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 김기림. 엄마가 읽는 시









-김기림



나의 소년시절은 은빛 바다가 엿보이는 그 긴 언덕길을
어머니의 상여와 함께 꼬부라져 돌아갔다.

내 첫사랑도 그 길 위에서 조약돌처럼 집었다가 조약돌처럼
잃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푸른 하늘 빛에 호저 때없이 그 길을 넘어
강가로 내려갔다가도 노을에 함북 자주빛으로 젖어서 돌아오곤 했다.

그 강가에는 봄이, 여름이,가을이,겨울이
나의 나이와 함께
여러 번 댕겨갔다.

가마귀도 날아가고 두루미도 떠나간 다음에는
모래둔과 그리고 어두운 내 마음이 남아서 몸서리쳤다.
그런 날은 항용 감기를 만나서 돌아와 앓았다.

할아버지도 언제 난 지를 모른다는 마을 밖
그 늙은 버드나무
밑에서 나는 지금도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
돌아오지 않는 계집애,
돌아오지 않는 이야기가 돌아올 것만 같애
멍하니 기다려 본다.

그러면 어느새 어둠이 기어와서 내 뺨의 얼룩을 씻어준다.


..


어른을 모시고 살면 '겨울나기'가 참 버겁다.
과거의 힘으로 사시기에 긴 겨울밤은 한숨이 길고 더불어 희망차지 않다.

기억이..추억이 아름답지만은 않을 것이다.
감추고 싶은 치부도 있을 것이고, 숨기고 싶은 약점도 있을 것이다.
어머니의 과거의 길 앞에서 인생은 무엇인가 생각하게 만든다.






덧글

  • 다마네기 2010/02/11 12:31 # 답글

    와... 저 이 시 정말 좋아해요.
    작년에 어느 신문에서 발견!^^ 했는데 정말 좋더라구요.
    정수님 블로그에서 또 만나니 더욱 좋군요.

    오늘 강릉엔 눈이 많이 내려요.
    잘 지내고 계신가요?

    늘 건강하시고 구정 잘 보내세요~~ ^^
  • 김정수 2010/02/11 23:19 #

    다마네기님. 오랫만이세요^^ 안녕하셨어요? 와라락!
    강릉에도 눈 왔군요. 여기 수원도 아침나절부터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답니다.
    이젠 눈와도 교통걱정부터 하게되요. 나이를 먹었단 증거지요.^^;;
    명절 끝날때까지만이라도 안왔으면 좋겠답니다.

    김기림님씨의 '길'이란 시는 그분의 대표격으로 느낄만큼 훌륭한 시 같아요.
    저도 참 좋아한답니다.^^
  • 2010/02/11 17:2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김정수 2010/02/11 23:23 #

    아.. 그런일이 있었군요. ㅡ.ㅡ;; 고생 많으셨어요. 토닥토닥. 얼마나 힘드셨을까.. ㅜ.ㅜ
    그래도 기운 잃지않고 씩씩한 모습 알려줘서 고마워요.
    담에 서울갈때 꼭 연락할께요.
    이번 26일날 용석이 고려대 입학식때까지만 연락 못드리겠네요. (그때는 가족들과 함께^^;)
    편안한 마음으로 혼자 갈때 연락드릴께요.

    겨울이 되니까 어머니도 그렇고 저도 많이 몸상태가 안좋네요. 목이 안좋아 정형외과를 갔더니만 디스크라네요. ㅡ.ㅡ;;
    슬슬 몸이 고장이 나는 시기인가봐요. 말씀처럼 몸관리 잘 해야 할 나이인가봐요.
    건강하신지요.. 저도 제 몸 아끼고 잘 살아 볼께요. 서로 건강해야지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영화처럼 2010/02/11 17:55 # 답글

    시도 좋지만...
    정수님의 말씀이 너무 와닿네요.
    저도 가끔 겨울밤 어머니 주무시는 방에서 "끙끙"소리가 들리면
    남편 보다도 더 가슴이 철렁합니다.
    아직도 옛이야기 하시며 눈물짓는걸 보노라면 저의 한숨도 한번 더 내쉬게 되네요.
    ^^
  • 김정수 2010/02/11 23:25 #

    어머니를 모시고 살다보니 한 해, 한 해가 실감나듯 느끼고 있답니다.
    어머니 모시고 계시군요. 동지애를 느끼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런저런 살아가는 이야기 나눠요^^
  • mONg 2010/02/16 16:42 # 답글

    저도.... 어머니 모셔요.....=^^= 아직 신참.....
  • 김정수 2010/02/17 09:21 #

    며느리는 절대로 딸이 아니란것만 명심하면 답은 나오게 되있어요. ㅎㅎ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 2012/07/14 21:40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11/25 17:55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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