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균형 / 로힌턴 미스트리. 책읽는 방(국외)






"조카야. 내 말 좀 들어봐라. 세상은 그렇게 움직이는 거란다. 어떤 사람은 중간에 있고,
어떤 사람들은 변두리에 있는 거야. 꿈이 자라고 열매가 맺는 데는 인내심이 필요한 법이다."





본문 中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적절한 균형'의 책을 들고 그 두께에 감탄이 나오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최소 2권에서 3권의 분량이 나올만한 내용을 한 권에 실고 있다.
두께의 내용은 대부분 네 명의 주인공들이 엮는 삶의 흔적에 맞춰있다.
나처럼 틈새에 읽을 시간이 제한된 사람이라면 가방에 넣고 다니며 읽을 생각은 일찌감치 접는게 좋다.
하지만 일단 첫 장을 덜친 후에는 두께의 부담은 없어지고야 만다. ^^

이 책을 읽다보면 인도의 카스트제도에 대한 반발심으로 어이가 없어지는 것을 경험한다.
알다시피 인도에는 카스트제도가 있다.
물론 인도가 영국에서 해방된 이후 헌법으로 카스트제도를 철폐시켰지만 여전히 그 강한 흔적은
대도시를 제외한 인도 전역에 존재하고 있다고 한다.

카스트제도는 태어나면서부터 계급이 정해지는 제도로, 죽을 때까지 따라다니는 족쇄같은 제도다.
계급을 뜻하는 cast 는 사실 우리나라 조선시대에도 있었고, 중국, 로마제국에서도 팽배히 자리잡았지만
인도에는 그 계급의 격차가 심해 카스트제도하면 인도가 떠올릴 정도다.
카스트제도의 이면에는 그들의 종교인 힌두교가 국민을 압박하고 자신이 처한 운명을 순종하게 만든다.

카스트제도에는 브라만, 크샤트리아, 바이샤, 수드라, 이렇게 4개의 계급만 인정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 4개의 계급외에도 '아우트'라고 불리우는 '불가촉천민'이 존재하는데 노예보다도 못한 대우를 받는다고 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 중 '이시바'와 그의 조카 '옴'이 '불가촉천민'에 해당된다.
불가촉천민은 노예보다도 못한 존재이기 때문에 자기가 있어야 하는 구역을 벗어나면 맞아 죽어도 할말없는 가여운 계급이다.

최하층에 해당되는 '이시바'와 '옴'은 카스트제도의 발굽아래 불도저로 빈민굴을 밀어버려 가족을 잃게되고,
또 그들은 수레에 실려가는 돼지취급을 받고, 노동현장에서 대가도 못받고 뼈빠지게 일만 한다.
그러다 결국 불구의 몸까지 되는 상황까지 처하고야 만다.

또, 다른 주인공들도 별반 다를게 없다. 최하층이 아니란 것만 형편이 나을뿐 여전히 생계를 유지하기 버겁고
힘이 든다. 같은 계급과 결혼을 해야하는 제도를 거슬러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한 '디나'는 3년도 못돼
뺑소니 사고로 남편을 잃는다. 재봉사들(이시바와 옴)을 고용하여 영세자영업자의 길을 걷지만 인도에서
가부장여성으로 살기에는 너무나 버겁기 짝이 없다.
또한 디나의 집에서 하숙을 하는 '마넥'역시 무리를 지어 괴롭히는 대학 선배들 때문에 기숙사생활에 회의를
느낀다. 그가 대학을 졸업하고 얻어질 인도의 비젼은 없어 보이기까지 한다.

이렇게 처참하기까지한 네 명의 주인공들의 삶을 반추해 생각해 보면 저자가 표제로 걸은 '적절한 균형'이란
얼토당토한 기대에 화가 치밀어 오르기까지 한다.
그러나 어이없게도 이시바오 옴은 대항할 수 없는 인도의 제도앞에서 웃는다.
거지가 되었어도 웃는다.
그 웃음을 '희망'이라 해석하면 되는 걸까.
저자는 절망 속에서 절대로 생기지 않을 것같은 '희망'이란 존재를 부각시키고 마무리 짓는다.

마넥이 대학진학을 위해 기차에 올랐을 때 만난 낯선이(로힌턴 미스트리)는
인간이 어찌됐든 살아가려면 절망과 희망사이에 적절하게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말한다.
인간이 삶을 지탱하는 힘은 '희망'밖에 없다는 메세지 일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할레드 호세이니'의 '천개의 찬란한 태양'이나 '연을 쫓는 아이'에서 느꼈던 아프카니스탄의
국가에 대한 존재감이 국민의 '희망'과도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부서지고 깨져도 여전히 '아프카니스탄'이 그 자리에 존재하는 것처럼..
미사일의 화염으로 책장을 넘겨도 그들이 견디는 것은 '희망'이란 사실처럼.

카스트제도 속 냄새나는 특권과 위정자들의 권력에 대항할 수 없는 대부분의 국민들이지만
조금씩이라도 나아질 인도의 '희망'을 꿈꾸고 있고 언젠가는 그들의 불행의 삶이 조금씩 걷어지길 바라길
바래본다. 지독한 인도의 슬픔을 세세히 독자들 가슴에 전달한 저자의 능력에 박수를 보낸다.





덧글

  • 간이역 2010/02/19 05:05 # 답글

    예전에 읽었었는데 트랙배 걸고 가겠습니다. ^^
  • 김정수 2010/02/19 09:03 #

    감사합니다. 저도 가서 읽어볼께요. 같은 책을 읽고 감상을 공유할때가 참 좋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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