고 재미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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